[책읽아웃] 운이 좋아서 등단했다고 생각했어요 (G. 최은영 소설가)
작가 되고 나서 몇 년 동안 계속 훈련을 했어요.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내 작품을 잘 읽은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제 나름대로의 뭔가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글ㆍ사진 임나리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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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라는 고양이는 윤주가 임보하는 고양이와 닮아 있었다. 종도, 성별도 달라서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닮은 부분이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눈을 감았을 때의 얼굴, 장난칠 때의 표정까지도 비슷했다. 그녀가 올린 글을 모두 읽고 나서, 윤주는 얼굴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이었다.

 

소설집 공공연한 고양이』 에 실린 최은영 소설가의 단편 「임보 일기」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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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최은영 소설가 편>


오늘 모신 분은 ‘위로의 소설가’로 불리는 분입니다. 다른 존재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감정의 결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탁월한 감각을 가지신 분입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내게 무해한 사람』 . 그리고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공공연한 고양이』 로 우리 곁에 찾아온 최은영 소설가입니다.

 

김하나 : 『쇼코의 미소』 가 나온 게 2016년이었던가요?


최은영 : 네, 맞아요.


김하나 :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하신 건 2013년부터인가요?


최은영 : 네. 2013년 겨울에 신인상 당선이 됐고, 진짜 본격적으로 쓴 건 2011년 2학기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김하나 : 2학기라 함은...


최은영 : 제가 대학원 다니고 있을 때 써서(웃음)...


김하나 : 등단을 하기 전까지 ‘내가 등단을 할 수 있을까’라든지, 마음이 불안한 때가 있었을 것 같아요.


최은영 :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요(웃음)... 글을 매번 쓸 때마다 ‘내가 이걸 완성할 수 있을까,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그때도 계속 했었고요. 등단 자체도 문제이기는 했지만 ‘내가 정말 글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런 생각을 그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저는 그게 궁금했거든요. 등단을 하기 전의 막막함과 등단을 하고 난 뒤에 글을 잘 쓰지 못했을 때의 막막함 같은 게 차이가 있나요? 


최은영 : 아무래도 등단하기 전에는 ‘이게 진짜 내 길이 아니면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이 언제든지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 저는 적은 나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하다가 안 되면 완전히 접어 보자’라는 마음이 있었고요. 그런데 책을 내고 난 다음에는 ‘내가 지금 안 되더라도 더 노력해서 하고 싶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등단 전에도 물론 힘들기는 했어요, 앞이 안 보이니까...


김하나 : 그렇죠, 그럴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정이라든가 격려 같은 것도 없고, 내가 스스로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고, 이럴 때는 정말 막막할 것 같아요.


최은영 : 네, 정말 눈물만 나와요(웃음). 너무 답답하고요. 책을 내고 나서는 조금 더 강한 압박감이 오더라고요.


김하나 : 두 권의 소설집이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고 상도 많이 받으셨잖아요. 등단도 수상과 동시에 하셨고요. ‘나에게 확실히 재능이 있구나, 인정을 받게 되었구나’ 하는 것이 굉장히 소중한 감정이었겠어요.


최은영 : 제가 조금 자신에 대해서 믿음이 없는 부분이 많아서 외부에서 인정을 해준다고 해서 ‘나 정말 잘 썼나 보다’ 하고 생각을 잘 못했어요. ‘내가 운이 너무 좋다, 너무 운빨이다’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고 ‘운빨이니까 결국 사람들한테 뽀록나겠지?’ 하고 불안한 게 너무 심했는데요. 작가 되고 나서 몇 년 동안 계속 훈련을 했어요.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내 작품을 잘 읽은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생각해서, 지금은 제 나름대로의 뭔가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김하나 : 올해에 나온 책이 마침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이에요.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공공연한 고양이』 가 거의 동시에 출간이 됐는데, 두 권이 책 크기도 비슷하고 동물 그림이 표지에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공연한 고양이』 는 소설집이죠. 열 분의 작가가 고양이에 관한 짧은 소설을 쓴 책인데요. 이 책은 본인의 소설집을 내실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최은영 : 제 소설집을 낼 때는 너무 부담스럽고(웃음), 제 이름으로 제 글만 실리니까 너무 무겁고 걱정된다면, 다른 작가님들과 같이 묶어서 내는 책은 되게 기분 좋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는 것 같아요.


하나 : 쓰실 때는 기분 좋게 쓰셨어요?


최은영 : 쓸 때는 제가 올해 조금 힘들어서... 올해 글쓰기가 조금 어려워서 ‘내 머리가 고장 났나? 머리가 손상됐나?’라는 생각이 있어서, 글을 쓸 때 조금 힘들었어요. 이번에는 짧은 글을 쓰더라도 잘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풀어낸다’는 의미에서 좋았던 것 같아요.


김하나 : 뭔가 안 풀리는 것 같고 막막하고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편의 글을 써냈다는 느낌 같은 거군요.


최은영 : 네.

 

김하나 :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는 저도 참여를 했었는데,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정말 좋았어요.


최은영 : 감사합니다. 저도 작가님 글 너무 잘 읽었어요.


김하나 : 고맙습니다. 쌍방 칭찬을 하는 분위기가 됐네요. 제가 그 글에서 ‘최은영 작가님이 참 좋다’라고 느꼈던 것은, 자기 자신을 작게 두려는 마음 같은 거라고 할까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동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곳에 자기를 두는 느낌, 저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2016년에 『쇼코의 미소』 를 다 읽고 나서 뭔가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면서 책을 가슴에 끌어안았었는데, 그러면서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어서 너무 좋아’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책읽아웃>을 오래 하다 보니까 이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오네요(웃음).

 

김하나 : 공공연한 고양이』 에 쓰신 「임보일기」라는 단편을 보면 ‘윤주’라는 화자가 구조한 고양이를 임보하면서 입양처를 찾잖아요. 입양을 원한 ‘그녀’가 연락을 해 오는데, 이 사람은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이었죠. 입양을 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다시 고양이가 상처를 받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윤주’는 조심스러웠는데 ‘그녀’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이 사람이라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의 변화 같은 게 보이는 이야기인데요.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작가님도 ‘마리’를 떠나 보낸 경험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실 것 같은데, 이 작품을 쓰실 때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최은영 : 작품을 쓸 때는 괜찮았어요.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나고, 그런데 그 친구가 간 지가 벌써 6년 반이 됐으니까 조금 거리가 있고요. 그런데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가 죽고 나서 다시 새로 입양을 하려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 상황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가고 나서 그게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아이가 너무 일찍 갔으니까 내가 줄 사랑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도 크게 들었고, 그래서 내가 떠난 아이한테 직접적으로 해줄 수는 없지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그 아이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를 입양해서 사랑을 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다시 ‘포터’라는 아이를 입양했거든요.


김하나 : ‘마리’가 떠나고 난 뒤에 ‘포터’가 온 거군요.


최은영 : 네. 제가 거의 한 달 조금 더 지나고 나서 재입양을 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김하나 : ‘마리’는 너무 어릴 때 갔죠. ‘마리’에 대한 이야기가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에 나와 있는데, ‘마리’가 너무 어리고 순하고 무릎 위에서 애교도 부리고 하던 아이가 떠나가고 나서 거의 6년을 매일 같이 그 아이를 생각했다고 쓰셨는데요. 저희가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이건 너무 강력한 사랑이다’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작가님도 예전에는 ‘동물에 대한 사랑이 사람이랑 같나’라고 생각하고, 강아지를 잃고 한 달 넘게 울었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랬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깊이 동조를 하거나 그 마음이 어떨지 알게 되거나 하지는 않으셨다고 쓰셨죠.


최은영 : 몰랐죠.


김하나 : 그러면 바뀌게 된 계기는 어떤 거였나요?


최은영 : 첫 번째 고양이 ‘레오’를 대학교 2학년 겨울에 데리고 왔는데, 같이 살다 보니까 되게 사랑하게 되잖아요.


김하나 : 어디에서 데리고 오셨어요?


최은영 : 인터넷에서, 싸이월드에서 데리고 왔어요(웃음).


김하나 : 싸이월드에서 누가 ‘냥줍’을 해서?


최은영 : 네, 그래서 어떻게 저떻게 해가지고 데리고 오게 됐는데, 그때는 고양이에 대해서 아는 것도 하나도 없었어요.


김하나 : 그렇죠. 그때가 언제였죠?


최은영 : 2003년이요.


김하나 : 저의 첫 고양이가 2006년에 왔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고양이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몰랐었어요. 2003년이었으면 그보다 더 전이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의 글에 따르면 어렸을 때는 고양이를 되게 무서워했고 골목에서 고양이 소리가 나면 피해서 다니고는 하셨다고 읽었는데, 어떻게 ‘레오’를 데려오게 되신 거예요?


최은영 : 저는 성묘를 되게 무서워했어요. 그런데 ‘레오’의 1개월 때 사진이 있었는데, 아깽이가 성묘랑은 다르잖아요.


김하나 : 아깽이의 마력에 빠지셨군요.


최은영 : 네, 너무 귀여워서 고양이가 뭔지도 모르고 아이를 데리고 와서 제가 미안한 게 많아요. 뭘 몰라서 처음에 나쁜 사료도 먹이고 여러 가지 못해준 게 많아서...


김하나 : ‘레오’는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최은영 : 16년하고 1개월 됐어요.


김하나 : ‘레오’가 작가님의 세계를 바꿔놓은 거군요.


최은영 : 네, 바꿔놨죠.


김하나 : 그리고 엄청나게 강렬한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고요.


최은영 : 네.

 


 

 

공공연한 고양이최은영, 조남주, 정용준, 이나경, 강지영 저 외 5명 | 자음과모음
우리에게 친숙하고 소중한 존재가 된 ‘고양이’에 관한 열 편의 짧은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제목 ‘공공연한 고양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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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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