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주고 싶은 말, 빅스(VIXX) 혁
단정하고 차분하게 하나씩 자신의 색깔을 찾아 나가는 혁의 태도는 비로소 앨범 크레디트에 새겨진 ‘PREODUCER HYUK’이라는 글자와 함께 빛을 발한다.
글ㆍ사진 박희아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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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빅스의 멤버 혁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제목은 ‘겨울나비’다. ‘겨울나비’라는 단어가 품은 정서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앨범은 차분하고 정적이면서, 무엇보다 소박하다. 그동안 하나씩 발매했던 곡을 모아 EP ‘겨울나비’로 내면서 덧붙인 타이틀곡 ‘겨울나비’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 속에 비친 내가 조금씩 희미해지고 / 그 빛마저 잃어갈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속삭이듯 노래를 부르던 그는 후렴구로 넘어가기 직전, 겨울의 향취를 담는 종소리와 함께 잠시 숨을 고른다.

 

“8년 동안 노력이 아닌 애를 쓴 것 같다.” 얼마 전 MBC ‘복면가왕’에 출연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리고 혁의 신곡 ‘겨울나비’의 진행 구조는 신기할 정도로 혁이 털어놓은 자신의 현재와 긴밀하게 맞닿아있다. 흔히 겨울 시즌송을 떠올릴 때 떠올리는 캐럴 속 경쾌한 종소리가 아닌, 사색을 담은 묵직한 종소리는 지난 8년 동안 혁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는 신호다. ‘지친 하루 끝에 널 위해 부르는 노래가 / 네 모든 계절 끝에 따스한 위로로 물들길.’ 종소리를 전후로 달라지는 가사와 보컬은 이를 방증한다. 힘을 빼고 속삭이듯이 노래를 부르던 도입부와 달리, 후렴구에서부터 그는 에너지를 감추지 않고 고스란히 표출하는 보컬을 선보인다. 어느새 혁은 차가운 겨울 공기를 가르며 달려 나가는 청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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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앨범을 소개하며 “내가 듣고 싶은 말, 네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썼던 그는 “앞으로는 즐기면서 행복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자 스스로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한 앨범을 준비”했다고 이번 앨범의 의의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결코 빅스의 막내이자 배우 한상혁으로 활동하며 얻은 것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앨범은 새로운 혁을 발견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면서, 동시에 멤버들이 군대에 가기 시작하면서 찾아온 공백을 통해 찾아낸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재발견이다. “데뷔 초 형들이 저를 많이 도와준 만큼 저도 형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기다려준 팬분들에게 열심히 활동해서 보답”하려고 ‘복면가왕’ 무대에 섰다는 그의 말은 혁을 포함해 오랜 시간 그룹으로 활동해온 여러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현재를 떠올리게 한다. 오랜 시간 바쁘게 활동하며 그 시간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모두 직시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을 동시에 위로할 수 있는 음악은 그렇게 탄생한다. 실험적인 도전을 하기보다는 우선 단정하고 차분하게 하나씩 자신의 색깔을 찾아 나가는 혁의 태도는 비로소 앨범 크레디트에 새겨진 ‘PREODUCER HYUK’이라는 글자와 함께 빛을 발한다. 글자 몇 개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해온 지난 8년과, 지금 그가 달리는 동안에도 흐르는 시간을 모두 담는다. 혁의 한 걸음, 한 걸음은 분명한 위로가 된다. 이제 앨범 한 장이 아니라 삶 자체를 스스로 프로듀스하게 된 청년이 묻는다. 당신의 크레디트에는 ‘PRODUCER OOO’의 빈 곳이 누구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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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