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사춘기, 어른이 되는 과정은 길다
스물다섯의 성장기를 표방하는 앨범이지만 그 표현이 깊지 않고 단순한 ‘청춘 응원가’에 그치는 것 역시 이들이 완벽히 사춘기를 떨쳐버리지 못했음을 보인다.
글ㆍ사진 이즘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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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끄고 공항으로 자유롭게 떠나던, 따뜻한 봄날에 나들이 떠나 별을 보러 가던 젊음은 이제 출근을 해야 한다. ‘워커홀릭’이 된 소녀들은 사춘기 시절 아련하고 설레던 기억을 맥주 한 캔에 털어내며, 반복되는 일상 속 씁쓸한 감정조차 멍한 퇴근 후 청춘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처음 시도하는 마이너 코드의 타이틀 곡은 선 굵은 뮤트 기타 리프와 날 선 목소리로 그간 발랄하고 행복했던 젊음에 현실의 무게를 각인하고,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감성 대신 ‘뭘 해야 할지도 모르’며 ‘세상의 반만 알아가’는 스물다섯의 혼란을 마주한다.

 

볼빨간사춘기의 노래는 현실과 밀접히 파고들어있기에 견고하게 지지받는다. 「우주를 줄게」, 「썸 탈 거야」, 「나만, 봄」 같은 ‘고막 여친’ 프레임이 언뜻 떠오르지만 「나만 안 되는 연애」, 「나의 사춘기에게」처럼 진지한 감정도 능숙하게 풀어내며 공감을 자아낸 경험이 있다. 어쿠스틱 사운드 대신 전자음으로 그린 「25」의 자기 돌아보기와 발랄함 속 아련한 외로움을 노래하는 「XX」, 「Blue」의 형태 위 리듬 변화를 가미한 「Taste」의 파란색이 어색하게 들리진 않는다.

 

자연스러운 성장의 기록을 통해 주제를 확장했고 외면받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트렌디한 결과물을 도입했다. 다만 의 곡들이 과거 그들의 히트 싱글들처럼 매력적이진 않다. 「워커홀릭」의 가사에 고개를 끄덕이더라도 「썸 탈 거야」와 「별 보러 갈래? 」처럼 멜로디가 귀에 길게 맴돌지 않고, 「25」와 「XX」는 앞서 언급했던 「Blue」나 「나의 사춘기에게」를 자꾸만 돌아보게 한다. 여유로운 한낮의 풍경답지 않게 잔잔하게 시작하다 후렴구 신스 사운드로 임팩트를 주는 「낮(Day off)」은 그나마 개성 있는 시도다.

 

스물다섯의 성장기를 표방하는 앨범이지만 그 표현이 깊지 않고 단순한 ‘청춘 응원가’에 그치는 것 역시 이들이 완벽히 사춘기를 떨쳐버리지 못했음을 보인다. 그래도 의 볼빨간사춘기가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이지 리스닝의 강점은 가져가면서 어른의 화법을 배워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불만은 없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볼빨간사춘기 - Two Five볼빨간사춘기 노래 | (주) 카카오 M / 쇼파르뮤직
청춘의 찰나의 순간을 '볼빨간사춘기'만의 온전한 '25'로 채워낸 소녀들의 성장 이야기 볼빨간사춘기의 새 미니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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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사춘기 #Two Five #워커홀릭 #25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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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미경

2019.10.17

스물 다섯. 청춘. 성장기. 응원가 - 라는 단어 등에 꽂힌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속적인 응원이 필요하고. 그런 위로의 노래가 '볼빨간사춘기'를 통해 나온다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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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