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문 “사람은 누구나 공주처럼 귀한 존재”
가족이 분열, 붕괴, 해체의 위기에 처했을 때, 사춘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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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가족, 친구 관계가 버거울 때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가족. 그들과 좋든 싫든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는 있지만 의도치 않게 쉽게 금이 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내 의지만으로 만들어갈 수 없는 친구 관계.  『중3 조은비』 ,  『꼴찌들이 떴다!』  를 통해 청소년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써온 양호문 작가는 신작  『공주 패밀리』  를 통해 ‘참 가족’과 ‘참 우정’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모든 자극에 민감한 사춘기 소녀인 주인공 ‘세은’을 통해 가족, 친구 관계를 성찰하게 하고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분노조절장애, 장애인, 님비 현상을 살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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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패밀리’라는 제목에서부터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같아요. 패밀리니까 가족 이야기인데 패밀리 앞에 ‘공주’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제목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가족 세 명이 모두 ‘공주’라서 그렇게 제목을 지었습니다. 엄마도, 세은이도, 예은이도 별명이 공주입니다. 엄마는 평강공주, 세은이는 선화공주, 예은이는 백설공주죠. 그러니까 이 소설은 공주들로 이루어진 어느 가족의 고난 극복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넓고 좋은 아파트에서 좁고 낡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겪는 일화들을 사춘기 소녀 ‘세은’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특별히 세은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세은이가 가정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춘기 소녀라서 주인공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세은이가 겪는 가족 간의 갈등, 친구와의 갈등, 자기 자신의 심리적 갈등이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고 있지요.

 

삼공주 패밀리의 냉랭한 집안 분위기가 청소년 자녀들을 둔 현실판 가족 분위기와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도 각자 따로 자고, 밥도 각자 따로 먹는 그야말로 이름만 가족으로 묶여 있을 뿐이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없고 어쩌다 함께 있어도 어색한 분위기가 피부로 와닿았어요. 작가님의 의도는 어떤 것이었는지요?


가족이 분열, 붕괴, 해체의 위기에 처했을 때, 사춘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소설의 내용과 결론을 모든 가족에게 일반화시켜 적용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 소설을 통해서 가족 간 갈등의 유형과 행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하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차가운 집안 분위기가 마치 얼음 나라를 방불케 하던 삼공주에게도 드디어 따뜻한 온기가 감돌기 시작해요. 바로 ‘바퀴벌레 소탕 작전’으로요. 얄미워서 죽을 것 같았던 동생과 첫째로서의 책임감을 강요하는 엄마 사이에서 서운함을 갖고 있던 세은이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지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가족 간의 갈등과 분열을 고조시킨 상태에서 그것을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되죠. 그러나 너무 어이없는 사건이나 상황으로 풀어주면 개연성이 떨어져서 자연스럽지 않잖아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바퀴벌레입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바퀴벌레는 모두 싫어합니다. 분열과 갈등이 극에 달한 삼공주 패밀리에게 ‘공동의 적’인 바퀴벌레를 등장시키는 게 가장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가족 화해와 단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입니다.

 

주인공 친구인 ‘사라’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어요. ‘세은’이는 처음에 ‘사라’에게 거부감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자신이 오해를 하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던 거잖아요. 그러면서 점점 ‘악마의 손’이 아니라 ‘천사의 손’을 가진 인어공주 같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이 대목에서 청소년들이 친구를 사귈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선입견의 위험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외모나 신체조건, 가정환경, 부모의 직업, 경제적 수준 등 외적 요소만을 보고 잘못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외적 요소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섣불리 판단하면, 상대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가 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큰 손해가 됩니다. 생각이 깊은 사람, 신뢰가 가는 사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을 친구로 사귈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이니까요.

 

이 소설에서는 혐오시설 중의 하나인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두고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인 ‘님비’ 현상에 대해서도 꼬집어주고 있어요. 작가님의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우리 청소년들이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의도가 깔려 있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깊이를 심화시켜 후에 건전하고 건강한 시민 의식을 갖춘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죠.

 

『공주 패밀리』  를 통해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로는, 사람은 누구나 공주처럼 귀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자긍심과 자기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로는, 가족이란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귀하며 인간 행복의 출발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시적인 갈등이나 분열이 생겼다고 해서 가족 자체를 거부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니까요.


 셋째로는,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는 그의 외적인 면만을 보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가치 있는 보석은 진흙 속에 감춰져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말고 그 친구와 충분히 대화도 해보고, 직접 겪어봐야 좋은 친구를 가려낼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것입니다.

 

작가의 창작 노트에서 청소년들에게 띄우는 시구절 두 개를 들려주셨어요.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서정주).”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도종환)”이 그것인데요. 이 두 구절을 특별히 언급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슬픔 또는 고난이 밑거름이 되어야 국화꽃이라는 결실을 낳을 수 있다는 의미로 서정주 님의 시구절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꽃이란 피는 과정에서 반드시 흔들림이라는 시련과 역경을 겪는다는 의미로 도종환 님의 시를 언급했고요. 결국 사춘기 때 겪는 갈등과 방황은 자신을 키우는 영양분이라는 뜻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고, 다음 작품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인간과 삶을 폭넓게 이해하는 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음 작품 계획은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SF 소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100년 후쯤, 폐쇄된 우주선 안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모험과 도전을 내용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양호문


1960년에 태어나 강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건설 회사, 철 구조물 생산 회사, 농산물 유통 회사, 서적 외판, 편의점 경영, 입시학원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두루 거치며 삶의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작가가 되어 글을 쓰는 평생의 꿈을 저버리지 못하고 문학에 끈질기게 구애하여, 마침내 중편소설 『종이비행기』로 제2회 허균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고등학생인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일념으로 써 내려간 『꼴찌들이 떴다!』로 제2회 블루픽션상을 받았다. 작가의 녹록지 않은 삶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반 이상에 해당되는 이야기고, 그 시간을 지나왔거나 앞으로 지나갈 많은 이들의 이야기라는 평을 받았다. 발표한 작품으로는 중편소설 「겨울 허수아비」, 「호수와 노인」 등, 장편 동화 『가나다라 한글 수호대』, 청소년 소설 『달려라 배달 민족』, 『웰컴 마이 퓨처』, 『정의의 이름으로』, 『악마의 비타민』이 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춘천의 소양강 변에 살며 깨어 있는 하루 중 4분의 2는 글을 쓰고, 4분의 1은 책을 읽고, 나머지 4분의 1은 산책과 사색을 하며 지내고 있다.

 

 


 

 

공주 패밀리양호문 저 | 특별한서재
집값이 떨어진다며 특수학교 공사를 강렬하게 ‘반대’하는 집단과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무릎 꿇고 ‘애원’하는 집단 간의 첨예한 갈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집단 이기주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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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