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특집] 어느 북튜버의 일주일 – ‘겨울서점’ 김겨울
영상을 보는데 책을 읽는 것 같고, 기어이 책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이 일어나는 이유. 북튜버 <겨울서점>의 일주일을 따라가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글ㆍ사진 기낙경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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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 : 구독자 10만이 넘는 인기 북튜브 <겨울서점>의 주인,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독서의 기쁨』  등을 썼으며 최근엔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한 책,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을 출간했다. 

 

 

수요일, 목요일


기획하고 또 기획하기 : 책 읽고 자료조사하고 스크립트짜기까지


어떤 영상을 찍을 지에 관한 러프한 기획은 요일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미리 써 놔요. 책 리뷰만 계속해서 올라가면 재미 없으니까 주제별로 분류도 하고 언제 업로드 할지 일정을 짜 놓죠. 만약 이번 주에 책 리뷰를 올린다고 정했으면 수요일이나 목요일 정도부터 세부 기획에 들어가요. 먼저 책을 읽고 자료 조사를 하는데, 우선 책이나 저자에 관한 이슈가 없는지를 살펴요. 혹 이슈가 있다면 영상을 올렸을 때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조사를 한 뒤에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분석으로 넘어가요. 책을 다시 읽고 스크립트에 넣을 메모도 하면서요.


저는 스크립트를 개요만 적는 식으로 써 놓는데, 유튜버에 따라 전체 대본을 쓰는 사람도 있고 아예 안쓰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것 같아요. 책 소개에 관한 스크립트의 경우는 보통 인트로, 작가 소개, 책의 구성 소개, 제가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등 책의 장단점,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이런 부분은 주의하면 좋겠다’는 첨언과 마무리의 순서로 써요. 책마다 다른데 간단하게 쓰는 거라 분량은 길어봤자 A4 2장이 넘지 않고요. 이 과정을 목요일까진 마무리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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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고를까?


제 경우 소개할 책에 관한 장르가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어요.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 힐링에세이와 심리에세이는 제외하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런 책에 제가 흥미가 없고 읽지 않아서예요. 이런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책 중에 그때그때 관심이 가는 책들을 읽고 그 중에서 영상으로 남기고 싶은 것을 찍는 거죠. 랜덤이에요. 꼭 신간만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구간이나 뜬금없이 아주 오래된 책을 다루기도 하거든요. 채널이 활성화 되면서 요즘엔 출판사에서 꽤 많은 광고 요청이 들어와요. 출판사의 신간을 소개해 달라는 건데, 너무 많이 들어와서 안할 수도 없고 최소한으로 한 달에 한 번 혹은 아예 하지 않거나 해요. 물론 법적으로 고지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구독자에게 광고라는 걸 알리지요.

 


기획이 전부랍니다

 

유튜브 방송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자체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기획 단계에서 완성본에 대한구상이 나와야 해요. 책 리뷰를 하겠다고 정했다면 기획 단계에서 이것이 영상으로 어떻게 나가는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 둬야하는 거죠. 어떤 것을 찍을 지 어떤 말을 할 지, 책 내용 외에 어떤 내용을 추가할지 기획을 하면서 먼저 결정 해둬야 해요. 그게 없다면 영상을 찍을 때 필요한 소스를 빠뜨리게 되고 후회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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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토요일


촬영하기 : 렌즈를 보고 비문 없이 또박또박 말하기


촬영은 보통 금요일이나, 토요일 중 비는 시간에 해요. 아무리 늦어도 토요일까진 찍어야 하는데,그래야 일요일, 월요일에 편집을 할 수 있으니까요. 촬영 전 준비 사항은 카메라와 조명을 세팅하고, 아이패드에 미리 써놓은 스크립트를 띄우면 끝이에요. 집에서 책장을 배경으로 찍는 게 아이덴티티가 돼서 다른 세팅은 하지 않아요. 다른 곳에서 하면 저도 그렇고 구독자분들도 허전해 하시더라고요. 촬영은 보통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아무래도 NG가 안날 수 없으니까 발음을 잘못하거나 단어를 잘못 썼다 싶으면 끊고 다시 가기를 여러 번 반복하죠. 최대한 바짝 한다고 해도 그 정도는 걸려요. 야외촬영이 있는 경우엔 준비시간이나 촬영시간이 훨씬 길어져서 몇 배 이상 걸리는 건 기본이고요.

 

찍을 때 중요한 건 렌즈를 보는 거예요. 그래야 구독자와 눈을 맞추며 얘기하게 되죠. 흔히 카메라 모니터를 돌려놓고 영상을 확인하는데, 이때 모니터를 보고 얘기를 하면 구독자 입장에선 나를 안보고 옆을 보고 얘기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요즘엔 다른 촬영을 가도 렌즈만 쳐다보는 등 직업병이 돼 버렸는데, 저는 이 눈맞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발음과 문장에 많은 신경을 써요.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 잘 전달해야 되니까 이왕이면 비문이 아닌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려고 늘 노력한답니다.

 

 

일요일, 월요일


편집하기 : 채널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들

 

편집은 ‘파이널컷’ 프로그램을 쓰고 있고 독학으로 혼자서 해요. 클릭해 보고 모르는 것 있으면 검색해서 찾아보고 최소한 필요한 정도로만 하는 식이죠. 도저히 시간이 안 날 때 다른 분에게 부탁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별로 없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혼자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시간은 날 잡고 아침부터 밤까지 하면 하루에도 할 수는 있는데 그러다 허리가 나가서 지금은 그렇게 못하고요. 보통 일요일에서 월요일까지 이틀 정도 잡고 진행하고 있어요. 기본적인 색감 보정과 컷 편집, 자막 등을 위한 자료 수집 같은 것들을 하루 정도 하고 자막 넣고 배경 음악 넣는 등 자잘한 효과를 주는 후반 작업과 섬네일 만드는 것까지 마무리 작업을 월요일 밤까지는 끝내요.


편집 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게 채널의 정체성이에요. 우선 틀린 정보는 빼요. 촬영할 때는 맞다고 생각했는데 편집하다 아닌가 싶어 찾아보면 틀린 것들도 종종 있어서 아쉽지만 단호하게 지워버리죠. 영상을 재미있게 만드느냐 깔끔하게 만드느냐도 늘 고민인데, 사실 유튜브에 프렌들리한 편집은 호흡도 짧고 재미를 위한 다양한 요소들을 집어 넣는 것이거든요. 헌데 그런 건 저와도 맞지 않고 제 채널의 분위기와도 안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되도록 단정하고 깔끔하게 하려고 해요. 배경 음악은 주로 스윙재즈나 약간 빠른 블루스, 보사노바나 카페음악 같은 것들을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저작권 문제없는 것들로 틀고 있고 폰트도 요란한 것 보다는 깔끔하고 눈에 잘 들어오는 것으로 하죠. 색감을 정할 때는 그날의 영상 분위기에 맞추거나 소개하는 책 표지의 컬러나 디자인과 맞는 것을 활용해요. 이런 작은 부분이 <겨울서점>의 분위기에 하나하나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인지 컷편집 하는 것보다 이런 요소를 고르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거 같아요.

 

 

화요일 정오


업로드 : 영상 올리고 댓글로 나누기


누가 하라고 한 건 아니지만 저는 화요일 정오로 업로드 시간을 정했어요. 월요일 밤까지 영상을 마무리하면 화요일 정오에 자동으로 업로드 되도록 예약을 해놓죠. 화요일 정오가 되면 올라간 영상을 확인하는데, 만약 영상이 10분짜리라면 그 시간이 지나야 누군가 보는 거잖아요? 때문에 그 시간이 지난 후에 초기 반응을 보고 혹시라도 놓친 건 없는 지 점검한 후에 고정 댓글을 달아요. 고정댓 글은 댓글 상단에 고정할 수 있는 댓글인데 공지사항처럼 영상과 관련해서 알려야 할 내용을 제가 쓸 수 있어요. 초기 반응을 확인하는 건 알람이 제대로 갔는지 살피는 것인데, 유튜브가 가끔 오류가 나서 영상이 올라갔는데도 조회수가 안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걸 확인하는 거예요. 이후엔 다음 영상이 올라갈 때까지 틈틈이 댓글을 보고 필요한 답글도 달고 구독자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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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원하는 건 사람


저는 구독하는 채널이 100개가 넘어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상도 보고 제가 재밌는 것도 보죠.유튜브라는 영역이 참고할 대상이 없어요.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가르쳐줄 선배가 없다 보니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많은 유튜브를 봐요. 나름의 문법으로 돌아가는 채널들을 관찰하면서 구독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떤 주기로 영상을 올리는지 댓글은 어떻게 다는 지 등을 살펴봐요. 그렇게 보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튜브에서 원하는 건 사람이다.’ 한국 유튜브의 특징인 거 같기도 한데 사람들은 채널 자체도 좋아하지만 그 채널을 만드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유튜버 개인에게 정이 든다고 해야하나? 그런 게 있어요. 어쩌면 이 부분이 기업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특히 출판사 유튜브가 활성화가 잘 안되는 이유일지도 몰라요. 애정을 붙일 대상이 없기 때문이죠. 유튜브 중에서도 북튜브는 좀더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시간이 더 흘러야 보일 거라 생각해요.


*예스24 북클러버


예스24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독서모임이에요. 3달 동안 3번 만났던 1기가 끝났고요. 지금은 다음 기수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독서모임을 시작한 이유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행사나 강연을 통해 일방적으로 제가 이야기하는 형태가 아니라 책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나누고 싶었어요. 유튜브를 하다 보면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잘 안 들어요. 숫자를 상대는 느낌이죠. 조회수, 구독자 수, 좋아요 수, 다 숫자로 보이거든요. 근데 그런 안되는 거잖아요. 부담도 되고 준비가 쉽지만은 않지만 책에 대해 열정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커요. 앞으로 나눌 이야기가 기대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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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