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행복의 저력’이라는 주제로 TV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꽤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 행복했던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적이 좋더라’는 것이다. 반대로 ‘사교육에 들인 비용과 시간, 그리고 부모의 학력은 성적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한다. 조금이나마 자녀에게 보탬이 될까 싶어 조기교육의 일환으로 학원에 보내고 과외를 시키는 부모들의 기대를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결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이 지금 자신의 삶에 얼마만큼 만족하는가’가 자녀가 훗날 좋은 성적을 얻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민사고 행복 수업』 은 민사고에서 심리학 전 과목을 가르치고 또 진학 상담부 소속 상담 교사로서 실제 아이들을 상담하며, 심리학 전공자로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한 책이다. 대부분은 지난 4년간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실제로 가르쳤던 내용이고, 또 개별 상담을 진행했던 학생들의 사례들이 그 중심이다.
저자 김여람은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지난 4년간 ‘심리학 교사’로 지냈다. 행복을 주제로 하는 긍정심리학을 중심으로, AP심리학(심리학입문), 선택교과심리학, 사회심리세미나, 심리학 논문작성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며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아이들의 마음과 소통했다. 또 아이들의 진학상담부 ‘상담 교사’로서 수업과 별개로 상담을 요청하는 아이들과 수많은 고민을 나눴다.
책 제목부터 흥미롭습니다. 언뜻 보아서는 ‘민족사관학교’와 ‘행복’이 과연 결부되는 단어일까 싶거든요. 『민사고 행복 수업』 이라는 책을 처음 집필하신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민사고 교사 시절, 정말 다양한 심리학 수업을 했어요. 이렇게 다양한 심리학 과목을 가르치는 학교는 한국에 흔하지 않죠.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에 치열한 입시과정을 겪는 아이들에게 심리학, 특히 행복을 주제로 하는 긍정심리학 수업 내용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았어요. 이러한 사례를 보고 더 많은 학교와 가정에서 심리학을 배우고 가르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집필했어요. 또 수업과 별개로 민사고에서 상담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결국 수업에서 아이들과 나눴던 심리학 이야기와 민사고에서 접했던 사례들을 통해 보고 느낀 점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썼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력이 참 독특합니다. 민사고에서 ‘심리학’ 전 과목 담당 교사도 하셨고, 진학상담부 소속 상담 교사이기도 하셨어요. 심리학을 이론적으로 가르치는 동시에,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활용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시겠어요.
제가 맡았던 심리학 과목으로는 심리학입문이라 볼 수 있는 AP심리학, 선택교과심리학, 심리학논문작성, 사회심리세미나, 긍정심리학 등이 있었어요. 심리학 과목과 별개로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1학년 상담 수업과 또래상담 수업도 진행했었고요. 1학년 상담 수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택 과목이기는 하나 종종 학생 수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을 만큼 심리학은 인기과목이었어요. 저도 심리학을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었는데, 아이들을 상담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특히 대학원에서 행복을 전공한 것이 큰 도움이었죠.
요즘 십 대들을 보면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그야말로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절을 버텨내는 것 같아요. 물론 놀라우리만치 성숙한 아이들도 있겠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일 겁니다. 한편으로는 공부 스트레스, 왕따와 학교폭력, 가족 갈등, 이성간의 문제 등 정말 예민한 감정들을 가장 중요한 시기에 겪어내느라 많이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민사고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한창 고민이 많을 시기의 아이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아침 6시에서 12시, 혹은 이후까지 이어지는 일과를 소화하고 있는 만큼 정신력이 아무리 강한 친구라 해도 공부, 진로, 인간관계 등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을 만했어요. 누구든 학교생활이 버거울 만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긍정심리학 수업을 정말 좋아해주었어요. 물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숨가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행복에 대해 배우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던 것 같아요.
이때 학부모들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잘 낳고 올바로 기르는 것, 쉽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중2 때 행복했던 아이가 고3 때 성적이 좋다는 연구 결과는 참 인상적입니다. 결국 공부 잘하는 아이가 행복한 게 아니라 마음이 행복한 아이가 공부도 잘하더란 이야기잖아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까요. 또 공부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민사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느낀 심리학 전공자로서 부모님들께 꼭 당부하고픈 말씀은요.
“행복과 성공이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석사과정을 지도해주신 서은국 교수님께서 써주신 추천사의 첫 문장이었어요. 이 문장을 보고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꿰뚫어보신 것 같아 깜짝 놀랐어요. 대한민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곧 성공으로 연결되고 성공하면 당연히 행복해지리라 믿잖아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려면 행복과 성공, 성적이 모두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공부를 잘하거나 무조건 성공을 좇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책은 공부 편, 진로와 선택 편, 인간관계 편, 정서 편 등 크게 네 가지로 주제가 나뉘어 있습니다. 딱히 민사고에 국한된 이슈도 아니고, 아마도 모든 자녀들이 이 네 가지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면 좋겠다는 취지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선생님만의 마음관리법이 있을까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데요, 속으로 좌충우돌 많이 합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마음을 다잡는 관리법이 있다면 첫 번째는 저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는 거고요, 두 번째는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대비는 하겠지만 마음은 쓰지 않는 거예요. 첫 번째는 어떤 일이 후회될 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아무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자체로 됐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미래가 불안할 때, 나에게 당장 고통이 되지 않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 그렇다고 손놓고 있으면 안 되겠지만요.
민사고는 강원도 횡성 산자락에 위치한 기숙학교잖아요. 직접 생활해보니 교사로서도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혹시 인상 깊게 남았거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는지요.
눈이 정말 많이 내리는 곳이에요. 5월에도 눈이 내리는 날이 있었을 정도죠. 학교에서 정말 열심히 제설작업을 해주시는데, 한번은 겨울 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에 학교에 미리 갔더니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있고 학교에는 아무도 안 계셔서 제설작업이 안 되어 있었어요.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면 파스퇴르 공장을 거쳐가야 하는데 차를 간신히 파스퇴르 공장 한가운데 주차해놓고 무릎까지 쌓여 있는 눈을 헤쳐 교사기숙사로 겨우 들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대한민국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80년 가까이 200명이 넘는 하버드생들의 삶을 추적해 어떤 사람들이 건강하고 성공하며 행복하게 사는지, 또 이러한 삶에 필요한 요소와 방해요소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한 연구가 있어요. 그랜트 연구라고 하는데요. 이 연구를 총괄했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오랜 기간 그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켜본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려요. 노년에 이르기까지 행복하고 건강하며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을 주고받는 따뜻하고 친밀한 인간관계라고요. 성공, 공부, 노력, 끈기, 열정 등은 모두 매우 중요하지요. 하지만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삶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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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행복 수업김여람 저 | 생각정원
진학상담부 상담 교사로서 생활하며 느꼈던 점들과 그 사례들을 심리 전문가의 시선으로 정리했고, 심리학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실제로 가르쳤던 내용을 수록했고, 또 개별 상담을 진행했던 학생들의 사례를 담아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