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년 특집 대담] 출판계가 말하는 『월간 채널예스』 - 김은주, 서효인, 장강명, 엄지혜
예스24의 인지도와 색깔이 『월간 채널예스』가 발행되고 나서부터 좀 더 선명해진 것 같아요.
글ㆍ사진 엄지혜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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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효인(릿터 편집장), 김은주(위즈덤하우스 이사), 엄지혜(월간 채널예스 편집장), 장강명(소설가)

 

 

어떤 채널이 대세’라는 생각은 일부러 하지 않는다

 

엄지혜 오늘 이 자리는  『월간 채널예스』  창간 4주년을 맞아 마련했습니다. 책을 다루는 잡지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야 하는지 짚어 보았으면 합니다. 먼저 『월간 채널예스』  를 어떻게 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장강명 창간호부터 봤을 거예요. 재밌는 서평 잡지가 생겼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서효인 2015년에 『세계의 문학』이 폐간되고  『릿터』  가 창간되는 사이에  『월간 채널예스』  가 나온 것 같아요. 문학 잡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만들어져야 하고, 그게 종이 잡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릿터』  를 준비할 때  『월간 채널예스』  가 우군처럼 종이 잡지로 나와서 굉장히 반가웠어요. 창간호는 판형도 새로웠던 걸로 기억해요.

 

김은주 웹진 <채널예스> 때부터 오랫동안 접해왔어요. 아무래도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으니 저희 출판사에서 책을 낸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리면 더 인상 깊게 읽었고요. 인터뷰 사진도 좋아서 매월 챙겨 보고 있어요.

 

엄지혜 초창기부터 꾸준히 봤던 칼럼이나 인상 깊었던 기사가 있나요? 새롭게 시도한 기획에 대해서도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은주 좋아하는 작가들의 칼럼이 기억에 남아요. ‘은유의 다가오는 것들’ ‘김서령의 우주 서재’를 챙겨 봤고요. 또 특집 기사 중에서 ‘팟캐스트’ 편이 좋았습니다. 진행자들을 소개한 일러스트가 강렬했 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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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인터뷰 기사가 좋더라고요. 제 경우엔 문예지를 만들고 있으니까 주로 시인이나 소설가의 인터뷰를 접하게 되는데요. 『월간 채널예스』  에서는 여러 장르의 저자를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어요.

 

장강명 현재 연재 중인 칼럼을 이야기해도 되죠? 저는 ‘서효인의 가요대잔치’를 재밌게 보고 있어요.(웃음)

 

엄지혜 오늘 모인 세 분은 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입장인데요. ‘책을 잘 만들고 더불어 잘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갖고 계실 것 같아요. 요즘 책을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매체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서효인 저는 SNS에 검색했을 때 어떤 책에 대해서 일반 독자들의 호응이 여러 번 발견되면 괜찮겠다는 감이 옵니다. 그런 점에서 SNS를 활용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경계가 아슬아슬해요. 출판사에서 SNS 홍보를 통해 책의 유명세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독자들에게 먼저 입소문이 나서 알려지기도 하잖아요. 이것들이 교묘하게 섞이면서 SNS가 책 홍보에 쓰이고 있다는 인식이 독자에게 전달되면 또 그때부터는 홍보 채널로써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마케팅팀과 상의해서 그때그때 홍보 방법을 고민하는데 ‘어떤 채널이 대세’라는 생각은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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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소설가

 

 

장강명 저는 농담 반 진담 반, 도서 마케팅의 최고 채널은 방탄소년단 소셜 미디어라고 말하고 싶어요. 거기서 언급되면 판매량이 엄청나게 늘잖아요. 한국 출판 마케팅의 현 상황이 이렇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은 출판사에서 신간을 내면 아이돌에게 보낸다면서요. 그전에는 드라마 PPL이 인기였는데 협찬료 듣고 나면 깜짝 놀랄 수준이고요. 책을 소개해 줄 권위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채널, 예컨대 미국의 <뉴욕 타임스 북 리뷰> 같은 매체가 우리한테 없는 것이 안타까워요. 소셜 미디어가 좋은 홍보 채널이라는 말이 있지만, 돌이켜 보면 어떤 책이 어떤 채널에서 떴다고 하나씩 들려오는 얘기 중 공통적으로 또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매체는 없는 것 같아요. 반면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서 추천한 책은 믿을 만하다는 권위도 얻고 잘 팔린다고 합니다. 아이돌의 SNS에 소개되면 잘 팔리는 건 맞지만 책의 작품성을 인정받는다는 권위는 없잖아요. 반면 문학 잡지 같은 매체에 실리면 권위는 부여 받을지 모르지만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고요.

 

김은주 저희 출판사도 신간 홍보 때문에 회의를 할 때면 책의 성격에 따라 인스타그램을 선택할 것인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할 것인가 고민해요. 작가 자신의 SNS(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를 통해 본인이 직접 책에 대해 소개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많이 하죠. 요즘 독자들 사이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응원하는 문화가 있거든요. ‘어디에서 어떻게 신간이 출간됐다, 작가가 어느 매체와 인터뷰했다’라는 것을 독자들이 먼저 SNS에 올려 주죠. 아까 장강명 작가님도 말하셨지만, 누군가의 추천이 SNS에서 발견되면 저희로서는 약간 ‘로또 맞은 기분’이에요.(웃음)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의 추천

 

엄지혜 요즘 독자들에게 “어떤 통로로 책을 선택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의 SNS를 통해 소개 받는다”는 대답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유명인, 명사의 추천을 받았다면, 지금 세대는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의 추천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세 분은 독자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책을 고르나요?

 

장강명 저는 두 단계를 거치는 것 같아요. 일단 신문의 신간 소개를 참고하는데 바로 다 찾아 읽지는 않습니다. 신문의 서평은 주로 호평을 하는 편이어서도 그렇고, 또 신문은 좀 ‘묵직해 보이는 뭔가’를 소개하려는 경향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요리책 같은 걸 커버 스토리로 다루지는 않는 거죠. 신문의 서평을 통해 어떤 책인지 파악하고, 소재와 주제가 끌린다는 것만 기억해 둬요. 그러다가 누군가 SNS에서 이것 좋다고, 자기의 감상을 담아서 올리면 그때서야 비로소 참고합니다.

 

서효인 지난 6월 호  『월간 채널예스』  에서 정이현 작가가  『깃털 도둑』 을 언급했는데, 그걸 보고 바로 샀어요. 믿고 신뢰하는 분이 추천을 하면 아무래도 관심을 갖게 되는데, 정이현 작가가 권위자라서 그런 건 아니거든요. 지금은 권위자, 특정한 소수가 책을 추천하고 독자가 그걸 찾아 읽는 시대는 아닌 것 같고, 권위의 분산, 분배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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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위즈덤하우스 이사 

 

 

김은주 저도  『깃털 도둑』  을 샀는데요.(웃음) 김중혁 소설가의 추천사를 보니 재밌을 것 같아 구입했어요. 제 경우에는 서점에 들러서 서가를 돌다가, 또는 예스24 같은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관심 있는 작가의 신작이 보이면 책을 구입하죠. 물론 추천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 팔로해 놓은 분들의 선택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또 이다혜 작가나 박현주 번역가처럼, 저와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어떤 책에 대해 얘기하면 눈여겨봅니다. 이분이 SNS나 칼럼 등에 언급하면 ‘언젠가 읽어 봐야지’ 하고 기억해 두죠. 장강명 작가님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책 이야기도 관심 있게 보고요.(웃음) 저와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의 추천이 제가 책을 고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엄지혜 아까 장강명 작가님이 신문 서평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이제껏 책을 다루는 글은 다소 진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잖아요. 아직도 책을 소개하는 매체들은 그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고요. 『월간 채널예스』  는 보다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싶은 바람이 있거든요. 대중성을 기본적으로 갖고 가면서 쉽고 편안하고 재밌는 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장강 형식적인 측면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미술관에 있는 조용한 카페와 동네에 있는 캐주얼한 카페는 느낌이 다르잖아요? 미술관 속 카페에 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온통 그런 성격의 카페만 있으면 곤란하죠.  『월간 채널예스』  같은 캐주얼한 느낌도 필요하다고 봐요.

 

 

읽는 사람, 읽는 행위에 제일 집중한 사업

 

 

엄지혜 『월간 채널예스』  는 예스24에서 판매하는 도서, 음반, 영화, 공연 등을 두루 다루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온라인 서점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책’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작가, 출판인, 편집자로서 책 홍보에 대해 출판 현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이나 안타까움이 있나요?

 

장강명 책을 홍보하는 매체가 부족한가 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책만’ 다루는 매체는 적을지 모르지만 어떤 매체건 책을 소개하는 코너는 있으니까요. 신간을 내고 인터뷰를 해 보면 대부분의 매체에서 똑같은 질문을 하고, 그러다 보면 저도 그에 대한 대답을 똑같이 하게 되죠. 주변 저자들을 봐도 신간을 내고 인터뷰를 하는 기간에 만나 보면 다들 지쳐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독자 수가 적은 매체와 만족스러운 인터뷰를 할 때가 있어요. 대학교 국문학과 회지가 그런 경우인데, 인터뷰어가 책을 열심히 읽고 와서 질문을 해요. 그 인터뷰를 읽을 사람은 몇 십 명이 안 될지라도 인터뷰하는 입장에선 참 좋았죠. 저자는 인터뷰를 통해 뭔가 발견하고 독자를 만나는 기쁨도 얻고 대화하는 기분도 느끼고 싶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자들이 무조건 수많은 홍보 방법을 원하는 건 아닌데, 좀 안타깝습니다.

 

김은주 맞아요. 책을 다루는 매체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에요. 신간 홍보를 할 때 딱 맞는 매체를 찾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월간 채널예스』  를 포함해서 우리 책이 다뤄지면 좋겠다 싶은 매체는 몇몇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죠. 아무래도 SNS 홍보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추세다 보니 매체의 수만 많아졌지, 오히려 작가에게 적절한 플랫폼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이 잡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잡지의 성격이 뾰족하게 살아 있는 것이 오히려 그 잡지가 좋아서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을 모으기도 하고요. 예스24에서 책을 구입할 때  『월간 채널예스』  를 일부러 선택하는 사람들도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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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릿터 편집장 

 

 

서효인 요새는 가벼운 매체가 많아졌는데, 저는 책을 다루는 잡지가 꼭 그런 경향을 따라야 하나 의문입니다. 요즘 잡지는 과거와 달리 취향 공동체의 집합, 결정체가 되어 버렸는데요. 예전에는 『소년중앙』,  『주부생활』  처럼 연령대나 독자 성격에 맞춘 잡지가 많았지만, 요즘엔 잡지로 성공하려면 섬싱(something)을 다루는 데 스페셜(special)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봐요. 그 잡지의 성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잡지를 보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책에 대한 잡지가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가볍게만 다룰 때, 책과 독서를 사랑하는 독자가 그걸 좋아할까 의문입니다.

 

엄지혜 아까 김은주 이사님이 종이 잡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월간 채널예스』   때문에 예스24의 이미지가 조금 다르게 보인 적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두 그럼요.(일동 웃음)

 

장강명 강하게 긍정해요. 저는 평소  『월간 채널예스』  를 자주 추천해요. 서점이 해야 하는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월간 채널예스』  가 창간했을 때, 공교롭게도 출판계의 굿즈 붐도 시작됐잖아요. 사실 전 굿즈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말 못할 위화감을 느꼈어요.

 

엄지혜 위화감을요?

 

장강명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니까 이제 사은품으로 책을 파는구나’ 싶었거든요. 반응이 좋으니까 서점도 출판사도 만들게 됐는데 언젠가부터는 사람들이 책을 사는 건지 굿즈를 사는 건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고요. 제 책에도 굿즈가 나가니까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런 와중에  『월간 채널예스』  가 창간됐는데, 사은품이고 포인트는 300원이고 접근성이 정말 좋았어요. 출판사가 만드는 잡지에는 그 출판사의 저자를 소개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서점은 비교적 자유롭잖아요. 독자 입장에서도 다르게 보죠. 그래서 이런 건 큰 서점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독립 서점이 하는 일이 있고 큰 서점이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큰 서점이 해야 하는 일인 거죠. 읽는 사람, 읽는 행위에 제일 집중한 사업인 것 같아요. 저는  『월간 채널예스』  가 오래가기를 강력하게 바랍니다.

 

김은주 사실 웹진 <채널예스> 자체도 굉장히 역사가 긴데, 업계에서는 정말 드문 일이잖아요. 더욱이 종이 잡지를 창간하고 발행 부수도 무척 많은 걸 보면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자나 마케터, 편집자들이 책을 만들고 나서 인터뷰를 했으면 하고 선호하는 매체이기도 하고요.

 

서효인 『월간 채널예스』  가 생기기 전에는 예스24의 색깔이 그렇게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온라인 서점마다 강점이 있는데,  『월간 채널예스』  가 발행되고 나서부터 예스24의 인지도와 색깔이 좀 더 선명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형식과 역사가 만들어지는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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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요즘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라고 하죠. 종이책의 위기라고 하는 시대에서 종이 잡지가 아직도 생겨나고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서효인 개인적 체험으로는 어떤 칼럼이 종이 잡지에 실리는 것과 인터넷에 실리는 것의 차이점이 분명 있어요. 인터넷에 실린 칼럼은 스크롤을 빨리 내리면서 댓글을 먼저 보게 되더라고요. 한마디로 집중해서 열독을 할 수 없죠. 인터넷으로 글을 읽으면 ‘피드백의 노예’가 되는 것 같아요. 한 개인이 글을 읽을 때는 스스로와의 피드백, 즉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잖아요. 독서가 그런 행위인데요. 인터넷에서만 글을 읽고 댓글을 보고 공유하다 보면 콘텐츠를 깊게 읽지 못하는 것 같아요.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확실히 종이로 보는 게 이로울 때가 많아요. 조금 올드해 보일지 몰라도, 웹에만 올라가는 글은 쓰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요.

 

장강명 저는 전자책을 자주 보는데요. 일단 책은 단행본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니까, 디지털로 변형할 때 형식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종이책으로 봤을 때 더 잘 읽히는 글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엄지혜 동의합니다. 종이책으로 볼 때 더 가독성이 올라가는 글이 있죠.  『월간 채널예스』  의 기사들은 잡지가 발행된 이후, 해당 달에 순차적으로 웹진 <채널예스>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장강명  『월간 채널예스』  가 4년의 역사를 이어 오고 있잖아요. 편집부에서 ‘이달의 표지’라고 어떤 작가를 정하면 ‘2019년 7월의 표지는 이 작가다’라는 게 계속 쌓이는데요. 이것이 한 역사가 만들어지는 일 같아요. 종이에 인쇄되면서 형식이 뚜렷하게 지켜지는 것, 그것이 제겐 소중하게 느껴져요. 형식이 정확하게 지켜졌을 때 오래 남고 살아서 움직이는 매체라는 인상, 잘 관리되는 느낌도 들고요. 단순히 ‘종이로 읽는 맛’이 아니라 형식과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서효인 글과 글 사이의 호흡도 있어요. 잡지와 독자가 함께 달려가잖아요. 각 꼭지의 긴장과 흐름이 있고 중간에 쉬는 타이밍도 있는데, 사실 웹진은 그렇게 구현되지는 않죠. 코너와 코너가 연결되는 이음새에 편집자의 의도가 있기 때문에 그 의도에 따라서 독자가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릿터』  를 만들 때도 그렇고요. 웹진으로는 구현되기 어려운 형식이죠.

 

장강명 그래서 잡지야말로 종이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은주 잡지는 확실히 비주얼에 신경을 쓰니까요. 만들기는 수고롭고 분량 제한도 있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리하죠. 기사 중간에 나오는 광고조차 콘텐츠가 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잡지를 전자책으로 보진 않게 되더라고요.

 

장강명 이런 생각도 드네요. 웹진으로 기사를 보면 여러 사이트를 왔다 갔다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종이책을 볼 때는 독자가 다른 매체와 경쟁을 안 해도 되죠. 이게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서효인 출판계에 디지털 열풍이 불었을 때 일각에서는 ‘잡지는 모두 웹진으로 바뀔 거다’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한때 웹진이 많아지기도 했죠. 그런데 결국은 다 종이책으로 회귀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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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마지막으로  『월간 채널예스』  를 오래 봐 온 독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변화했으면 좋겠는지 의견 좀 이야기해 주세요. 저희도 ‘출판계의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같은 기획 기사를 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는데요. 아이디어를 주셔도 좋고요.

 

장강명 제가 출판계에 있어서일까요? 출판사 탐방 기사는 언제 봐도 재밌더라고요. 북디자이너, 편집자, 마케터 같은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늘 궁금하고요. 또 거꾸로 독자한테 ‘이런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아 지면을 만드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서효인 약간 레트로하게, 과거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여 주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10년 전 베스트셀러를 다루면서 당시 화제의 책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요. 거기에 좀 냉소적이고 재밌는 분석 글을 곁들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김은주 예전에 패션지에서 많이 했던 기획이 생각나네요. ‘지금 가방 속에 무엇이 있나요?’ 독자들의 가방에 들어 있는 책을 보여 주고, 지금 읽고 있는 책도 공개하는 거죠. 사실 요즘엔 가방 속에 책을 넣어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고,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읽기도 하겠지만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뭘 읽는지 궁금하니까 말이죠.

 

서효인 첨예한 출판 이슈를 다뤄도 좋을 것 같아요. 책에 관한 날카로운 비평도 좋고요. 작가와 출판사의 계약이나 표준 계약서에 관련된 것, 출판사가 해야 하는 일, 작가가 지켜야 하는 일 등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 줘도 좋을 것 같아요.

 

엄지혜 오늘 귀한 시간 내어 주신 세 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 독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앞으로 더 새롭고 알찬  『월간 채널예스』  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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