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디토 마침표 찍는 리처드 용재 오닐
연주자는 그저 음악을 전달하는 사람이고, 결국 남는 것은 음악이니까요. 음악 자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글ㆍ사진 윤하정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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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젊은 클래식 음악의 아이콘 앙상블 디토(DITTO)가 2019년 마지막 시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6월 14일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의 <환상곡>을 시작으로 6월 29일 <디토 콘체르토 콘서트>까지의 여정인데요.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 2007년 용재 오닐을 중심으로 시작된 실내악 프로젝트 디토는 12년의 시간 동안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많은 관객을 만나왔습니다. 그들의 바람처럼 디토를 통해 클래식과 친숙해지고 함께 성장한 팬들에게는 마지막 페스티벌이 무척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요. 용재 오닐 씨의 마음은 어떤지 직접 만나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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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udio Bob

 

 

매우 행복해요. 사람들이 ‘아쉽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이번 페스티벌이 축하하는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포스터에도 적힌 것처럼 ‘매직’ 마법 같은 순간들이었어요.

 

그 마법 같은 순간을 이즈음에서 멈춰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까요?


음악은 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하는 모든 것의 뿌리이고, 매일 아침 ‘음악을 할 수 있다’ 이런 선물을 받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일어나는데요. 디토 페스티벌을 통해 많은 사람과 음악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이지 연주자들이 은퇴하는 것은 아니에요. 각자의 희망과 바람이 있고 인생의 다른 목표가 있는 만큼 우리는 또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바뀌어 갈 겁니다.

 

디토를 시작할 때 서른 살 즈음이었을 텐데 12년이 흘렀으니 많은 변화가 느껴지고 또 다른 방식으로 변화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습니다.


디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미디어와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하지 않는 화보나 뮤직비디오 등 우리를 노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썼죠. 저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더라도 젊은 세대에게 다가설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들을 사용했어요. 피아니스트 임동혁 씨가 함께 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됐고요. 10여 년이 지났으니 그때 어린 친구들이 이제 20~30대가 됐고, 이제는 그들의 성향을 잘 이해하는 젊은 뮤지션들이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선보일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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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iida

 

 

대중이 클래식과 조금 더 가까워지길 바라던 마음은 어느 정도 충족됐을까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내악은 말하자면 ‘티켓을 팔기 힘든 장르’가 됐습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블록버스터 같은 느낌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가장 깊이 있고, 관객과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디토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분명히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공연이 있을 때 사람들이 먼저 ‘누구의 곡’인가를 확인합니다. 그 뒤에 누가 연주하는지를 보는데, 그 점이 가장 다르지 않나. 음악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누구의 곡을 연주하는지 흥미를 가졌으면 합니다. 젊고, 아직 유명하지 않은 연주자들의 흥미로운 음악도 관심을 갖는 것이 진정한 음악의 저변 확대라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는 그저 음악을 전달하는 사람이고, 결국 남는 것은 음악이니까요. 음악 자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디토 페스티벌 자체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겠죠?


아쉬운 점은 너무나 많습니다. 너무나 많은 실수를 했고, 더 잘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특히 시즌이 계속 이어졌다면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많은데 다 꺼내 보이지 못하는 것도 아쉽습니다.

 

초여름에는 항상 디토와 함께 했던 만큼 한국 초여름에 대한 남다른 느낌도 있을 것 같아요.


6월은 좋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기 전이라 비가 많이 오기도 하죠. 어느 해는 무척 더웠고, 어떨 때는 날씨가 아주 좋았고, 또 어느 해는 비가 많이 왔어요. 어떻게 보면 디토의 매 시즌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예측불허라는 점에서. 항상 최고의 시즌을 위해 준비했지만 그게 어떻게 될지는 시작해봐야 알 수 있었거든요. 메르스, 세월호 침몰사고 등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릴 때도 있었어요. 예술적인 면에서 시대정신을 담으려고 했지만 한국은 무척 역동적이었죠. 그래서 해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면 ‘올해는 또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되고 흥분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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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no Lee

 

 

관객 입장에서도 왠지 더 친근했던 클래식 축제였는데, 기억에 남는 팬도 있겠죠?


디토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이 팬들이 우리와 함께 성장했다는 점인데요. 어린 팬들이 특히 기억에 납니다. 아이들은 귀엽고 에너지 넘치는데, 반면 수줍음이 많아서 말로는 많은 얘기를 하지 않죠. 하지만 반짝거리는 눈으로 많은 얘기를 했던 아이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마지막 시즌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꾸미셨나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슈만의 음악이 레퍼토리에 포함되는데, 사실 슈만의 음악은 실내악곡 중에 가장 대중적인데도 우리가 마지막 시즌에 보여드린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 외에는 지난 12번의 시즌 동안 관객들이 가장 많이 사랑해주셨던 모차르트, 브람스, 드보르작 등의 곡을 준비했습니다. 

 

용재 오닐 씨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 아닌 만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지 않을까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죠. 대중이 원한다면 언제든 연주할 마음이 있고, 반면 연주자로서 그만해야 할 때가 오면 그만둘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곳을 다니며 관객들과 의미 있는 소통을 해온 만큼 공연은 한국에서도 계속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다들 ‘용재 오닐’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느낌인가요? 그리고 다음 계획도 말씀해 주세요.


최근 열린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한테 모두가 나를 용재라고 부른다고 했더니, 그 이름이 더 좋다고 하더군요. 설명이 충분할 것 같네요(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주 흥미롭고 신나는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계속될 거예요. 제가 사라질 거라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웃음).

 

한국에서는 다들 ‘용재 오닐’이라고 부르는데 어떤지, 다음 계획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뒷얘기는 영상으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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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