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TI
칼 세이건의 공상과학소설 『콘택트』 에는 어떤 기계를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에서는 거대한 구조물이 말없이 인류를 다음 단계로 인도했다. 이런 외계인의 메시지는 무슨 내용이었을까? 물론 알 방법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완전히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상상해 봤다. 어쩌면 ‘은하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법이 쓰여 있지는 않을까? 은하 인터넷이란 그저 내가 상상해 낸 개념일 뿐이지만, 전혀 근거 없는 소리도 아니다. 앞에서 우리는 태양에서 1000천문단위 정도 떨어진 ‘태양 중력렌즈의 초첨’에 우주망원경을 띄우면, 외계 행성의 대륙과 거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살펴봤다.
만약 우주망원경 대신 중계 위성을 띄우면, 이는 태양계 전체를 안테나로 삼을 수 있다. 외계인도 자신들의 태양 중력렌즈 초점에 중계 위성을 설치하면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 광년 떨어진 문명과 대용량 통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은하 규모의 브로드밴드다.
어쩌면 은하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문명은 각각의 태양 중력렌즈를 이용한 광대역 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각 문명은 자신과 가까운 문명 몇 군데와 연결되어 있고, 각각이 라우터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인터넷처럼 은하 끝에서 보낸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쪽 끝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은하 인터넷을 이용하여 각 문명은 우수한 과학 지식, 기술, 문화, 예술, 아름다운 풍경 사진, 음악 등을 수만 광년을 뛰어넘어 주고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빛의 속도는 유한하므로, 지름이 10만 광년인 은하 반대쪽으로 편지를 보낸 다음 답장을 받기까지 총 20만 년이 걸릴 것이다. 성숙한 문명은 오래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다만, 굳이 답장을 기다릴 것 없이 모든 문명이 모든 지식을 네트워크에 올려 버리면 될지도 모른다. 몇 광년 거리에 있는 가까운 서버에 은하의 모든 지식이 다 저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은하 문명과 연결되면, 인류는 호모 에렉투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것보다 훨씬 더 폭발적이고 비연속적인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이는 마치 베이징원인을 현대로 데려와서 인터넷을 쓰게 해 주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외계 문명과 처음으로 접촉한 날은 스푸트니크, 가가린, 아폴로 11호, 그리고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 날 등과 함께 인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이는 이른바 인류의 성인식이다. 그리하여 호모 사피엔스는 우주의 사람인 ‘호모 아스트로룸Homo Astrorum’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인류의 고정관념을 넘어선 비행
ⓒ NASA/JPL-Caltech JPL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개발한 온사이트
때때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이동한다는 발상 자체가 인류의 고정관념 아닐까?
나사 JPL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온사이트OnSight’라는 시스템이 있다. JPL이 가진 화성의 삼차원 데이터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Microsoft HoloLens라고 하는 가상현실 안경을 통해 보여 줌으로써, 화성 탐사차 조종사는 가상현실 속에서 화성을 걸으면서 탐사차에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물론 현재 인류의 가상현실 기술은 아직 미숙하며, 오감 중 시각과 청각밖에 재현할 수 없다. 나도 온사이트를 써 본 적이 있다. 삼차원으로 재현한 화성 풍경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지만, 홀로렌즈는 무겁고 시야는 좁으며 행동에 대한 반응이 없는 등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미래에는 인간의 신경에 직접 신호를 흘려보냄으로써 오감을 모두 충실하게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수십 년이나 우주선을 타고 멀리 있는 행성으로 갈 필요는 없어질 것이다. 은하 인터넷을 통해 다른 세계의 사차원 모델(즉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삼차원 모델)을 내려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류는 지구에 육체를 둔 채, 수백 광년에서 수천 광년 떨어진 세계를 탐사할 수 있다. 그저 삼차원 영상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세계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꽃향기를 맡으며, 발바닥을 통해 흙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질학자는 다른 세계의 계곡을 걸으며 돋보기로 지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생물학자는 다른 세계의 기묘한 생물을 직접 손으로 만져 가며 연구할 수 있다. 설사 다른 세계의 대기와 방사선 환경이 지구와 달라도 문제없다. 다른 세계를 지구의 미생물로 오염시킬 위험도 없고, 역오염이 일어날 걱정도 없다.
우주선 없이 우리의 육체를 다른 세계로 ‘옮길’ 방법도 있다. 은하 인터넷을 이용해, 외계인에게 복제 인간을 만드는 방법과 유전정보를 보내 주면 된다. 내 유전정보가 담긴 전파는 빛의 속도로 우주를 날아갈 테고, 이를 수신한 외계인이 복제 인간을 만들 것이다. 그러면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아기가 은하 저편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만약 내 뇌에 축적된 정보를 복제 인간의 뇌로 전송할 수 있다면, 나와 복제 인간은 완전히 똑같은 육체와 기억과 마음을 지니게 된다. 이는 내가 은하 너머로 ‘이동’한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이 아이디어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많다. 애초에 복제 인간은 오늘날 윤리적으로 허용하기 힘든 기술이고, 외계인에게 부탁해서 만들어 달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또한 뇌의 신경접속 상태를 모방한다고 정말로 인격과 의식과 주관까지 복제할 수 있냐는 의문도 있다. 즉, ‘자신이란 무엇인가’라는 대단히 오래된 철학 문제에 봉착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어쩌면 호모 아스트로룸에게도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들은 우리보다 조금이나마 더 지혜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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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아스트로룸오노 마사히로 저/이인호 역 | arte(아르테)
이 친절하고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꾼은 우주탐사 역사의 첫 장부터 아직 빈 종이로 남아 있는 미래의 우주탐사까지, 그 서사를 극적으로 그려 낸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