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니스의 상인>의 사랑꾼 배우 허도영
나이보다는 배우가 갖는 색깔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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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재밌게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기억하시나요? 베니스의 거상 안토니오는 절친한 친구 밧사니오의 부탁으로 유태인 갑부 샤일록에게 큰돈을 빌립니다. 평소 안토니오와 앙숙인 샤일록은 심장에서 가까운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설정하는데요. 불행히도 안토니오는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을 수 없게 되고, 목숨을 내건 재판을 받게 되죠. 연극 무대에서 주로 만날 수 있었던 <베니스의 상인>  이 서울시뮤지컬단과 함께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로 공연되고 있습니다. 박근형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등이 제작에 참여하며 익숙한 고전이 2019년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는데요. 나이가 들었는지, 객석에 앉아 있자니 과거에는 읽히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이는군요. 어찌 보면 이 복잡한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밧사니오라는 생각도 드는데, 밧사니오를 연기하는 배우는 어떤 생각일지 궁금하네요. 그래서 공연이 시작되기 전 서울시뮤지컬단 소속 배우 허도영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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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좋아해요. 학교에서 연극할 때도 고전을 좋아했고. 고전 작품의 말투가 좀 더 편하다고 할까요? 제 음색에 어울리는 것 같고요.

 

연극에 비해 뮤지컬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다루지 않아서일까요. 음악도 꽤 낯설게 느껴지던데요. 현대오페라 같기도 하고, 법정 장면에서는 그레고리안 성가 같기도 하고요.


음악이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무게감 있고, 풍성해요. 처음에는 배우들도 많이 어려워했어요. 음정이나 박자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맞대요(웃음). 연습하다 보니 묘미가 있더라고요. <베니스의 상인>   같은 경우 뮤지컬로는 처음이라서 대사부터 몸짓까지 어떻게 잘 풀어낼 것인가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작품을 할 때면 서울시뮤지컬단 안에서도 오디션을 본다고 들었는데요. 처음부터 밧사니오 역으로 도전한 건가요?


네, 밧사니오로 지원했어요. 주변에서도 저더러 밧사니오가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시고, 제가 생각해도 캐릭터가 제 평소 모습과 비슷해서요. 저는 좀 유하고 느긋한 편이거든요. 스트레스 덜 받고 긴장감도 덜해서 공연할 때도 많이 예민해지지는 않아요. 그만큼 연습을 해놔야 가능하지만요.

 

아, 평소에도 밧사니오처럼 친구에게 목돈을 비롯해 이런저런 부탁을 잘하는 편인가요(웃음)?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웃음)! 물론 어릴 때는 돈이 없으니까 데이트 할 때 친구한테 옷도 빌리고 차도 빌려봤어요. 남자들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그런 부탁 정도는 하거든요. 밧사니오와 비슷한 점은 로맨틱하다고 할까, 사랑에 있어서는 거침없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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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밧사니오처럼 거액을 빌려달라는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한테 그런 돈이 있다면, 그리고 안토니오와 밧사니오처럼 각별하고 친한 친구라면 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안 좋은 경험이 없어서 겁이 없나 봐요(웃음).

 

밧사니오 캐릭터는 어떻게 접근했나요? 사실 지금을 살아가는 성인의 눈으로 보자면 민폐 끼치는 인물이잖아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안 보여야 극에 설득력이 있을 테고요.


그렇죠. 저도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밧사니오가 철부지 같더라고요. 특히 안토니오에 비하면. 그런데 사랑에 있어서는 진중하죠. 사실 안토니오는 무게감이 있고, 샤일록도 캐릭터가 분명해서 초반에는 밧사니오가 좀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 애매함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단순히 여자 때문에 돈을 빌리는 게 아니라 ‘밧사니오는 사랑이 전부인 사람이구나’를 이해시키려고 했어요. 사랑을 위해 큰돈을 빌릴 수 있을 정도로 친구와의 돈독한 우정도 강조하고요.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썼어요.

 

관객이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무척 다양합니다.


무대에서도 다양한 연령층이 느껴져요. 처음   <베니스의 상인>  을 준비하면서는 진중한 정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 중간 유쾌한 부분도 있고 다양한 캐릭터가 갖는 재미도 있어서인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어주시더라고요. 나이에 상관없이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서 공연 때마다 객석의 다른 반응도 기대돼요.

 

이번 작품에는 김수용, 주민진 씨가 객원배우로 참여하는데, 소속 단원들과 작업할 때와는 좀 다른 점이 있나요?


처음에는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두 분 다 성격도 좋고 금방 친해져서 편하게 준비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객원배우분들과 작업할 때 신선한 면도 있고 좋은 자극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서로 잘 알지만, 다른 분들과 작업하면서 ‘이런 호흡도 있구나’ 처음 알게 되고 느끼는 점도 있거든요. 연기적인 부분은 개개인의 특징과 색깔이 있으니까 관객 입장에서도 다양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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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사니오는 안토니오와 주로 등장하는데, 두 안토니오는 많이 다른가요?


스타일이 좀 달라요. (이)승재 형은 남자답고 우직한 면이 있다면, (주)민진이 형은 좀 더 유하고 유연한 느낌이에요. 

 

서울시뮤지컬단의 경우 1년에 두 작품 정도 공연하잖아요. 물론 창작이니까 준비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 작품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날 것 같습니다.


뮤지컬단 스케줄에 지장이 없으면 외부 작품에도 참여할 수 있어요. 그래서 6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짧게 공연되는 뮤지컬 <만덕>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보통 외부 작품을 하려면 4개월 정도는 함께 작업해야 하니까 일정 조율하기가 쉽지 않고 아쉬울 때도 있죠. 한편으로는 서울시뮤지컬단을 좀 더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저도 활동하면서 단체의 성격과 색깔을 더 알아가게 된 면이 있는데, 계속 좋은 역할을 맡으면서 저도 모르게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시뮤지컬단이 더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고, 좋은 작품으로 더 많은 관객들이 오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어요. 창작을 준비해서 무대에 올릴 때 얻는 희열과 보람도 크고요.

 

그런데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역할들도 있잖아요.


나이보다는 배우가 갖는 색깔이 중요한 것 같아요. 30대에도 20대 연기하는 배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고 저만의 색깔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케줄 등 여건이 잘 맞는다면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나요?


너무 많아요. 일단 예전에도 많이 얘기했는데 <쓰릴 미>의 ‘그’요. 고등학교 때 처음 봤는데, 음악이나 구도 자체가 정말 좋더라고요. 주제도 매력적이고. 이외에도 유명한 작품은 다 해보고 싶죠. 내공을 더 쌓고 인지도도 높여서 <지킬 앤 하이드>도 하고 싶고요. 제가 이런 느낌의 뮤지컬을 좋아해요, 좀 다크한.


인터뷰로 만난 허도영 씨는 꽤 밝고 명랑했는데, 좀 어두운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그만의 특징적인 표정 연기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자세한 얘기는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배우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도전할 시기일 텐데요.


연기를 비롯해 실력적으로 더 많이 발전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나다운 모습으로 있기를 바랍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변치 않는 모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배우라면 여러 면에서 욕심을 내게 되지만, 도가 지나치면 사람이 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잘 컨트롤하고, 관객들에게 부담 없이 편안한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작품과 배역으로 만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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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