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서 다 크면 해결될 줄 알았던 것들은 더 어려워지거나 복잡해졌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학생이거나, 직장인이거나, 프리랜서이거나, 일을 하지 않거나, 결혼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있거나 또는 없거나. 각자의 상황에 따라 매년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삶을 산다. 게다가 한 해 한 해 살아갈수록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요구받는다. 그 역할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때때로 전에 알던 나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때론 기특한 감정, 때론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손수현 작가는 6년 차 카피라이터다. 3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둔 유부녀이고, 한 동네에 오래 머무른 33년 차 둘째 딸이며, 고양이와 7년째 생활하는 집사다. 계획형 인생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4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어쩌면 더 늘어날 다층적인 역할들을 돌보면서 삶의 기술을 어떻게 터득해나갈지 고민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카피라이터이자 에세이 작가로 살고 있는 손수현입니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걸 좋아했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누구에게나 그런 날』 , 『지극히 사적인 하루』 ,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에세이 세 권을 쓰게 되었네요. 과거나 지금이나 글을 쓸 때 가장 웃음이 많아지는 사람입니다.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은 어떤 책인가요? 스스로를 ‘사중인격’이라고 나누게 된 의미가 있을까요?
카피라이터의 직업병일지도 모르겠지만, 평범한 일상을 세세히 뜯어보는 버릇이 있어요. 쉽게 넘길 수 있는 부분들도 끝까지 붙들고 있을 때가 많은데 공교롭게도 신간을 준비할 무렵, 삶에서 제게 주어진 역할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카피라이터, 아내, 둘째 딸, 고양이 집사까지. 역할에 따라 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그걸 인정하는 순간, 이전보다 더 저답게 살게 된 것 같고요. 이 책을 쓰면서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그때그때 솔직하게 진심을 다해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에세이집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 책들과 조금은 다른 분위기인데 책을 쓰면서도 인격이 달라지나요? 이번 책에서 더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쓴 이유가 궁금합니다.
새로운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해요. 이 글을 몇 년 뒤에 다시 읽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예전에 쓴 글을 읽게 되면 왠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저도 조금씩 변해가니까요.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을 쓸 당시엔 현재의 나와 가장 닮은 글을 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할 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을 쓸 때 가장 마음이 편했어요. 주변 사람들도 본래 성격과 잘 맞닿아 있는 책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이전 책들이 저와 닮아 있지 않은 건 아니에요. 책 제목처럼 제겐 다양한 인격이 있으니까요. (웃음)
책 속의 4가지 인격 ‘카피라이터, 아내, 둘째 딸, 집사’ 중 각별한 애착이 가는 인격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4가지 인격 모두 애착이 가는데 최근엔 ‘카피라이터’ 역할에 각별한 마음이 생겼어요. 6년차답게 일하고 있는지, 카피라이터답게 살고 있는지 자주 생각합니다. 사는 것에 정답은 없겠지만, 과거의 저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제가 되고 싶거든요. 그러고 보면 카피라이터든 에세이 작가든 글을 쓰는 순간에 저 자신을 가장 많이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살아가는 데 많은 결심을 하도록 도와주죠.
‘사중인격’처럼 나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타인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카피라이터로서 비법이 있을까요?
평소에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으려고 해요. 살아온 배경이나 환경에 따라 생각들이 정말 많이 다르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는 어떤 사람인지 떠올려보게 돼요. 자문자답하기도 하고요. 그때그때 나눈 이야기들을 휴대폰 메모 앱에 적어두는 습관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차곡차곡 쌓이면 나란 사람, 내 주변을 채우고 있는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니까요.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을 읽으면 알게 모르게 작가님의 인생관이 느껴집니다. 자신의 인생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제가 현재 활동하는 글쓰기 플랫폼 필명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예요. 오랫동안 좋아해온 말입니다. 자주 생각하고, 자주 쓰다 보니 제 철학이나 다름없어졌어요. 새로운 환경에 처하게 될 때면 저 말부터 떠올리게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 사실 겁이 많은 편인데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 노력하고 뭐든 가능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요. 모두 저 말 덕분인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인격이 찾아올 것 같나요?
아마 작가로서의 인격이 점차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어요. 에세이를 출간하면서 강연도 하고 글쓰기 모임도 진행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찾아오는 기쁨이 정말 크더라고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땐, 미처 몰랐던 모습을 만나게 돼요. 여전히 긴장되고 어려운 자리이긴 하지만, 작가로서의 인격도 저답게 차곡차곡 잘 쌓아가고 싶습니다.
*손수현
글이 있어 어찌어찌 먹고사는 카피라이터이자 작가. 에세이 『누구에게나 그런 날』을 썼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