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더하기 일은 무한’을 증명하는 듀오들의 이야기 『둘의 힘』 , 시리아 난민 소년의 슬프고 흥미진진한 모험을 그린 소설 『시리아에서 온 소년』 ,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던져주는 책 『페인트』 를 준비했습니다.
톨콩의 선택 - 『둘의 힘』
조슈아 울프 솅크 저/박중서 역 | 반비
‘창조적 성과를 이끌어 내는 협력의 법칙’이라는 부제가 있는 책이고요. 역사상 유명한 듀오, 커플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폴 사르트르, C. S. 루이스와 J. R. R. 톨킨, 고흐와 테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투자자들의 호흡 같은 것도 있고,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 사람 한 사람도 굉장한 개인이지만 둘이 함께 보낸 시기가 없었다면 어떤 성과는 나오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제가 최근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를 내고 난 뒤에, 예전에 제가 혼자 쓴 책보다 이 책이 더 힘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꽤 비슷하기도 하고 꽤나 다른 저와 제 동거인인 황선우 작가가 함께 뭔가를 만들었을 때의 호흡이 아주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에는 두 사람이 만나고 서로를 발견하고 둘의 세계가 합쳐지고 그 관계 자체가 유기체로서 점점 발전하고 성장하고 그리고 그 안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때로는 그 갈등이 둘의 세계를 더 넓히면서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기도 하고 그러고 난 뒤에는 어떤 창조적인 듀오들은 결별을 하죠. 그게 아니라 영감을 북돋아주고 자극시키면서 계속해서 더 나은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도 있고. 마지막 장은 결별에 대해서 다뤄요. 정말 엄청난 성과를 내놓았던 듀오들이 어떻게 해서 헤어지게 되고 헤어짐 이후의 유산은 무엇이고 헤어짐의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나와 있습니다. 서론에 “1 더하기 1은 무한”이라고 쓰여 있어요.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서 그 둘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시너지를 냈던 경우, 그 시너지 자체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개인을 만나서 변화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의 선택 - 『시리아에서 온 소년』
캐서린 마시 저/전혜영 역 | 미래인
시리아에서 온 ‘아흐메드 나세르’라는 열네 살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아흐메드는 내전 때문에 엄마, 두 여 동생, 외할아버지를 잃었어요.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난민보트를 타고 터키를 거쳐 그리스를 향해 가게 되는데요. 도중에 아버지를 잃고, 이라크에서 온 이브라힘이라는 아저씨를 따라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브라힘은 난민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아흐메드는 미성년 난민을 위한 시설로 가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말하는데요. 아흐메드는 자신과 아버지가 목적지로 삼았던 영국으로 갈 방법을 찾다가 브로커를 만나게 됩니다. 아버지에게 받은 전 재산 300유로를 줬지만 브로커는 돈을 더 줘야 한다며 아흐메드를 위협하고, 아이는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 거리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집의 지하에 있는 와인 창고에 숨어들게 돼요. 하룻밤만 몸을 숨기려던 처음의 계획이 엇나가면서 계속 머무르게 되는데요.
이 소설에는 ‘맥스’라는 또 다른 소년이 등장합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이 브뤼셀로 이사를 왔어요. 맥스는 계속되는 누나와의 비교, 자신을 문제아로 낙인찍은 부모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예요.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는데 브뤼셀의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도 겪고 있고요. 그러던 어느 날, 맥스는 자신의 집 지하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찾아갔다가 한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아흐메드였어요. 자신의 존재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는 아흐메드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맥스는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을 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2015년인데요. 프랑스에서 테러가 발생했고, 용의자 중 한 명이 브뤼셀에서 검거돼요. 심지어 벨기에 공항도 테러를 당하게 되고요. 아흐메드는 언제까지나 지하 와인 창고에 숨어서 지낼 수 없는데, 세상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거죠. 그러면서 아흐메드와 맥스, 두 소년이 유럽 전역을 누비면서 모험을 하게 됩니다. 슬프지만 흥미진진한 소설이에요.
단호박의 선택 - 『페인트』
이희영 저 | 창비
올해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책의 띠지에 보면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고르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있고요. 이 소설은 ‘제누 301’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부모 면접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소설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제누 301은 ‘NC’라는 곳에 속해 있어요. ‘nation’s children’의 약자인데요. 제누 301은 정부에서 기르는 아이인 거죠. 사람들이 점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걸 싫어하니까, 정부 차원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키우기 싫다면, 정부가 0세부터 18세까지 키워주겠다’고 하면서 NC 센터를 설립합니다. NC에 속한 아이들이 13세가 되면 양육 혹은 입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입양하면 연금이나 양육비 지원이 있기 때문에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가장 양육하기 힘든 0세부터 13세까지 시기에 정부가 대신 키워주니까 쉽게 가정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면접을 보러 오는데요. 이 면접이 ‘페인트’라고 불려요. ‘parents interview’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고요. 면접 결과를 결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NC 출신 아이들을 ‘부모가 버린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차가운 시선을 던져요. 그래서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는 것이, 18세 이전에 입양을 가면 NC 출신이라는 사실을 신분증에서 지워준다는 거예요. 하지만 제누 301은 17살이 될 때까지, 아무리 페인트를 많이 해도, 마음에 드는 부모가 없는 거예요. NC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가디언들은 걱정을 합니다. 부모와 자식 관계라는 게 맞춰갈 수밖에 없는 거라고 말하면서 설득을 하는데요. 제누 301은 계속 회의를 하는 거예요. ‘부모 자식 관계라는 게 이런 식으로 면접을 봐서 만들 수 있는 것인가, 그냥 NC 출신으로 세상에 나가면 안 되는 건가’ 하면서 번민하는 과정이 소설 전체에 걸쳐 나옵니다.
부모에 대한 청소년의 근원적인 반감을 한 번에 깨트리는 쾌감이 있는 책이자 ‘부모-자식 관계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한 번 더 던져주는 책입니다. 소설에서 면접에 참여하는 부모들은 다들 준비를 하고 찾아와요. 그런데 제누 301은 ‘준비가 돼서 부모가 되는 사람이 어디 있냐, 내가 이렇게 태어날 줄 어떻게 알았으며 그걸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데요. 이 말이 참 울림이 있더라고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58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