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함과 아름다움 너머의 세상 - 연극 <추남, 미녀>
외모는 그들의 내면을 헤치지 못했다.
글ㆍ사진 이수연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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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추남, 미녀> 는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추남, 미녀』 는 아멜리 노통브의 2016년 작품으로 샤를 페로의 동화  『고수머리 리케』 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우리나라에는 2018년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번역되었다.


『추남, 미녀』 가 연극 무대에 선 것은 국내가 처음이다. 예술의 전당 기획공연 브랜드인 SAC CUBE의 기획작인 이 연극은 연출가 이대웅과 극작가 오세혁이 재창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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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자 데오다와 보석 모델 트레미에르의 만남


등장인물인 데오다와 트레미에르가 겪는 대부분의 일은 ‘외모’ 때문에 벌어진다. 아기 데오다는 비상하게 똑똑했다. 태어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위치와 주변의 평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 등을 모두 파악하게 된다.


데오다는 자신의 생김새가 부모를 슬프게 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태어난 아기를 보러 온 친척들은 할 말을 찾다가 ‘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를 똑 닮았다‘거나 ‘사내아이라서 다행’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아기 요람 안, 작은 세계에서 데오다는 외로움과 고독함 같은 것을 깨닫는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자신이 안전할 수 있을지도 자연스럽게 안다. 그가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엄마, 그 옷 참 잘 어울려요.”라고 말한 때는 한 살도 안 되었을 때였고, 그 말을 한 후에 자신이 ‘진도를 너무 나갔다’는 것까지도 알 정도였다.


트레미에르는 어린 시절부터 ‘있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 또렷한 이목구비는 어디에서나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트레미에르는 ‘멍청하다’는 굴레에 갇힌다.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겨우 마음을 열었던 사람은 상처만 남긴다.


데오다의 못생긴 외모는 총명함과 연결되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러나 어린 시절 친구 관계에서 환멸을 느끼며 ‘새’에 빠져들어 조류학자가 된다.


트레미에르의 외모 때문에 멍청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람들의 평가를 내버려 둔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치는가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한다. 마침내 보석을 사랑하는 대상으로 삼게 된 트레미에르는 보석 모델이 되어 이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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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치로 원작을 충실히 표현한 연극


연극  <추남, 미녀> 는 데오다 역할을 맡은 백석광 배우와 트레미에르 역할을 맡은 정인지 배우가 이끄는 2인극이다. 데오다의 엄마, 친구들, 물리치료사, 여자친구들, 트레미에르의 할머니, 예전 남자친구 등 이야기에 필요한 다른 인물들도 두 사람이 연기한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이야기는 내레이션이나 회상 등의 장치로 압축했다. 원작은 두 사람의 탄생부터 만남까지의 순서대로 그려지지만, 연극은 두 사람이 만나기 직전, 과거 회상, 두 사람의 만남으로 끝을 맺는다.


마침내 만난 두 사람은 무대 뒤에 숨겨져 있던 거울을 통해 무대 밖으로 빠져나간다. 두 사람은 지금껏 외모 때문에 수많은 일을 겪었다. 그러나 그 일들은 사건일 뿐이다. 두 사람은 거울에 비친 모습 때문에 변하거나 휘둘리지 않는다. 사람들의 평가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자기 자신을 만든다. 그리고 거울 바깥으로 빠져나가면서 ‘다른 세상’을 암시한다. 연극 <추남, 미녀> 는 5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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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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