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속에서 서로의 여명이 된 사람들 -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눈이 내리는 지리산, 찬바람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긴 겨울 코트를 입은 여자가 비틀비틀 걷는다. 불안해 보이던 여자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시간은 과거로 흐른다.
글ㆍ사진 이수연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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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공연사진_장하림 역_테이.jpg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는 1991년 시청률 58%에 육박한 동명의 드라마를 극화한 것이다. 김성종 소설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의 굵직한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에서는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와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해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는 총 36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를 무대 위에서 두 시간가량으로 요약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공연사진 4_윤여옥 역_김지현_최대치 역_박민성.jpg

 

 

시대를 관통한 세 사람의 이야기


무대 뒤 길게 늘어선 화면에는 1952년 1월, 지리산이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눈이 내리는 지리산, 찬바람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긴 겨울 코트를 입은 여자가 비틀비틀 걷는다. 불안해 보이던 여자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시간은 과거로 흐른다.


총에 맞아 쓰러졌던 사람은 1944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옥이다. 비참한 날 중에서 여옥에게 유일한 위안을 주었던 것은 조선인 학도병이었던 대치였다. 대치는 여옥의 방을 찾아 끝까지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여옥에게 쉼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 덕분에 여옥은 죽고 싶었던 순간 속에서 살아남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곳에서 여옥과 대치는 사랑에 빠지고,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대치만 탈출에 성공하고, 여옥은 일본군에게 잡혀 사이판으로 끌려간다. 여옥은 사이판에서 위생병으로 근무하던 하림을 만나게 되고, 세 사람의 긴 인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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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는 여옥, 하림, 대치라는 세 인물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상징적인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탈출하던 중 공산당의 도움을 받게 된 대치는 인민군이 되고, 여옥은 하림과 미군을 도우며 독립운동을 한다. 하림은 여옥을 사랑하지만, 여옥은 오랜 시간 대치를 기다린다. 


세 사람의 인연은 계속 꼬이고, 얽힌다. 여옥에게는 대치가, 대치에게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사명감이, 하림에게는 여옥이 각자의 여명이다. 셋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여명을 좇아가기 때문에 늘 엇갈린다.
여옥과 대치는 마침내 만나지만, 행복한 순간은 잠깐이다. 모든 걸 놓고, 제주로 떠나지만, 제주에서 4.3 사건이 터지고 만다. 평범한 이웃 모두가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하는 순간을 목도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또 갈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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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과 사람으로 무대를 채우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는 무대와 객석이 독특하게 구성돼 있다. 가로로 긴 대극장 무대 양쪽으로 약 400석의 객석이 있어 공연을 펼치는 무대는 세로로 긴 형태로 보인다. 무대 위와 무대 앞의 객석이 따로 있는 형태다.


무대 뒤에 설치한 스크린에는 무대 장치를 대신해 자막으로 설명을 추가하고, 시대에 맞게끔 연출된 배경 화면으로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는 공연을 제작하고 개막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져 무대 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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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효과나 무대 장치 등이 사라진 무대는 배우들이 채운다. 주연 배우들뿐만 아니라 빈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앙상블 팀의 역할이 돋보인다. 앙상블 팀은 직접 무대 장치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빈 무대를 가득 채우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존 대극장 무대에 관람석을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무대 아래 객석은 관람하는 데 시야가 불편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는 일반 대극장에서 상연하는 뮤지컬보다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다. 무대 양쪽에 설치된 객석인 나비석도 R석과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4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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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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