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만화계를 이끌 기대작, 신예작가 정원의 장편 만화 『올해의 미숙』 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웹툰 플랫폼 피너툰에서 연재될 당시 만화 좀 찾아 읽는다 하는 독자들,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입니다. 웹툰에서의 몇몇 인물 설정과 결말 등을 수정하였고, 황정은 소설가와 신미나 시인의 추천사가 실려 있습니다.
『올해의 미숙』 은 이름으로 인해 학교에서 늘 ‘미숙아’라고 놀림받던 80년대생 장미숙의 성장기입니다. 무능력하고 강압적인 시인 아버지와 가계를 도맡으며 늘 피로해하는 어머니, 사춘기에 접어든 언니 정숙 밑에서 의지할 데 없이 외롭고 쓸쓸하게 성장하는 주인공 ‘미숙’의 십 대 시절을 서정적으로 그렸습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의 익숙한 풍경을 섬세하게 재현한 그림들로 독특한 정서를 자아내고, 미숙이 가족 안에서 겪는 갈등과 친구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시종 울림 있는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올해의 미숙』 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첫 장편 만화책이니,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장편 만화책이 처음이기도 하지만 책 출간 자체가 처음이라서 여러모로 떨렸던 것 같아요. 출간일에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어서 책이 눅눅해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래서 소풍 전날처럼 월요일에 비가 오지 않길 바랐던 거 같아요. 다행히 비는 안 왔고 그 대신 건조 주의보가 내렸어요. 책은 무사히 나왔습니다. 많은 분이 첫 책이 나오면 꼴도 보기 싫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전 너무 좋았어요.
정원 작가님을 궁금해하실 독자분들이 있을 텐데요. 본인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늘 자기소개가 가장 어려워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정쩡한 대답을 하는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유튜브와 지식인에서 자기소개 잘하는 법을 찾아봤어요. ‘자기소개를 할 때 떨려서 고민이시군요’ 하고 알려 준 팁 중에 한자 이름 뜻풀이나 삼행시는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 있었고, ‘안녕하세요’로 시작해서 ‘이상입니다’로 끝내라는 것이 있었어요. 그럼 자기소개가 정말 자기 것처럼 나온다고요.
또 특정 사물이나 동물에 비유를 하는 게 좋다고 했어요. 저는 0.1mm 샤프심처럼 심약한 강도를 갖고 있습니다,라든가 새우를 지켜 주는 고비 피쉬 같은 파수꾼입니다, 처럼요. 저는 고비 피쉬 같은 사람은 못 되고 0.1mm 샤프심에 가까운 사람 같아요. 첫 책이 나와서 좋지만 여전히 무섭고 떨리는 마음이 큽니다.
황정은 소설가, 신미나 시인이 『올해의 미숙』 의 추천사를 써 주셨습니다. 추천사를 받고 나서 어떤 기분이셨나요?
두 분 모두 좋아하는 작가분이어서 추천사를 써 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어요. 손꼽아 기다리다가 두 분의 추천사를 받았는데, 기쁘기도 했지만 우선 안심이 됐어요. 혹시 책을 내고 악평을 들어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요. “친구들은 나를 미숙아라고 불렀고, 그건 내 명찰이 됐다. 그 명찰이 떨어질 때까지 걸었다.” 이야기 전체를 요약하는 문장을 써 주신 신미나 시인님 덕분에 행복했고, 황정은 소설가님 덕분에 마음이 찡했어요. 두 분 모두 미숙을 깊게 이해해 주셨다고 느꼈어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입니다. 『올해의 미숙』 은 혹자의 말마따나 ‘하이퍼리얼리즘’급의 현실 재현을 보여 줍니다. 80년대생 미숙이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보내는 이야기가 울림 있게 다가오는데요. 『올해의 미숙』 을 그리게 된 계기, 배경 상황 등이 궁금합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의 일반 가족에 대해 써 보고 싶었어요. 제가 아동 청소년기를 보낸 시절이기에 비교적 정확히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처음에는 ‘불가항력’이라는 가제로 이야기를 썼어요. 태어난 순간 어떤 사람의 가족이 된다는 건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런 불가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개인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가제를 ‘단독자’로 바꿨는데, ‘단독자’라는 말에 절망을 통해 실존을 자각한다는 뜻풀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올해의 미숙’으로 바꿨어요. 『올해의 미숙』 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올해의 미숙』 에는 주인공 미숙뿐만 아니라 시인으로 활동하는 아버지, 늘 피로에 잠겨 있는 어머니, 사춘기에 접어들어 반항적으로 변한 언니, 강아지 절미 등이 나오는데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 혹은 장면이 있나요?
정말 성의 없는 답변처럼 들리겠지만, 모두 애정이 가요. 아버지 호식만 빼고요. 이야기를 쓰면서 호식이 입체적인 인물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애썼어요. 설정 당시에는 호식의 개인사를 줄줄이 적어두긴 했지만, 설정은 설정으로만 남겼고 이야기에서는 모두 뺐어요. 가해자의 사연이 더는 궁금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정원 작가님의 그림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요즈음 만화가를 꿈꾸는 분들이 많은 만큼, 만화 작업 방식에 대해서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어눌한 그림체로 어떻게든 그려 내는, 그 그림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저는 매번 그림을 너무 못 그린다고 느껴요. 원고를 할 때마다 내가 그림을 잘 그렸다면 혹은 내가 잘 그린다고 착각했으면 삶의 질이 확 올라갔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림 그리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든요. 만화 작업은 이야기를 다 써 놓고 시작해요. 대사와 상황까지 시나리오 형태로 쓰고 나서, 읽어 보고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면, 번호를 매기면서 컷만큼의 문장을 만들어요. 그다음에 번호 매긴 문장을 연필로 그려서 그림으로 만들고요. 그다음 콘티, 그다음 만화 작업을 해요. 절차가 좀 많다 보니까 주변에서 ‘송충이’처럼 작업한다고 해요. 전 그걸 칭찬으로 들어요.
미숙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또, 『올해의 미숙』 을 읽은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미숙은 ‘독립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거예요. 홀로 우뚝 선 사람요. 저는 그런 개인이 되기 위해서 적어도 한 번은 가족과 완벽하게 떨어지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그게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나중에 다시 합친다 하더라도요. 그리고 독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올해의 미숙』 을 불행의 서사로 읽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미숙은 피해자인 채로 남아 버리니까요. 만약 그렇게 읽힌다면 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계획 중이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요즘에는 ‘집’, ‘대안 가족’에 관해 고민하고 있어요. ‘집과 대안 가족’이 아니라 ‘집’, ‘대안 가족’ 따로따로요. 그런 마음이 반영된 「뉴 서울」과 「생일잔치」라는 이야기 두 편을 쓰고 있어요. 사실 「생일잔치」는 가제인데, 새로운 집에서 생일잔치를 하는 장면을 마지막 장면으로 꼭 하고 싶어서 사슬처럼 묶어 둔 제목이에요. 이야기를 짓다가 도망가지 못하게요. 최근 <로마>라는 영화를 봤는데 인상이 강렬하게 남았어요. 후반부에 여섯 인물이 삼각형 모양으로 부둥켜안는 장면이 있는데 압도적이었거든요. 그런 장면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곧 다른 만화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현재 「보리의 가운데」라는 단편 만화를 거의 완성했고, 「뉴 서울」의 일부를 떼어 내서 그린 단편 만화를 3월 중순에 한 포털에서 공개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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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숙정원 글그림 | 창비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의 익숙한 풍경을 섬세하게 재현한 그림들로 독특한 정서를 자아내고, 미숙이 가족 안에서 겪는 갈등과 친구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시종 울림 있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