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 작가 "첫 소설집 『악몽 조각가』를 쓰기까지"
우리 눈에는 고정되고, 변함없고, 확실해 보이는 무언가를 흔들고, 변화시키고, 불확실한 것으로 만들어보는 책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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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고 공포스러운 현상을 일상 속에 침투시키는 박화영 소설의 환상성에 주목할 때, 눈에 띄는 점은 작가가 환상세계를 그리는 방식이다. 박화영 소설에서 “환상은 현실과 다른 차원에 속한 어떤 것”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 공간이 특별한 사연을 만나 “조금 다른 용법으로 구부러질 때 열리는” 세계다(복도훈, 해설). 즉, 박화영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세계를 만들어내기보다는 현실 밑에 겹쳐진 채 이미 존재하고 있을 법한 환상을 현실 위로 올려놓는다. 그래서  『악몽 조각가』 를 읽을 때 우리는 3D 입체 안경을 쓴 것처럼 하나의 화면 위에서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보고, 그 사이의 미묘한 시차를 감각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박화영 작가는 1977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상명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공터」가 당선돼 등단했다.

 

첫 소설집을 출간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등단하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첫 소설집을 낸 만큼 무척이나 기쁩니다. 그간 일을 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쓰다보니 첫 책이 나오기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좀더 열심히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악몽 조각가』 가 어떤 책인지 궁금해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악몽 조각가』 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시공간을 약간 비틀어서 조금은 낯설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갑자기 도시 한복판에 벽이 들어서서 점점 자라난다거나 화장실에 간 사람이 실종되거나 혀가 배 속으로 빠져서 온몸을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변함이 없는 일상이지만 그 내부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기이한 일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 눈에 비치지 않거나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친 탓에 그저 어제와 비슷한 오늘이라 여기고 그냥 지나치는 건 아닐까요. 이 책은 우리 눈에는 고정되고, 변함없고, 확실해 보이는 무언가를 흔들고, 변화시키고, 불확실한 것으로 만들어보는 책입니다.

 

수록된 작품 중에 「화장실 가이드」에서 평범해 보이는 화장실이 안에 든 사람을 그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평행세계로 보내버리는 것처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른 작품의 세계로 이동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첫 소설집인 만큼 작품을 배치하는 순서나 표제작 선정 등에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표제작 선정이나 작품을 배치하는 순서는 담당 편집자분과 논의를 거쳐 정했습니다. 물론 저 나름대로 생각은 있었지만 제 글을 처음 접하는 담당 편집자분의 견해가 궁금했고 저보다는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작품 배치나 표제작 선정 등을 하실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제가 의견을 제시한 것은 단편 「주」의 위치 정도였는데요. 이 작품은 후주 형식을 빌려 쓴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품집의 맨 끝에 위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꼭 그래야 한다기보다는 그러면 어떨까, 하는 정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표제작이 선정되었고 작품의 배치도 거의 비슷하게 이뤄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모양입니다.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면 화장실, 동네 공터, 광장 등 아주 일상적인 공간에서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지는데요. 이렇게 현실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지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보다는 현실을 살짝 비트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쪽을 더 선호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만 소설 속 인물을 더 ‘당황’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정이 사는 대륙에서 용을 만나는 것보다 조그마한 원룸의 침대 밑에서 어느 날 머리가 둘 달린 뱀이 기어나오는 상황이 독자나 소설 속 인물을 더 당황시키지 않을까요. 나와 가깝고 친밀한 무언가가 변질되거나 나의 기대와 어긋나게 일그러질수록 더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요정과 용보다는 아무래도 침대가 나와 좀더 가까운 곳에 있죠. 이렇게 인물을 당황하게 하면 그 인물 속에 숨어 있는 또다른 인물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면 그만큼 이야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표제작인 「악몽 조각가」나 「자살 관광특구」 같은 경우에는 친숙한 설정은 아니지만 왠지 그런 직업과 공간이 지구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되어 놀랐습니다. 그 비결이 있다면요?

 

어떤 특정한 공간을 만들면 그 공간에 대해서 계속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사람들이 자살하러 몰려드는 관광지와 같은 마을이 있다면 그 공간엔 자살하려는 사람 말고 또 어떤 사람이 오게 될까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자살하는 사람을 도와주면서 금전적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 테고 이들을 선도할 목적으로 이런저런 종교인들도 오지 않을까요. 그런 식으로 만들어놓은 공간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다보면 그 공간에 불쑥불쑥 이런저런 인물이 저도 모르게 모여서 저마다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에 자리잡은 단편 「주」는 가상의 책에 달린 후주라는 형식으로 전개되어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이처럼 과감하게 형식을 실험하시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주」는 독자들이 가상의 텍스트를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책을 만들면서 각각의 작품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의 구성 자체를 좀더 특별하게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이런저런 궁리를 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말’도 실제로 제가 하고 싶은 말과 또 하나의 가짜 이야기를 섞어서 썼습니다. 작가의 말에 나오는 『작가의 말 작법』 같은 가짜 책을 등장시킨 것도 그 때문입니다.

 

끝으로, 앞으로 꼭 써보고 싶은 소재나 분위기의 소설이 있는지, 그 작품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구상하고 있는 소설은 사람의 ‘눈’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본다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중입니다. 작품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악몽 조각가』 처럼 다소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작품집을 낸 만큼 첫 장편소설에 대한 욕심도 많습니다. 올해 안에 탈고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듯이 그동안 너무 태만하게 소설을 써온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첫 작품집을 선보인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첫 장편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악몽 조각가박화영 저 | 문학동네
우리는 3D 입체 안경을 쓴 것처럼 하나의 화면 위에서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보고, 그 사이의 미묘한 시차를 감각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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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