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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아이에게는 ‘대화’가 가장 필요합니다

『괜찮아 ADHD』의 저자 박준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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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어린이ㆍ청소년의 특별한 대응양식을 말한다고 생각해요. 일부 어린이, 청소년의 삶의 문법이라고 파악하는 게 올바릅니다. (2019.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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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는 것은 평가의 세계 너머에 있는 세계에 서식하는 거죠. 교사나 부모가 평가하는 환경에서는 일상의 복원이 불가능합니다.”

 

“교사로서 제 역할은 바로 대화 파트너가 되는 일이었죠. 대화를 위해 산에도 가고 자전거도 타고 스키도 타고 말도 타고 하면서 몸을 움직였습니다.”


아이들과 살피고 질문하고 함께하는 300일의 기록. 서울과 강원도에서 20년간 초등교사로 일한 박준규 저자는 학교 밖으로 나와 대안교육을 실천하면서 10년 동안 ADHD 아이들을 만났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로 불리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일부러 만난 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진행하는 대안학교를 하겠다고 선언하니 ADHD로 약물치료를 받거나 병원에서 상담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찾아온 것이다. 초등교사 시절 습득한 ADHD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초등 2학년 어린이 한 명을 1년가량 국립정신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데리고 다닌 경험 등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새롭게 공부하고 부대끼며 몸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교사가 아닌 파트너로 거듭나는 과정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짜릿함을 주었다고 한다. 2013년부터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주중 기숙 형태로 함께 생활했는데, 먹이고 씻기고 여행하고 공부하고 함께 노는 밀도 높은 5년이  『괜찮아 ADHD』 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에게 궁금한 점들을 고르고 골라 물었다.


ADHD는 질병의 이름이 맞는지요? 국내에서 ADHD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있을까요?

 

ADHD는 주의력이 부족하고 행동이 부산한 Disorder를 말합니다. 흔히 주의력 결핍(Attention Deficit) 과잉행동(Hyperactivity) 장애(Disorder)라고 소개하죠. ADHD는 각 낱말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죠. 일본에서는 Hyperactivity를 다동성(多動性)이라고 번역해요. 문제는 Disorder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입니다. 장애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질병이나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장애가 아닌 질병이므로 치료할 수 있다는 거죠. 발달장애는 장애 특성을 벗어날 수 없지만 질병인 ADHD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철저히 정신의학계의 입장입니다.

 

정신과 3대 질환이 조울증(양극성 장애), 조현병(과거 정신분열로 표현), 망상증(자기가 놓인 상황을 착각하는 경우)인데, 제가 개인적으로 만난 학교 밖 어린이ㆍ청소년 수백 명 중 단 한 명만 망상증을 보였습니다. 조울도 있고 조현도 있었지만 진정한 정신과적 환자로 보이지 않았죠. 정신의학계에서 ADHD를 새로운 질환으로 언급하지만 의학계에서도 증후군처럼 현상으로 설명하지 명확하게 밝혀낸 바는 없습니다. 메틸페니데이트(각성제)를 먹이면 왜 행동이 가라앉는지 알 수 없는 거죠. 수많은 약물 부작용은 언급하지 않고 말입니다. 의학계에서 말하는 ADHD에 해당하는 어린이ㆍ청소년은 초중고 학생 가운데 4~5%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만 일선 교사들은 15~20%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에서 ADHD 및 유사 ADHD 학생을 합쳐 전체의 16%라고 발표한 적이 있죠. 교사의 수업을 방해한다고 판단하면 유사 ADHD로 밀어붙이는 경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반 아이들 절반이 ADHD야.”라고 말하는 교사를 많이 봅니다.

 

저는 다르게 판단합니다. ADHD는 어린이ㆍ청소년의 특별한 대응양식을 말한다고 생각해요. 일부 어린이ㆍ청소년의 삶의 문법이라고 파악하는 게 올바릅니다. 일 년 내내 눈 덮인 세상에서 사는 에스키모 사람들에게 눈(snow)을 표현하는 수십 가지 낱말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에스키모 사람들의 자연환경과 그들의 삶을 분리해서 말할 수 없듯이 ADHD로 불리는 어린이ㆍ청소년의 외형적 표현 문법을 그들이 처한 환경과 무관하게 해당 아이들의 고유한 특성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편의상 ADHD라는 용어를 쓰지만, ADHD를 질병으로도 장애로도 보지 않습니다. 또한 개인의 캐릭터도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구사하는 문장이 다르듯이 자기 환경에 조응하는 문법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문법은 말의 체계이지 말 자체는 아니니까요.

 

ADHD가 질병이 아니라면 어린이ㆍ청소년 ADHD나 성인 ADHD 특성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어린이ㆍ청소년 ADHD와 성인의 ADHD는 구별할 필요가 있지만 공통점은 불안한 상태에 놓였다고 본인이 판단하는 것입니다. 어린이ㆍ청소년 ADHD를 말하자면 불안한 상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데 필요한 말꾸러미를 가지지 못한 것이 독특한 행동양식을 만듭니다. 한마디로 ‘말의 몰락’입니다. ADHD 아이들은 언어의 몰락과정을 겪습니다. 일부 아이들은 처음부터 언어가 형성되지 못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는 자폐 스펙트럼(ASD)으로 봐야죠. ADHD로 불리는 아이들은 미약하나마 언어세계를 구축했지만 랭귀지 파트너를 잃어버리고 관계의 세계가 소멸하면서 구축한 말도 몰락한 것입니다. 즉, 도와달라고 말할 상대가 없고, 뒤늦게 파트너가 생겨도 이미 구사할 말꾸러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말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집단의 규칙을 깨면서 생활의 맥락을 잃어버린 것을 우리는 ADHD라고 부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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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ADHD』 는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책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이들과 주중 기숙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평소 생활을 무척 궁금해합니다. 더구나 말썽쟁이 딱지가 붙었던 아이라서 걱정도 많죠. 부모님들의 궁금증과 걱정을 해소해주기 위해 주말이면 한 주의 생활을 자세히 적어서 단톡방에 전했습니다. 평일에는 아이들과 기숙 생활하는 데 집중하느라 글을 전달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평소 온라인 카페에 사진과 간단한 활동 내용만 올리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주말에 긴 스토리텔링을 전한 거죠. 부모님들은 고마워하면서 안도한다는 반응을 주셨습니다. 주말마다 보내는 스토리라서 주말리포트라고 불렀습니다. 노트북을 켜서 카톡창에 바로 쓰고, 쓴 대로 즉시 전달했습니다. 책으로 내는 걸 염두에 둔 적이 없어 다소 거칠지만 내용이 생생하고 꾸밈이 없습니다. 열 달가량 40편의 주말리포트가 단톡방에 올랐고, 그중 27편을 골라  『괜찮아 ADHD』 로 엮었습니다. 부모에게 전달한 내용에서 오탈자만 고친 게 그대로 원고가 된 셈이지요. 독자분들이 리포트를 전달받는 부모 입장에서 읽어보시면 재미도 더 하지 않을까요.

 

ADHD 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이들에게는 몰락한 말의 세계를 다시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말의 복원은 일상의 복원이니까요. 말의 몰락이 일상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파트너와 일상을 함께 해야 합니다. 국어 시간에 말하기와 듣기, 읽기, 쓰기를 배우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파트너와 평등하게 대화하는 것이 일상의 복원이자 말의 재구축 과정입니다. 평등하다는 것은 평가의 세계 너머에 있는 세계에 서식하는 거죠. 교사나 부모가 평가하는 환경에서는 일상의 복원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일상의 복원과 말의 재구축은 몸을 쓰는 일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행위 없이 언어를 사용한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행위가 있고, 사후에 행위를 묘사하고자 언어를 동원하는 거죠. 행위가 없으면 언어도 필요 없으며 행위 없이 대화하는 것은 겉보기에 대화처럼 보이지만 허깨비에 불과합니다.


어린이들에게 몸을 쓰는 가장 기초적인 일은 ‘걷기’입니다. 걷기에는 걷기 위한 근육의 움직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걸음으로써 환경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후적 묘사로써 언어를 사용합니다. 즉 대화를 하게 되죠. 결국 ADHD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대화’가 가장 필요합니다. 교사로서 제 역할은 바로 대화 파트너가 되는 일이었죠. 대화를 위해 산에도 가고 자전거도 타고 스키도 타고 말도 타고 하면서 몸을 움직였습니다.

 

ADHD 어린이의 부모님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이나 그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내 아이에게 내 의지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 합니다. 내 의지는 내 삶이 자아낸 콘텐츠입니다. 부모가 만든 콘텐츠, 교사가 만든 콘텐츠는 부모 또는 교사의 고유성입니다. 그런데 그 콘텐츠가 아이에게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 뿐입니다. “옜다, 받아라” 하고 주면 아이가 받아서 의식의 창고에 쟁여놓는 게 아닙니다.


부모가 줄 수 있는 것은 ‘정서’입니다. 좋은 정서를 주는 일은 중요합니다. 당연히 부모의 정서가 안정돼야겠지요. 다른 말로 하면 부모의 마음 상태는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아이의 정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기에 부모도 몸을 쓰는 일상이 필요합니다. 대화하면서 말의 세계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대화의 짝은 반드시 평등해야 합니다. 불평등한 상황에 놓이면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ADHD 어린이를 돌보는 교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학교 교사들의 고통은 실재하며 교직을 떠나게 할 만큼 심각합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많은 교사의 자세를 바꿔버린다는 겁니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일단 피하려는 것이 당연한 본능이니까요.


ADHD에 대한 오해를 풀고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느 정도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요. 제게 지난 10년은 연습과 노력의 시간이었습니다. 연습은 당연히 거푸 실패하게 됩니다. 그래도 연습이니까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일선 교사들은 ADHD 어린이ㆍ청소년과 만나는 상황을 대사 없는 즉흥극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상황은 내가 만든 게 아니고 연출자가 세팅한 것이기에 즉흥극 안의 배우들은 책임에서 자유롭습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상대 배우의 대사가 결정됩니다. 반대로 상대 배우가 어떤 대사를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 대사가 결정되죠. 그렇게 펼쳐지는 즉흥극 속 상황은 서로 물고 물려서 원인과 결과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ADHD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원인과 결과를 구별할 수 없는 세계, 즉 내가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한 세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인정을 바탕에 두어야 비로소 ADHD라고 불리는 아이들과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특정인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겉보기에 대화처럼 보여도 결국 일방적인 지시와 원망만 될 뿐입니다. 그래서 공부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ADHD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이 필요할까요?


앞에서 말한 교사 훈련이 필요한데 공교육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흔히 교사연수라고 하는 재교육활동만으로는 교사의 공부와 연습이 어렵지요. 제도권이 아닌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피고 경험할 수 있도록 과감한 연수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교가 어려움을 겪는데 학교 시스템 안에서 해법을 찾는 것은 아이러니죠. 학교 밖의 에너지와 새로운 공기를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까 고민하기 바랍니다.


앞으로 시도 교육청이 보일 변화의 흐름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교사들이 직접 아이들과 장거리 걷기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겠죠. 프랑스의 쇠이유(Seuil; ‘문턱’이라는 뜻)협회의 걷기 프로그램처럼 말입니다. 부모교육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부모교육을 법제화해서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예산 지원도 이루어져야 진정한 부모교육이 가능할 것입니다. 정부가 지원해주되 간섭하지 않고 민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통 큰 결단도 희망합니다.



 

 

괜찮아 ADHD박준규 저 | 씽크스마트
핵심은 아이들이 원시적 뇌에 충실하면서 행위의 최우선 조건을 “생존가능성”에 둔다는 것입니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쪽으로 자기의 행동을 정하죠. 가장 인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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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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