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전쟁, 종교 등 이스라엘이라는 지정학적 환경이 주는 특수성은 물론 압도적이지만, 이 책과 에트가르 케레트를 이스라엘 작품, 이스라엘 작가로만 읽는 것은 충만한 독서법이라 할 수 없다. 『좋았던 7년』 을 읽으며 독자들은 미지의 세계를 방문한다는 느낌을 받기보다는, ‘지금 여기’와 이어진 세계를 살며 일상에 일희일비하고 허둥지둥하는 중년의 남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이 세계 20여 개국에서 읽히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스라엘이라는 테마가 날실이라고 한다면, 더 보편적인 주제를 자아내는 씨실은 ‘가족’이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레브가 태어나면서 케레트는 아버지가 되었고, 7년째에 아버지를 암으로 잃는다.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겪는 변화인 만큼, 아버지이자 아들로서 존재할 수 있었던 이 7년을 읽고 부모와 자식이란 관계의 추이를 경험하며 감회에 젖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에트가르 케레트’는 이스라엘 젊은 세대의 가장 큰 지지를 받는 단편의 귀재이자 『뉴욕 타임스』로부터 ‘천재’라는 찬사를, 살만 루슈디, 아모스 오즈, 얀 마텔, 조너선 사프란 포어 등 동료 작가들의 극찬을 받은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작가다. 1967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났다. 1992년 소설집 『파이프』로 데뷔했다. 두 번째 소설집 『미싱 키신저』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후 정체성과 사랑에 대한 고뇌, 고독감 등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낸 단편들을 발표해 카프카에 비견되었다. 현재 네게브의 벤구리온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책의 초판이 나오고 여러 해가 지났는데요. 레브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레브는 열세 살이 되었고요.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와 포트나이트를 똑같이 좋아합니다. 언제나처럼 영리하고 깜찍하지요. 최근에 레브는 제가 아내와 함께 공동 집필하고 감독을 한 TV 시리즈에 출연하여 아주 어린 나이에 부동산 거래를 하는 매우 욕심 많은 어린이 연기를 해야 했어요. 레브는 이 무시무시한 아이를 연기하는 걸 대단히 좋아하더군요.
당신이 쓴 많은 작품들 중에서 이 책은 유일한 논픽션 에세이입니다. 당신의 작품 세계에서 이 책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몇몇 글은 다른 사람이 읽으리라 예상하지 못하고 쓴 글이었고, 일기에 쓰는 것처럼 매우 사적인 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 솔직한데다 저의 가장 약한 구석을 드러내고 있다보니 책으로 출간하기에는 곤란한 부분들도 있었죠.
소설 속 인물이 따분하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가족이 따분하다는 말을 듣는 게 몇 배는 힘드니까요.
한국 독자들이 당신의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이 곳곳에 있는 유머인데요. 독자를 웃겨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글을 쓰시나요?
유머는 제게 자동차의 에어백 같은 겁니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만 나타나죠. 저는 결코 웃기려고 하지 않아요. 다만 텍스트가 나를 매우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곳으로 데려갈 때면 유머가 나를 보호하려고 나옵니다.
굉장히 재미있게 빠져 읽다가도,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각 글이 사실 아주 단순한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어 놀랐는데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어떤 비결이 있나요?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것을 쓰는 사람에게 그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결정적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가 당신의 존재에 절대로 필요한 것이라면 독자들에게도 흥미롭게 읽힐 것입니다.
이 책을 어머니께 헌사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가족들은 이 책을 읽어보셨을까요?
이 책은 제 아버지의 죽음을 다루고 있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분을 가장 많이 사랑한 어머니의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어머니께 헌사하게 되었습니다. 형과 어머니 모두 이 책을 읽었고요. 대단히 좋아해주었습니다. 두 분 모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꼈다고 하더군요.
약간 두루뭉술한 질문이겠지만, 당신께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사람’은 저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과 친구들은 나라는 정체성을 정의하기도 하고요. 그들의 존재는 제겐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합니다.
「또 한 명의 죄인」에 쓴 작가관이 인상적이었어요. 작가관에 있어 그동안 추가되거나 바뀐 점이 있을까요?
제 인생에서 글쓰기의 역할은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다만 해마다 저의 상상력과 영혼 안에 존재하는 새로운 영역에 접근해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노력이 그칠 일은 앞으로도 없으리라 믿습니다.
‘허구의 헌사’에 관해 쓴 「가식을 담아서」 장도 인상적입니다. 요즘의 헌사는 어떻게 하시나요?
헌사를 적을 때 그 헌사가 진실을 담은 유일무이한 글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결국에 는 늘 아는 건 이름뿐인 초면의 낯선 사람에게 글 한 줄을 써줘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헌사를 써주는 대신 그림을 그립니다. 글과 달리 수천 번 같은 이미지를 그리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오거든요.
TV 시리즈 작업 때문에 많이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언제 어떤 환경에서 집필을 하시나요?
TV 시리즈를 촬영하는 동안에는 전혀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저한테 글쓰기에 가장 좋은 곳은 집이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한 아파트에서 25년간 살고 있는데요. 제 이야기의 대부분은 이곳의 같은 방, 같은 책상에서 집필되었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한국을 두 번 방문했는데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독자와의 교류에서 호기심 많고 열정적이며 다른 사고방식을 듣고 이해하기 위한 열린 마음을 가진 분들을 만나 행복했고요. 앞으로도 다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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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7년에트가르 케레트 저/이나경 역 | 이봄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혼란스러웠던 이 나날들은, 훗날 그들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성숙의 기간이었으리라는 희망이 엿보이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