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 가는 사람이 되는 법
이렇게 튀는 것으로 인기를 반짝 얻는 게 아니라 아동기부터 성인기까지 일관되게 호감형으로 분류되는 특징도 있었다. 이들은 위에서 분류한 유형중 인정/수용형의 성격인데, 아동기에 인정/수용형으로 분류된 아이를 십년후 찾아보니 취업이나 승진을 할 가능성이 높고, 만족스러운 친구관계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
글ㆍ사진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2018.12.10
작게
크게

rawpixel-1054659-unsplash.jpg

       언스플래쉬

 

얼마 전 단체 카톡방에 소환을 당했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송년회 스케줄을 잡기 위해 방을 만든 것이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나서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몇 명은 자주 만나왔는지 친근해 보였다. 어색한 마음으로 카톡방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인사말 중 한 명의 이름이 낯익었다. 그 시절 가장 인기 있는 친구였다. 아이들이 모두 따르고, 키도 가장 컸고, 언제나 눈에 띄는 행동을 하고, 선생님들도 모두 좋아하는 그런 친구였다. 요샛말로 핵인싸.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두가 부러워하던 만큼 지금도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어릴 때 인기가 많던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인기를 유지할까? 그렇다면 어떤 특징이 있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을 찾았다. 미치 프린스턴의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다. 저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로 ‘또래 집단 사이에서의 인기’라는 강의를 개설해서 유명해진 바 있다고 한다.

 

저자는 200명의 아동을 청소년기까지 인기를 중심을 추적 관찰했다. 9살에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자존감도 높고, 우울이나 불안도 적었다. 그런데 6년이 지나자 이들의 정서적 안정은 급격히 떨어졌다. 10대 중반의 청소년이 되자 우울하고 외롭고 불안정한 심리가 되었다. 조사를 해보니 9살때와 달리 10대 중반에는 공부를 잘하는 것은 인기의 척도가 아니게 되었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를 볼 때에는 여전히 중요한 호감의 척도지만, 10대가 된 다음에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더 중요해진다. 또 부모로부터 독립이 중요해지니, 부모나 교사의 인정은 수치스러운 일이라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10대들 사이에서 공부만 하는 것은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20대 이후에 어른이 되면서 비로소 똑똑한 것이 덜 수치스러운 공간을 찾게 되면서 심리도 안정을 찾게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심리적으로 주관적 척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시기에는 내적 인정보다 외적 인정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저자는 존 코이의 사회관계집단을 인용하여 4가지 특징이 있다고 소개한다. 첫 번째 인정/수용형은 지금 상황을 읽는 능력이 좋고, 상대의 숨겨진 감정을 잘 읽고 서로 교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능하다. 좋은 질문을 잘 하고, 유머감각을 갖고 있다. 이런 유형의 아동은 성인이 된 다음에도 자존감이 높고, 수입도 많고, 관계도 좋으며 건강하다.

 

두 번째 무시형은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으로 무리에 끼고 싶지만 자기 불안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한다. 어린 시절에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기보다 멀리서 바라만 볼 때가 많다. 성인이 된 다음에도 연애를 시작하는 게 느린 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편이나 성인기에 큰 문제는 없는 편이고 안정적인 편이다.

 

세 번째는 거부/배척형이다. 이들은 기분이 상하면 화를 내고 무례하게 방어를 하고 공격적 행동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걸 잘 모른다. 자기가 거부하는 것 만큼 자신도 똑같이 거부 당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 혼자서는 인기가 있다고 여긴다. 공격적이기에 실제 거부당할 경험을 덜 하기 때문이다. 연약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비난하곤 한다.

 

네 번째는 양면형이다. 처세에 능하고 공격적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일에는 전략적으로 사회성을 발휘하나 얻을 걸 얻기 위해서는 스스럼없이 타인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의 유형은 대인관계 패턴을 통해서 분류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대인관계에서 보상을 받고, 고립은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것과 같은 부위에서 느끼게 된다. 인기는 일종의 사회적 보상이 되며, 보상중추인 복측선조체가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이런 보상은 강한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 더욱 더 인기를 추구하게 행동이 변화한다. 이것이 모여서 자아존중감을 형성하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사람들의 평가가 자신에 대한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러다보니 그 시기에는 다른 아이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인기의 척도가 된다. 버지니아 대학의 조 앨런이 고등학교에서 잘나가는 아이들을 몇 년간 관찰조사했다. 이 시기에 지위가 높은 청소년은 연애를 먼저하고, 물건을 훔치거나 극장을 몰래 들어가는 일탈 행동도 가장 먼저 나타냈다. 이런 유형의 십대는 인기도 있었지만 거꾸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을 10년 후에 다시 찾아보았더니 성인이 된 다음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관찰되었다. 20대 때 술이나 마리화나 문제가 있는 빈도가 훨씬 높았고, 음주운전을 가능성이 높았다. 10대에 인기가 많던 아이는 성인이 된 다음에는 도리어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만족스러운 연애도 하지 못했다. 10대에 인기있고 유명한 것으로 높은 지위를 얻은 것이 도리어 독이 된 것이다. 그 시기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성인이 된 다음에도 유지하였는데 그건 성인기에는 도리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일 뿐이었다.

 

1.jpg

       언스플래쉬


이렇게 튀는 것으로 인기를 반짝 얻는 게 아니라 아동기부터 성인기까지 일관되게 호감형으로 분류되는 특징도 있었다. 이들은 위에서 분류한 유형 중 인정/수용형의 성격인데, 아동기에 인정/수용형으로 분류된 아이를 10년 후 찾아보니 취업이나 승진을 할 가능성이 높고, 만족스러운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연애를 하고 있었다. 이들의 성격 유형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보였다.


- 일반적으로 정서가 안정되어 있다.
- 똑똑하다.
- 기분이 좋을 때가 많다.
- 대화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다.
-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할 기회를 준다.
- 창의적이고 특히 난감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야할 때 더욱 그렇다.
- 집단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이런 특징을 보인 스웨덴 청소년 1만 명을 30-40년 추적해보니, 호감을 받을 요소를 많이 가진 청소년은 성인이 된 후에도 직업도 좋고, 몸도 건강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단절과 고립된 상태에 있는 사람이 높은 사망률을 예측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와 같이 호감을 얻을 수 있는 특성을 개발하고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비단 사회적 성공뿐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안녕과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인기 만을 추종해서 사람들이 놀랄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오랜 기간 호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청소년기에 이런 방식으로 인기를 얻었던 10대는 성인기에도 그런 방식을 유지하다가 도리어 부정적 역효과만 얻기만 했으니 말이다.

 

그것보다는 앞서 나열한 것과 같이 일관되게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며, 상대에 대한 기분 좋은 호기심을 갖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나 혼자 말을 하기보다 상대에게도 적절한 말할 기회를 주며 만족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상대에게 내가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찰나의 인기는 짜릿하지만 유지가 어렵고, 더 짜릿한 것을 찾는 중독적 요소가 있어 나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그보다 관계에서 은근한 호감을 얻고 어떤 상황에도 안정적 정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장 눈에 띄지 않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는 걸 책은 알려준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하지현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호감 갖는 법 #eBook
0의 댓글
Writer Avatar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