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수 탐험가 “우주인이 기록한 340일간의 ‘우주 출장기’”
인류가 계속 화성에 가는 이유는 미래의 과학자, 수학자가 될 아이들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글ㆍ사진 이수연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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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토크가 열린 YES24 중고서점 목동점



지난 10월 17일 YES24 중고서점 목동점에서 우주인 스콧 켈리 선장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파견된 1년을 기록한 책, 
『인듀어런스』 의 북 토크가 열렸다. 이날 북 토크는 문경수 과학 탐험가가 진행했다. 문경수 탐험가는 국내 1호 과학 탐험가이자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방문 연구원이다. ‘효리네 민박’,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네 명의 연예인과 문경수 탐험가가 MDRS(Mars Desert Research Station: 미국 유타주의 사막에 위치한 화성 탐사 연구와 화성 탐사 모의훈련 등이 이뤄지는 기지)에서 화성 탐사 훈련에 참여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탐험가로서 늘 우주에 호기심이 있던 문 탐험가는 “저자나 역자가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대중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출판사에 제안했다. 그만큼 나에게는 의미 있는 책이었다.”라고 말했다.


『인듀어런스』 는 스콧 켈리 선장이 1년 동안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며 그곳의 풍경과 일상을 기록한 충실한 기록물이자 우주인 스콧 켈리 선장의 속 깊은 이야기를 함께 풀어놓은 에세이집이다. 한 사람의 성실하고 구체적인 기록은 ‘우주’와 ‘우주인’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편견을 걷고, 막연한 미지의 세계를 그릴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한다.


문경수 탐험가는 『인듀어런스』 를 읽으며 독자와 나누고 싶었던 문장을 소개하고, 그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더해 이야기를 풀었다.

 

 

우주로 간 ‘인류의 대표자들’

 

미국 사회에서 우주인은 국가의 영웅과 같은 위치다. 저자인 스콧 켈리는 미국에서 ‘캡틴 스콧’으로 불린다. 우주 역사를 통틀어 우주에 가장 오래 머문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1년 동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했던 일을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서 우주 탐사 전체의 한 부분을 보여주고, 우주 탐사의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해보고 싶다.


스콧 켈리는 2015년 러시아에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갔다. 그는 쌍둥이인데, 형인 마크 켈리 역시 우주인이다. 쌍둥이이기 때문에 유전적 구조가 비슷한 두 우주인 중 한 사람은 1년 동안 우주에서 보내고, 한 사람은 지구에 머문다. 이때 두 사람의 DNA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신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질지를 연구하는 것도 이 프로젝트의 역할이었다.

 

“우주 비행 초기의 우주인에게는 조종술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21세기의 우주인을 선발하는 기준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 그리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 능력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고 비좁은 환경에서 장기간 체류하면서도 원만히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원 한 명 한 명은 모두, 고강도의 다양한 작업을 함께 수행할 동료 대원일 뿐 아니라, 룸메이트이자, 전 인류의 대표자다.” (69쪽)

 

그동안 우리는 우주에 간다고 했을 때 우주선이나 중력을 이기는 것만을 생각했다. 그것 역시 중요하지만, 사람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간다는 것은 이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에서 화성에 갔다가 돌아오려면 평균 4년이 걸린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 8개월이 걸리고,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지는 때를 기다려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만 2년 2개월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선 안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동료도 좋지만,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 지구를 대표해 우주로 향하는 우주인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내 승무원실 CQ로 간다. 이곳은 우주정거장 내에서 유일한 나만의 전용 공간으로, 공중전화 부스 하나 정도의 크기다. 2번 노드의 바닥, 천장, 좌현, 우현, 네 벽에 각각 하나씩, 네 개의 CQ가 배치되어 있다. (중략) 나는 침낭 속에 들어가 지퍼를 닫는다. 새 침낭의 느낌을 만끽해본다. (중략) 눈을 감고 있지만, 눈앞이 이따금씩 번쩍거린다. 우주방사선이 망막에 와 부딪히면서 빛이 번쩍거리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중략) 나는 한동안 잠들려고 애쓰다가 수면제 한 조각을 끊어 먹는다. 몽롱한 선잠 속에 빠져들면서 문득 생각한다. 이제, 앞으로 여기서 자야 할 340 밤 중 첫 밤이다.” (73쪽)

 

마지막 문장이 압권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잠자리의 괴로움을 토로하는데, 앞으로 남은 날이 339일이다. CQ는 우주인이 주거하는 공간이다. 고시원보다 작은 공중전화 부스 한 칸에서 340일을 보내야 한다. 밀폐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버텨야 하는 건 국제우주정거장이나 화성이나 마찬가지다. 나 역시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라는 프로그램을 찍으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 평소 나라면 어디에서든 잘 견딜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다르다. 일단 잘 견딘다는 건 어떤 여지가 있어야 한다. 가령 답답할 때 산책을 한다거나 해소할 만한 게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못하고 계속 같은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하니 스트레스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스콧 켈리와 마크 켈리는 우주에 도착한 첫날부터 피를 뽑아서 상태를 확인하고 검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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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탐험가

 


우주유영, 우주의 일상 등 사소한 우주를 이해하는 법

 

“ISS 외관은 거대한 음료수 캔 여러 개를 줄줄이 연결한 듯한 모양이다. 다섯 개의 모듈이 길게 일렬로 연결되어 있고, 그중 세 개는 미국 것, 두 개는 러시아 것이다. (중략) 내가 우주정거장 밖으로 나가볼 기회는 두 차례 계획되어 있는 우주유영이 전부다. 우주정거장 생활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아무 때나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선외활동복을 입고 우주유영을 나가는 일은 장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우주 정거장에서 최소 세 명, 지상 관제센터에서 수십 명이 쉴 새 없이 보조해주어야 하는 일이다. 우주유영은 우리가 궤도상에서 하는 모든 작업 중 가장 위험한 작업이다.” (95-96쪽)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우주에서 엄청나게 평화롭게 유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절대 아니다. 우주선 밖에 나가는 건 목숨을 걸는 거다. 아무 때나 나갈 수가 없다. 우주인 한 명이 밖으로 나갈 때는 실내에서 최소 세 명이 지원해야 하고, 지상 나사 기지국 관제소에서도 수십 명의 스텝이 움직임, 숨소리, 맥박 소리 등을 확인해야 한다. 왼쪽으로 세 발자국 움직이라는 식으로 발자국 수까지 정확하게 지시하는데 무조건 따라야 한다. 혹시라도 통신이 끊어지게 되어도 절대 혼자서 판단해서 움직이면 안 된다. 일단 주변에서 가장 높은 언덕을 찾아서 올라가 다시 통신을 시도해보고 그렇게 해도 안 되면 무조건 복귀해야 한다.


아주 조금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무조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들어갈 때도 버스 승하차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외부의 압력과 우주선 안의 압력이 다르기 때문에 ‘여압실’이라는 공간에서 3분 정도 머물다가 들어가야 한다. 우주유영은 보기에는 매우 멋져 보이지만, 우주에서 하는 작업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작업이다.

 

“나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데스티니’라는 미국 모듈에서 보낸다. 우리가 보통 간단히 ‘실험실’이라고 부르는 그곳은 최첨단 과학 실험실이다. 벽과 바닥과 천장에 각종 장비가 빼곡하다. 중력이 없으니 모든 면을 수납공간으로 쓸 수 있다. (중략) 워낙 어수선한 곳이라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은 일하기 힘들 수도 잇지만, 나는 자주 쓰는 물건을 몇 초안에 다 찾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찾고 싶어도 못 찾는 물건 또한 수두룩하다. 무중력 상태에선 물건들이 툭하면 홀연히 사라지는 통에 관제센터에서 분실물을 찾는 수배지를 이메일로 보내오기도 한다. 은행에 붙은 현상수배지 비슷하게 만들어서 보내온다. 가끔은 몇 년간 행방불명이던 공구나 부품이 어디 끼어 있는 것을 누가 찾아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가장 오랜만에 찾은 기록은 8년이다.” (97쪽)

 

8년 전 우주비행사가 잃어버린 공구는 무중력 상태에서 혼자 떠다니다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그걸 찾는 데 8년이 걸렸다는 이야기인데, 물건 하나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바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우주왕복선으로 배달을 해야 하는데, 우주왕복선 한 대가 우주에 들어가려면 1조 5천억 원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 하나하나가 귀하다. 그런데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잃어버리기 쉽다. 잃어버린 후에는 못찾는다고 생각하고,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빠르다. 강박증처럼 물건 하나에 매달리는 성격이라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데 앞으로 장기 우주 탐사를 할 때 3D 프린터를 가지고 가서 사라지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출력하는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MDRS에서도 3D 프린터로 없는 물건을 만드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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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실험대상이 된 우주인 ‘스콧 켈리’


“나사 과학자들은 우주정거장에서 실시되는 연구가 크게 두 범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범주는 지구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다. 가령 신약에 쓰일 화학물질의 특성 연구, 연료의 연비 향상 방안을 찾기 위한 연소 연구, 그리고 신소재 개발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범주는 미래의 우주 탐사를 대비한 연구다. 가령 생명 유지 장비의 테스트, 우주 비행의 기술적 문제 해결, 우주에서 인간의 신체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신기술 연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나를 주 대상으로 하는 실험들은 모두 이 두 번째 범주에 해당된다. (137쪽)

 

일반적으로 “왜 지구를 윤택하게 만드는 데 더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우주에 가는 소수에게 막대한 비용을 쓰느냐.”라는 비판이 있다. 이것은 정말 큰 오해다. 우주 탐사 덕분에 문명의 다양한 혜택을 본다. 전자레인지나 인터넷은 우주 개발하며 발명한 기술이다. 이처럼 우주개발을 통해 만든 기술은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들이 많다. 나사(NASA)는 한 번의 우주 탐사가 가지고 오는 경제적 효용 가치가 달 탐사에 들어가는 비용의 열 배라고 이야기한다.


아폴로 프로젝트가 시작했을 때 미국은 소련보다 먼저 우주에 사람을 보내려고 경쟁하듯이 달 탐사단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냉전체제가 끝나고, 달에 갈 만한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달 탐사는 큰 의미를 지닌다.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이 채 안 된다. 그런데 화성까지 가려면 몇백 배 시간이 든다. 달은 장기 우주 탐사를 할 때 정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화성이나 그보다 더 먼 행성으로 가기 위한 정거장으로 달을 활용할 수 있다. 만약 달에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걸 키우고, 발전소를 짓는 등 환경을 마련한다면 달은 훌륭한 정거장이 될 것이다.

 

“1년 동안 마크와 나를 비교하는 쌍둥이 연구, 1년간의 우주 체류가 미샤와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내 눈, 심장, 혈관에 관한 연구 등이 그것이다. 또, 내 수면 상태와 영양 상태도 연구 대상이다. 우주 비행의 영향을 유전자 수준에서 이해하기 위해 내 DNA도 분석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심리적, 사회적 측면의 연구도 나를 대상으로 실시 중이다. 이를테면 장기간의 고립과 칩거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137쪽)

 

인간의 신체가 무중력 상태로 들어가는 순간, 신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의 기능을 약화한다. 중력이 없으니 뼈가 약해진다. 혈액순환도 잘 안 된다. 또 우주에서는 머리 크기가 커지고, 몸무게도 달라지고, 키도 평균 2cm 이상 늘어난다. 가장 큰 문제는 심장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형과 동생을 매일같이 비교해서 분석하는 연구를 하다 보면, 우주의 환경이 지구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으며, 이 연구를 바탕으로 미래의 우주인들이 우주에 머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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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우주를 탐사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이 있었다. 결국 인류의 발전을 가속한 건 누군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알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호주의 한 사막에 지구상에서 화성과 가장 비슷한 곳이 있다. 나사 과학자들은 화성 탐사를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 실제 화성과 비슷한 환경이기 때문에 우주복을 입고 모의실험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훈련장 근처에 호주 원주민 마을이 있다.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서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니 다가와 “뭐 하세요?”라고 물었다. 아이의 질문에 우주복을 입은 과학자가 헬멧을 벗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30년 후에 사람을 화성에 보낼 건데, 너희 동네가 화성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훈련을 하는 거야.”와 같은 말을 자세히, 10여 분 동안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우주복 테스트를 할 때는 열다섯 명의 과학자가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아이의 호기심을 위해 시간을 쓰고, 열다섯 명의 과학자가 뒤에서 웃으며 지켜보는 것이다.

 

최근 나사의 화성 탐사 총괄국장을 인터뷰한 내용 중 이런 게 있었다. 기자가 “지구도 경기가 좋지 않은데 왜 나사는 계속 우주에 천문학적 비용을 쓰느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국장은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화성에 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다. 아마 계속 실패할 거다. 그럼에도 계속 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미래의 과학자가 되고, 수학자가 될 아이들을 자극하기 위해서다.”라고 답했다. 나는 이 한 문장이 우주탐사가 갖는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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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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