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대담』 저자 이용재 인터뷰
불확실한 현실에서 더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며 사는, 그래서 불안함을 안고 살지만 그 불안함에 잠식되지 않도록 버티는 국면에서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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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증가하고 있는 신규 창업자 수는 작년 한 해 동안 128만 명이 넘었다. 새로 사업자 등록을 한 음식점의 수는 18만 곳을 훨씬 웃돌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음식점 자영업자의 폐업률(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 신고 비율)은 90퍼센트를 넘어섰다. 새로운 가게 10곳이 생기는 동안 9개가 넘는 가게가 문을 닫은 셈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경제 규모 대비 과다한 자영업자 수, 대기업과의 갑을 관계, 임대료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놓여 있는 한편, 충분한 숙련 기간을 거쳐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 외식업에 대한 이해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 역시 문제의 주된 원인이다. 최근 인기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준비 안 된 식당 운영자들의 적나라한 모습과 그런 상황에서 실무 경력을 갖춘 전문가의 조언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듯 말이다. 달리 말해 음식 분야 (예비) 종사자나 (예비) 외식 창업자 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보다 현재 외식업 실무자들이 가감 없이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일 것이다.

 

『미식 대담』 에서는 음식 문화 비평 연작으로 펴낸 『한식의 품격』 ,  『외식의 품격』  등의 전작들과는 다른 형식을 시도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띄었습니다. 여러 외식업 종사자들을 직접 만나 나눈 대화를 기록해 책으로 엮어내셨지요. 이런 형태의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 동기나 취지가 궁금합니다.

 

독학으로 음식과 요리의 세계를 일정 수준 이해하고 있는 평론가로서 실무자의, 실무자만이 경험(즉 반복과 시행착오)을 통해 쌓을 수 있는 지식에는 항상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런 지식을 언어로 풀어내고 기록을 남기는 것 또한 평론가의 중요한 과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객관적인 비평 활동을 위해서도 개인적인 자리를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공적인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셰프, 파티시에, 쇼콜라티에, 바텐더 등 총 12명의 다종다양한 음식 분야 종사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그중에는 평소 업무 내용이나 현장에 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주류 브랜드 매니저, 음식 콘텐츠 전문 에디터 등도 포함되어 있고요. 인터뷰이를 섭외할 때 염두에 두었던 기준이나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혹은 책에 참여한 실무자들의 공통점을 꼽아본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등장하는 실무자 12명의 공통점을 꼽자면 ‘버티기’가 될 것입니다. 3, 5, 10년처럼 기한을 딱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책의 부제인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면서 살아남는 방법”이 말해주듯 확고한 ‘자신의 것’을 바탕으로 버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한편 출연자를 섭외하는 과정에서는 일단 몇 팀의 출연자들로 기초를 쌓아가면서 조금씩 큰 그림을 보았습니다. ‘메종 엠오’나 ‘박찬일’ 셰프 같은 경우는 꼭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상대였으니 우선적으로 섭외를 시도했고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하면서 자연스레 다음 단계의 주제나 대상 등을 구체화하면서 계속 섭외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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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일 셰프가 연 한식당 '광화문국밥'의 돼지국밥 (제공: 반비)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들은 여타 인터뷰 기사나 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는 셰프들의 현실적이고 진솔한 고민, 문제 제기, 고백이었어요. 얼마나 맛있고 얼마나 성공했냐를 어필하기보다, 음식을 완성하고 가게를 생존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거쳤는지 들려줍니다. 그 토로의 과정에서 영업 비결이라 할 만한 정보까지 풀어내고요! 이처럼 깊이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에는 인터뷰어의 역할이 컸을 텐데요, 각 대담을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가령 음식 비평가로서 현장 종사자들과 어떤 관점에서 대화하고자 했는지, 각 대담의 주제나 질문의 방향을 어떻게 잡았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친밀하지 않더라도 평소 음식, 업장의 환경, 음식 문화 잡지, 제품 홍보 활동 등 여러 형태의 결과물을 통해서 조리 실무자 또는 요리 외 음식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궁금증을 항상 담아두고 삽니다. 그런 궁금증이 오디오클립 「미식 대담」이라는 기회를 만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고 할 수 있겠죠.


전체 대담의 중반부터 가장 크게 의식한 사안은 ‘균형’입니다. ‘비단 직접적인 요리가 아니더라도 음식 관련 다양한 분야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 한편 여성의 목소리 담기를 소홀히 하지 말자.’ 이 두 가지에 대해 회를 거듭할수록 신경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음식과 요리에 대한 지식이 자연스레 그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흘러나와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되도록 질문을 구성했고요. 이를테면 ‘라 뽐므 & 에뚜왈’의 정응도 대표 편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말하자면 평론가로서 여러 가지로 뻗은 욕심을 잘 추슬러 담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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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종 엠오'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몽블랑 엠오 (제공: 반비)

 

 

보통의 책에 비해 비교적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낸 책입니다. 사전 준비를 해도 실제 대담 진행 시에 예상치 못했던 변수나 임기응변이 필요한 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을 것 같아요. 10번의 대담을 돌이켜봤을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인터뷰이,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 책을 만드는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띤 도전이었나요?


모든 팀이 나름의 이유과 의미로 다 중요했습니다만, 일단 첫 출연자로 섭외한 것처럼 ‘메종 엠오’의 두 셰프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바람을 오래 품고 있었습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최전성기 메이저리그의 선수가 KBO리그에 자원해서 활약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엠오의 디저트를 먹어오면서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개인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이야기 나눌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고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가장 크지만, 일단 「미식 대담」에서는 철학적인 측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식업에서 기술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그 기술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철학의 부재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미식 대담」에 출연하신 분들 못지않게 모시고 싶었으나 여러 이유로 섭외가 안 된 분들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섭외를 위한 소통의 과정 및 거절의 이유마저도 따로 「미식 대담」 한 편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식문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자영업의 암울한 현실에는 기본적으로 굵직한 한국 사회의 현안들,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전 정보와 경험 부족, 노쇼(no show)와 노드링크(no drink), 조리학교 편향, 가성비 만능주의 등 (예비) 외식업 종사자, 소비자, 음식 문화 차원의 문제점 역시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미식 대담』 의 저자로서, 외식?자영업의 문제를 논할 때 더 적극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지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로서는 ‘향유자’의 각성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등장하는 ‘향유자’는 ‘소비자’의 다른 표현입니다. 『미식 대담』 을 정리하면서 표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무엇보다 현재 소비자 의식이 그 자체로 너무 부정적인 의미(소위 ‘진상’)를 띠기 때문에 구분을 좀 짓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자영업 위기라는 것은 결국 이런 (음식과 요리의 지식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소비자가 생산자 또는 실무자로 전환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소비력, 즉 돈 외에도 생산자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평론가로서 부지런히 또 끊임없이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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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향신료 요리에 기반을 둔 '주반'의 피피아일랜드 (제공: 반비)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어떤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으신가요? 어떠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유용할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읽어나가면 좋을지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저는 글, 즉 콘텐츠를 만드는 프리랜서입니다. 사실은 자영업자인 셈이죠. 그래서 모든 출연자를 향한 질문은 한편으로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또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버티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불확실한 현실에서 더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며 사는, 그래서 불안함을 안고 살지만 그 불안함에 잠식되지 않도록 버티는 국면에서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어떤 작업들을 계획 중이신가요? 본격적인 음식 비평서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책을 꾸준히 시도할 계획이 있거나 『미식 대담』에서 비롯된 후속 아이디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미식 대담』 과 관련해서는 위에서 답한 것처럼 적어도 ‘시즌 2’의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맺는말에서 언급했듯 몇몇 목표들을 이미 세워놓은 상태이고요, 한편 원래의 작업 궤도로 돌아가 5년 전 세운 ‘외식?한식?냉면의 품격’에 이은 ‘음식 문화 비평 연작’의 다음 책 집필에 올해 안으로 착수할 계획입니다.

 

 

 

 


 

 

미식 대담이용재 저 | 반비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음식과 가게를 지속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한국 외식업의 최전선에 선 12인을 만나, 다방면의 주제에 대해 나눈 심도 깊은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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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