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운동은 참 얄궂어서, 열심히 할 때는 좋아지는 기미조차 없더니, 멈추자마자 몸의 이곳 저곳에서 위험 신호를 보내온다.
글ㆍ사진 최지혜
20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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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몸은 마음의 스승인 것 같고요. 몸이 가르쳐주는 것을 잘 들어야 해요. 몸을 무시해서는 안 돼요.” 김남주 번역가의 인터뷰 기사(http://ch.yes24.com/Article/View/36280)를 읽으면서, 지난 몇 년간 내 몸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만 잠시 운동을 쉬어 가려던 마음이,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고, 2년을 훌쩍 넘었다. 운동은 참 얄궂어서, 열심히 할 때는 좋아지는 기미조차 없더니, 멈추자마자 몸의 이곳 저곳에서 위험 신호를 보내온다.


아침부터 오른쪽 눈 밑이 따끔따끔하더니 결국엔 다래끼가 났다. 눈꺼풀 속에 작은 콩 모양으로 자리잡아 일명 ‘콩 다래끼’라 부르는 이 다래끼는 절대 그냥 없어지는 법이 없다. 말 그대로 ‘피눈물'을 봐야만 없어지는 다래끼인 것이다. 5년 전, 그 해에만 세 번 연속 생긴 콩 다래끼를 마지막으로 째고 나서야, 생존을 위해 미뤘던 운동을 시작했었는데…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온 건가 싶어 속이 상했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을 정말 싫어했다. 수십 번을 망설이다 겨우 용기를 내 뒤 구르기를 시도했는데 제대로 굴러보기도 전에 매트에 머리를 박아 안경이 부서졌고, 열심히 달리기는 했지만 늘 뜀틀 앞에서 주저하는 바람에, 날아 올라 뜀틀 너머의 세계로 가는 기분은 상상 속에만 남아 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술자리도, 불 같은 연애도 아니었다. 억지로 몸을 써야 하는 체육 시간이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엄청난 해방감을 가져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못하는 건 하기가 싫다. 운동을 못했으니 당연히 하기 싫었고, 하라는 사람이 없으니 운동하지 않고 그 시절을 지나왔다.


몸이 삐걱대기 시작한 건 입사한지 3년되던 해부터다. 처음에는 어깨가 뭉치더니, 그 다음에는 골반과 허리가, 그 후에는 등까지 통증이 온몸으로 번졌다. 건강 보조제를 챙겨먹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주사를 맞고, 마사지를 받고 몸에 좋다는 건 다 해봤지만 그때뿐이었다. 운동을 하기 싫어 어떻게든 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 헤맸지만, 사실 답은 간단했다. 몸을 제대로, 꾸준히 쓰지 않으면 평생 이렇게 살겠구나, 를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생 사건이든, 소소한 일상이든 행복은 오감으로 몸과 함께 온다. 그 순간에 그 풍경을 봐서, 그 사람의 손이 따뜻해서, 그 눈빛을 봐서, 그곳에 그 음악이 있어서, 내 숨이 살갗으로 느껴져서 행복하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 행복감은 몸을 훑고 지나가는 감각이다. 몸의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식물이 햇볕 쪽으로 온몸을 향하듯이, 행복한 감정을 일으키는 쪽으로 몸을 돌려가며 산다. 행복에 대한 센서는 살아 있는, 더 생생하게 살고자 하는 몸에서 나온다. 몸을 알아가는 일은 결국 자기만의 행복을 찾는 일이다. 
- 디아,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56쪽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 보면 몸의 존재를 잊게 된다. 행복하다고 느끼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가 했더니, 행복감이 몸의 영역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몸 곳곳에 자리한 감각들이 행복의 입구였는데, 이렇게 중요한 몸을, 움직이기 귀찮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방치했구나. 방치된 몸은 감각에 무뎌지고, 둔감해진 몸은 하루하루를 그저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렇게, 몸이 미뤄왔던 보복을 시작했다. “나 여기 있어! 제발 나를 알아줘!!” 통증으로 몸은 시위한다. 아프니까 비로소 몸을 돌아본다. 어깨가 아프니까 그제야 어깨를 만져주고, 걷기가 힘드니까 그제야 무릎을 두드린다. 몸의 아주 작은 부위 하나만 고장이 나도 삶은 삐걱대는데, 중요하지 않은 일에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만다. 뒤늦은 용서를 구하며, 몸 구석구석을 돌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 ‘마른 샤워’를 하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을 쏟으니 몸이 금방 눈치를 챈다. 몸의 생기를 단 시간에 불러 오는 방법으로는 이것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마른 샤워

 

하루 종일 몸 상태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훈련이다. 긴장을 풀고 선 채로(앉아도 괜찮다) 밝은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꼭 창가가 아니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이면 된다. 발을 바닥에 아주 안정된 자세로 대고 선다. 그러고는 마치 몸에 비누칠을 하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유를 가지고 셀프 마사지를 하면서 몸 구석구석을 깨운다. 동작은 온화하게, 혹은 몸에 활력이 생길 만큼 세게, 기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단, 지금 하고 있는 동작에 온전히 주의를 집중하라.


마사지를 마친 뒤에는 바로 움직이지 말고 잠시 그 자세로 서서 기분 좋음과 몸의 생기를 만끽한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이런 느낌을 온몸에 가득 채우듯 깊게 호흡하면서 마무리한다. 
- 플로랑스 비나이, 『몸을 씁니다』 28쪽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처럼 운동하는 법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 1) 운동화를 신고 2) 집 밖으로 나가면 3) (신기하게도) 몸을 쓰게 된다. 무더운 여름이 끝나고 나면, 정말로 운동을 시작해야지. 더는 미루지 말아야지. 더도 말고, 딱 오늘만큼의 분량만 몸을 쓰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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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좋은 건 좋다고 꼭 말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