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에 앞서 ‘보는’ 세상이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북튜브(Booktube) 이야기다. 그동안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팟캐스트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소개하거나 대신 읽어주며 열과 성의를 다했지만 유튜브에서 책을 소개하는, 일명 북튜브 채널의 증가 속도와 영향력에 비해선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데, 글보다 영상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전 지구적인 상황에서는 당연한 흐름이다. 10대들은 팝 스타나 영화 스타보다 유튜버 스타들에 열광한다고 하지 않던가. 비단 10대뿐 아니라 그 이상 20~30대들도 유튜버의 조언대로 여행하고 학습하고 정보를 얻는다.
북튜브의 구독자들 역시 영상에 소개된 책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댓글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소개받고 싶은 책을 요청하기도 하고, 스스로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가 되고 싶다는 관심을 피력하기도 한다. 책에 관한 열렬한 소통의 장에 출판사가 관심을 갖는 것 역시 당연한 현상이다.
북튜브는 책과 유튜브의 합성어다.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말한다. 주로 하나의 주제에 맞춰 책을 선정하거나 새로 나온 책을 다루거나 운영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소개하거나 책과 함께 소모할 수 있는 제품을 정보성 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북튜브 채널 운영자인 북튜버(Booktuber)들이 제법 활발하게 자리 잡아왔다. 대표적인 채널이 사샤 알스버그가 운영하는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다. 이 채널은 정기 구독자만 37만 명이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어북유토피아의 장점은 밝고 자연스러운 연출이다. 책을 읽는 상황이나 장소도 책에 따라 달리 설정하고, 분장을 하고 등장인물 연기도 한다. 연령대별로 좋아할 만한 책을 리스트업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만화책도 포함된다. 수준이라는 잣대로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다. 많은 이가 어북유토피아를 통해 독서는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났다고 댓글을 올리는 이유이다.
겨울서점
국내에서는 ‘겨울서점(Winter Bookstore)’이 가장 대표적인 북튜브 채널이다. ‘겨울서점’은 대략 7개 정도의 섹션을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소개한다. 소개 책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따로 읽어주거나, 얼리어답터의 IT 제품 상자 개봉기처럼 택배로 받은 책 꾸러미의 언박싱 중계를 한다. 또 독서와 관련한 제품을 소개하고 선정한 책의 일부를 진지하게 낭독하기도 하는데 운영자인 김겨울 씨의 차분하고 집중력 있는 목소리 톤이 크게 빛을 발한다. ‘겨울서점’에서는 책과 관련한 모든 것을 소개하는 셈인데, 이런 다양한 방식의 책 소개는 구독자 5만5,000여 명을 생성한 힘의 원천이다.
다이애나의 책장
또 다른 북튜브 ‘다이애나의 책장(Diana’s Bookshelf)’ 역시 인기를 얻고 있는 채널이다. 1만7,000여 명의 구독자가 ‘다이애나의 책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운영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책과 목소리만으로 승부하는데, 다른 제품이나 상황 연출을 하기보다는 책 그 자체에 대한 소개가 충실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 밖에도 다양한 영상과 사진을 활용해 책을 소개하는 ‘책그림’과 책 속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해주는 ‘책읽찌라’도 꾸준히 구독자를 보유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미디어인 유튜버라는 직업군이 큰 사랑과 지지를 받는 요즘, 북튜버의 등장은 너무나 당연하다. 북튜버는 직접적인 책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관련 제품을 보여주거나, 낭독과 리뷰, 현장 소개를 곁들이는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책 시장의 지평을 넓힌다는 평가를 얻는다. 또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동영상 시장 환경 속에서 안정감과 깊이를 갖고 있다는 평도 북튜버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하는 이유다. 이런 시선 속에서 북튜버와 함께 홍보하기를 원하는 출판 업계의 러브 콜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여러 출판사가 유명 북튜버와 함께 기획전을 진행한 바 있다. 물론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 잡은 이상 경제적인 보상은 당연하다.
책을 읽지 않으려는 시대에 책을 대신 읽어주고,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서점으로 향하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북튜버들의 역할은, 그래서 시선을 모으고 기대를 갖게 한다.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