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개무룩’ 달리의 일상 담은 책”
달리의 주인 이지은 작가가 유기견 달리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달리와 함께한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글ㆍ사진 이수연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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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에 앉은 달리

 


난 달리에게 곁을 조금 내어줬을 뿐인데, 달리는 우주를 얻은 듯이 온 마음을 내게 주었다. (213쪽)

 

지난 8월 1일, 당인리책발전소에서  『달려라, 달리』  북 토크가 열렸다.  『달려라, 달리』 는 달리의 주인 이지은 작가가 유기견 달리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달리와 함께한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이지은 작가는 2013년 2월 24일, 동물병원에 버려진 달리를 처음 만났다. 선배의 동물병원에 입원한 달리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던 당시 애인의 권유 때문이었다. 애인과 달리 이지은 작가는 다시 반려견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반려견 달구가 하늘나라로 간 후 했던 다짐이었다. 보고만 오자던 애인의 말에 이끌려 병원 주차장에서 달리를 처음 만났다. 애인의 손에서 그의 품으로 온 달리는 다시 동물병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이지은 작가를 꼭 붙잡고 놓지 않는 달리를 어쩔 수 없는 셈 치고, 데리고 왔다. 달구의 이름을 따 ‘달리’라고 불렀다. 먼저 손을 내민 달리 덕분에 이지은 작가의 삶도 변하기 시작했다.


“달리를 만나기 전에는 버려진 강아지들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달리를 만나고, 달리와 비슷한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제 세계도 확장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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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은 작가(닉네임은 달숙 언니다)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개는 더 깊은 교감을 나누고 소통하기 위해 사람의 감정에 주목하고 표정을 모방하게 된다고 한다. (중략) 달리는 놀랄 만큼 풍부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 나와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한 것일까?” (50쪽)

 

달리는 표정이 풍부했다. 이지은 작가는 혼자 보기 아까운 달리 사진을 올리기 위해 SNS에 달리 페이지를 만들었다. 김치전을 보고 기대했다가 한 점도 얻어먹지 못하자 갑자기 얼굴에 그늘이 지는 달리의 표정을 포착해 사진을 찍었다.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한 것이 재미있어 SNS에 올렸고, 순식간에 퍼졌다. ‘개무룩’이라는 낱말도 이때 유행했다. 달리의 일상 사진은 더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았다. 아픔이 있는 달리가 조금씩 극복하고 성장하며 밝게 자라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묘한 위로를 주었다. 당인리책발전소에 모인 사람들은 달리를 직접 만나고, 그동안 달리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다음은 참석한 관객과 이지은 작가의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산책을 하다가도 개를 만나면 무서워서 꼬리를 숨긴 채 피하기 바빴는데 어느 날부터 더 이상 숨지 않았다. (중략) 자기보다 몇 배나 큰 개를 봐도 기세가 밀리지 않았다.” (78쪽)


달리에게 가장 고마울 때는 언제인가요?


달리에게 가장 고마울 때는 미안할 때랑도 같은 말인데요. 어딜 가나 너무 착해서, 그게 고맙고 미안한 것 같아요. 어딜 가도 얌전하고 잘 적응하거든요. 달리가 모든 걸 제게 다 맞춰주는 것 같아요. 달리는 아마 불구덩이를 가리키면서 괜찮다고 말해도, 들어갈 거예요. 그게 정말 고맙고 미안해요.

 

달리랑 다시 여행을 간다면 어딜 가고 싶은지 궁금해요.


9월에 달리와 뉴욕에 가려고 해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한 가지 더 자랑하자면 그동안 열심히 모은 카드 포인트로 일등석을 예약했어요. 일등석은 문을 닫으면 우리만의 공간이더라고요. 달리에게 더 편한 여행이 될 것 같아서 좋아요.

 

달리가 소고기를 좋아하잖아요. 혹시 특별히 좋아하는 부위가 있나요?


특별히 좋아하는 부위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등급이 높을수록 좋아해요. (웃음) 캠핑 같은 데 가면 보통 돼지고기를 먹잖아요. 달리를 위한 소고기를 조금 준비해야 해요. 소고기가 있는데 목살을 주면 씹다가 뱉어요. 확실히 소고기를 좋아해요.

 

달리가 예쁜 옷이 많잖아요. 혹시 달리가 선호하는 옷이 있나요?


달리는 제가 해주는 대로 입어요. 만약 제가 등에 바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혀준다고 해도 그게 좋고, 예쁜 건 줄 알고 입을 거예요. 제 취향에 맞춰주는 것 같아요.

 

달리가 분리불안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요?


여러 방법을 쓰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건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거였어요. 1분도 떨어지지 않는지 몇 년이 됐어요. 늘 같이, 그림자처럼 다니고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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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를 향한 취재 열기

 


달리가 언제부터 마음을 열게 됐는지 궁금해요.


첫 만남부터 저를 잡고 놓지 않았잖아요. 근데 그때는 정말 마음을 열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렇게 집에 같이 와서 한동안은 그냥 껍데기 같았어요. 눈도 멍하고, 아무 생각도 없어 보였어요. 언제부턴가 눈빛에 힘이 생기더라고요. 어느 날엔 집에서 나무늘보처럼 편안하게 자기 시작했어요. 아마 마음을 연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보면 달리가 하나같이 너무 예뻐요. 예쁜 표정을 짓게 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처음엔 소고기였어요. 소고기 준다고 하면 예쁜 표정을 지었어요. 이제는 너무 많이 해서 안 속아요. 계속 방법을 바꿔가면서 하고 있어요.

 

달리랑 같이 밖에 나오면 사람들이 알아볼 것 같아요.


일단 번화가에 가면 한 분 이상은 알아보세요. 제 행색이 너무 초라할 때는 아닌 척하고 싶은데 달리가 세 발로 막 깡충 거리면서 특유의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아닌 척 하지도 못해요. (웃음)

 

사인회 때문에 달리가 스트레스 받을까 걱정이에요. 짖는 영상을 봤거든요.


지난 사인회 때 달리가 짖어서 걱정하는 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달리는 사람이 많든 적든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때 셀카 찍으려고 간식을 카메라 쪽에 들고, 달리가 보게끔 했거든요. 그런데 자꾸 간식을 안 주니까 간식 내놓으라고 한 거예요. 또 사진 찍고 가는 분들이 달리한테 “안녕~” 하고 인사하셔서 달리가 흥분했던 것 같아요. 헤어질 때 인사하는 소리를 달리가 제일 싫어하거든요. 집에 가자마자 소고기를 발로 툭툭 치면서 구워달라고 해서 소고기 먹고 잤어요. 스트레스받지는 않았어요. (웃음)

 

달리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나요?


달리가 처음으로 짖지 않은 친구가 소망이라는 친구예요. 달리가 개를 보면 마구 짖고 싫어하거든요. 달리 덕분에 저도 많은 인연을 만났는데, 그중 곰지, 소망이, 사랑이를 보호하는 분들이에요. 소망이는 2011년 공사장 인부 둘에게 돌팔매질을 당한 강아지를 임시 보호하던 분이 입양했는데, SNS 통해서 만나게 되었어요. 곰지는 달리보다 언니인데요. 5개월 전에 울산 보호소에 있다가 입양된 아이예요. 보호소에서 가장 입양되기 힘들겠다고 이야기해서 곰지 언니가 데리고 왔대요. 사랑이는 길에서 떠돌던 친구인데 열 살이 넘었어요. 보호소에 들어왔을 때부터 종합병원 수준이었어요. 한쪽 눈은 녹아내려 있었고, 생명이 위험한 정도라고 그래서 임시 보호하던 부부가 사랑이를 데리고 갔어요. 몇 개월 데리고 있었는데 폐에도 문제가 있고, 유선 종양도 있고, 종합병원 수준이었던 거예요. 그때 이 부부가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대요. 이렇게 손이 많이 가고, 돈이 많이 드는 아이니까 우리가 데리고 있자고 입양 결심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전에는 이런 분들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했고, 만나면서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만약 달리가 떠나서 동생을 데리고 와야 한다면, 물론 이분들처럼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보호소에서 데리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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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 소파에 앉은 달리

 


평소 달리가 다리 아픈 걸 많이 의식하나요?


일단 미끄러운 데서는 넘어질까 봐 의식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넘어져서 앞니도 빠졌거든요. 그래서 엄청나게 조심해요. 평소엔 잔디밭이 아니면 잘 못 걸어요. 잔디도 좋아하는 취향이 있어요. 밟으면 다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달리가 특별히 좋아하는 잔디밭에 가면 의식하지 않고 잘 다녀요.

 

달리 이전에 키운 달구가 생각나진 않으세요?


달구 생각하면 미안한 게 너무 많아요. 제가 너무 어렸을 때 키워서 못 해준 게 너무 많거든요. 원래 강아지는 양파를 먹으면 안 되는데 달구는 저랑 당구장에서 함께 자랐어요. 같이 짜장면이랑 양파 먹고, 커피 같은 거 나눠 마셨어요. 해서는 안 되는 모든 것을 하고 자랐죠. 혼자 집도 많이 보고요. 달구한테 미안한 마음 때문에 달리한테 더 잘해주는 것 같아요. 또 달구는 정말 영리했거든요. 제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었는데, 산책가자고 했다가 “뻥이야!” 하고 말하면 에이, 하고 픽 돌아섰어요. 달리를 데리고 오기 전까지는 모든 개가 다 그렇게 영리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달리가 처음에는 정말 바보같아서 놀랐어요. 이제는 많이 똑똑해졌어요. (웃음)

 

달리가 수영을 좋아하나요?


달리가 수영을 잘한다기보다는 안 하면 빠져 죽으니까 하는 거예요. (웃음) 그런데 달리는 다리 때문에 땅에서 운동을 못 하니까 수영을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그래서 수영을 많이 시키는데, 좋아하진 않아요.

 

달리 입양 10년 되는 해의 계획이 있나요?


어떤 계획을 세우고 달리를 키우는 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달리가 정말 많은 분께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 제 목표는 달리가 하늘나라에 먼저 갔을 때 사람들이 달리를 떠올렸을 때 사랑을 많이 받을 만했던 강아지였다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제가 달리 이미지에 해가 되지 않도록 행동도 자제하고요. (웃음) 달리가 뮤직비디오 여주인공하고, 공익 광고한 수익은 다 친구들을 위해 쓰게 했어요. 달리처럼 상처받은 친구들 많이 도우려고요.


 

 


 

 

달려라, 달리!이지은 저 | 김영사
주인을 만나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인간과 강아지가 함께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하면서도 뭉클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매일매일 일상에 행복을 전하는 사랑스러운 달리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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