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책방] 빅데이터가 밝혀낸 우리의 거짓말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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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우리의 거짓말을 밝혀내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 , 노년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어떻게 늙을까』 , 경제적 인간이라는 허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 을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저/이영래 역 | 더퀘스트

 

인터넷 검색 기록이 오랜 기간, 많은 양이 쌓인다면 ‘사람들이 어느 시기에 무엇을 생각하고 찾았는지’ 알 수 있겠죠. 『모두 거짓말을 한다』 는 바로 그 내용을 밝혀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이 방대한 양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쉽게 술술 읽혀요.


저자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구글 트렌드’를 연구했는데요. 그가 쓴 논문을 보고 구글이 데이터 과학자로 채용했습니다. 논문의 내용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에 인터넷에서 관찰된 대중의 반응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그때 많은 이들이 시대의 긍정적인 변화라면서 열광했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구글에서 ‘깜둥이’를 뜻하는 ‘nigger’라는 단어가 엄청 많이 검색됐다고 합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모두 거짓말을 한다』 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자는 빅데이터를 두고 ‘디지털 자백약’이라고 말하는데요. 우리가 겉으로 보고 짐작하는 바와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자백하듯 털어놓는 내용들은 사뭇 다르다는 거예요.


‘익명성’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서, 누군가를 혐오한다거나 이성과의 잠자리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말하지 않잖아요. 설문조사에서도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가 잡히지 않아요. 그런데 인터넷 검색은 내 방에서 혼자, 익명성에 기대어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솔직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거죠. 우리의 민낯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나오는 거예요.


한 예로 구글의 자동 완성 기능을 보면, ‘…… 싶은 것이 정상인가요?’라고 입력했을 때 첫 번째 제안으로 나오는 게 ‘죽이고’라고 합니다. ‘……를 죽이고 싶은 것이 정상인가요?’라고 입력하면 첫 번째로 등장하는 제안은 ‘가족’이고요. 죽이는 행위로 이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충동은 많은 사람들이 느낀다는 건데요. 빅데이터를 관찰하다 보면 누구를 죽이고 싶다거나 자신이 죽고 싶다는 검색어가 굉장히 많다고 해요. 보통 우리가 생각할 때,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검색하는 사람은 위험인물이니까 사회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러한 검색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서 우리 삶에 적용시킬 것인지’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 양식을 분석한 결과는 언제나 흥미롭잖아요. 『모두 거짓말을 한다』 는 그런 내용들을 주제별로 모아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톨콩의 선택 - 『어떻게 늙을까』
다이애너 애실 저/노상미 역 | 뮤진트리

 

부제가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너 애실이 전하는 노년의 꿀팁’이에요. 저는 ‘노년의 꿀팁’이라는 표현을 보고 반해서 읽게 됐는데요, 예상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어요. 잘 늙는 것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고요. 다이애너 애실이라는 저자는 1917년에 영국에서 태어난 분이에요. 지금은 100세, 101세 정도 되셨을 텐데요. 73세까지 거의 반 세기 동안 편집자로 활동했고 필립 로스, 노먼 메일러, 잭 캐루악, 진 리스, 시몬 드 보부아르 등등 굉장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작품을 다듬었어요. 그야말로 전설적인 편집자이죠. 또 작가이기도 해요. 여러 편의 글을 썼고 『어떻게 늙을까』 도 회고록이에요. 89세, 90세 정도에 쓴 글이고요.


책에 이런 부분이 있어요. 89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운전을 하는데, 사고를 내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만큼 컨트롤이 잘 안 된다는 위험성도 알고 있어요. 나도 곧 운전을 그만둬야지, 라고 생각은 하는데 쉽지 않은 거죠. 발과 발목이 아파서 걷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런데 운전을 하면 행동반경이 훨씬 넓어지는 거죠. 젊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속도로 움직일 수가 있는 거예요. 만약에 ‘운전을 할 때 이렇게 해라’라고 말한다면 ‘노년의 꿀팁’이 될 텐데요. 그렇기 보다는 운전을 그만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에요.


뜻하지 않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재밌었던 부분은 ‘나의 남자들’이라는 챕터였어요. 본인이 정말 어렸을 때 반했던 남자부터 시작해서 ‘나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노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 불가한 관계가 평화롭게 이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그 부분이 정말 놀라웠어요. ‘나의 남자들’ 2부는 ‘샘’이라는 단 하나의 남자에게 바쳐져요. 다이애나가 60대에 들어섰던 무렵부터 7년 정도 관계를 이어갔던 남자인데요. 격정적이고 드라마가 명멸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은 유머러스하기도 하고요. 저는 특히 이 책의 마지막이 좋았는데요. 어떤 메시지를 꼭 전하겠다는 마음이 없어요.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라는 내용도 없고요. ‘멋진 한 마디를 하고 싶지만 그조차도 못 하겠네’ 정도의 태도를 보여줘요.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산 사람들이 쓴 책을 읽어 보면 미리 체험을 해볼 수 있잖아요. 상상도 해볼 수 있고요. 『어떻게 늙을까』 도 그래서 좋은 것 같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
피터 플레밍 저/박영준 역 | 한스미디어

 

경제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어떤 식으로 기능하지 않는가를 다룬 책입니다. 고전경제학이나 이후의 신자유주의경제학에서 경제적 인간을 그리는 태도가 있잖아요.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그것이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건데요. 이 생각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병들게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리고 인간의 또 다른 측면-호혜적이거나 정치적인 부분들, 생물적으로써의 몸-은 다 지워지고, 오로지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로써 부각되는 현실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피터 플레밍은 런던시립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요. <가디언>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이에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개념이 90~95%의 노동자들에게 박혀 있다고 해요. 오히려 자본가들에게는 별로 그런 생각이 없고요. ‘내가 인적 자본으로써 더 스스로를 계발하고, 노동을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해야겠다’는 생각이 노동자에게만 국한되어 있다는 거죠. 이미 자본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자본이 계속 불려나가는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적 인간이 아닌 거죠. 그 사람들은 ‘내 인적 자원을 계발해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 없이도 그냥 계속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행동경제학도 비판하고 있는데요. 대니얼 카너먼이라는 분이 『생각에 관한 생각』 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왜 비합리적으로 움직이는지 따라가는 책인데요. 그런 경제학조차 자본이 자본을 먹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국가나 기업이 비용을 들여서 ‘사람들이 어떻게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 연구하고, 그걸 고스란히 활용해서 ‘어떤 식으로 물건을 팔 수 있는지’ 알아낸다는 거죠.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 은 신유주의경제학까지 비판하면서, 경제학이 어떻게 허구로써 기능하는지 보여줘요. 경제학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다른 경제학 책을 읽어 보시고 나서 이 책을 보시면 화룡점정을 찍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를 쓰나미에 비유하는 챕터가 있어요. 쓰나미를 네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기척이 보이고, 두 번째로 지진이 일어나고, 세 번째로 해일이 덮쳐온대요. 그때 생기는 건물의 잔해나 사체 같은 걸 파도가 바다로 휩쓸어가는 게 마지막 단계라고 하는데요.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에 계속 재건하려고 애쓰는 지금이 ‘파도가 다시 모든 걸 바다로 휩쓸고 가는 재앙의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위기론이나 음모론을 다루는 책은 아니고요. 자본주의에 대해서, 그리고 경제적 인간이 얼마나 허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제안하는 책입니다.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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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