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앨범 <0 1=1>의 첫 주 판매량이 40만 장을 넘기지 못했다. 데뷔 EP <1X1=1 (To Be One)>과 리패키지 음반 <1-1=0 (Nothing Without You)> 모두 발매된 주에 40만 이상 판매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의아한 결과다. 한창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시기에 겹친 악재도 한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앨범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
「부메랑」을 필두로 한 이번 음반은 그동안 꾸준히 비판받았던 YMC 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소산이다. 가장 큰 문제는 명확한 컨셉과 서사 없이 발표하는 곡들이다. 의지와 열정을 불태웠던 데뷔 앨범 이후 리패키지 음반 <1-1=0 (Nothing Without You)> 타이틀 곡인 「Beautiful」은 활동을 막 시작해 팬들과 교감을 할 시기에 전해준 갑작스러운 이별의 아픔이었고, 이번 「부메랑」에서는 돌연 잘나가는 남자를 연기했지만 부족한 무대 수행력으로 그 매력은 반감되었다.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과 개연성이 부재한 무계획적 컨셉은 아이돌이라는 상품에 치명적이다.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더 많은 대중에게 나아가야 할 때 팬 송 「약속해요(I.P.U)」를 타이틀로 염두에 두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은 해당 기획사가 대형 그룹을 이끌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 시장이 얼굴로 먹고산다는 말은 옛 소리다. 팝송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댄스곡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선보이며 (표절 의혹도 적지 않지만) 국내에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소개하는 역할은 아이돌의 몫이 된 지 오래인 현재 가요계에서 「약속해요(I.P.U)」, 「We are」 같이 철 지난 이디엠만으로 채워진 앨범은 시대의 흐름에 둔감한 YMC의 기획력을 보여준다. 트랩 비트가 만사 해결책인 양 앨범 곳곳에 집어넣었지만 「Gold「의 하이햇은 거대한 사운드에 매몰되고, 트로피컬 사운드 덕분에 한층 뒤처진 듯한 「We are」과 결이 다른 구간을 여러 개 배치해 집중력을 흩뜨려놓는 「부메랑」의 날카로운 전자음은 연속된 힙합 기반의 트랙과 맞물려 피로감이 몰려온다. <1-1=0 (Nothing Without You)> 수록곡 「갖고 싶어」에서 합을 맞췄던 정호현(e.one) 작곡의 「보여」만이 세련된 퓨쳐베이스를 내세울 뿐이다.
「에너제틱(energetic)」 이후로 이렇다 할 음악적 반향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11명의 각개전투로 미디어를 통해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개그맨도, 연기자도 아닌 음악인이다. 멤버 개개인의 역량과 팬에 편승하는 전략이 안일하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