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져보는 일”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책 읽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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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되는 일 하나 없던 20대 때였습니다. 낮에는 봉제공장에서 보조사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이었지요. 어쩌면 저는 그때 활자화된 책보다 모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엄마라는 책을 운 좋게 읽게 된 뒤로 본격적인 책 읽기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는데요. 돌이켜보면, 그 시절엔 틈만 나면 책을 미친 듯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세상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있구나.’ 하는 걸 깨닫기도 했는데요. 등록금 고지서 앞에서 쩔쩔매던 시절이었지만 저는 그때 급여의 10~20%는 무조건 책을 사서 읽는데 썼던 거로 기억됩니다. 그보다 먼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요. 타관으로 돈 벌러 간 아빠 대신 담임선생님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읽고 쓰는 일에 신나게 매진하던 일이 새삼 떠오릅니다.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책 읽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뭘 알아야 물음표를 찍어볼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책을 가까이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 책’도 좀 더 깊게 읽게 되고, 나무나 별 같은 ‘자연 책’도 좀 더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될 텐데요. 십 년이든 이십 년이든 꾸준히 책을 읽은 사람의 삶은 분명 다를 거라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눈도 밝아지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눈도 분명 깊어질 거라 여겨집니다.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나답게 사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여전히 오래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의 삶을 보듬어보는 책 읽기와 더불어 ‘땀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하는 편인데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저마다 귀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풀 이름이나 나무 이름을 하나하나 더디게 익혀가는 일도 매우 흥미로운데요. 당분간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 관한 책이나 자연에 관한 책을 좀 더 깊게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연하게도 문학작품 읽기는 여전할 것 같고요.

 

작가님의 최근작인 『아홉 살 함께 사전』 과 관련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는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을 텐데요. 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연스레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책을 쓰고 싶었는데요. 엄마 아빠도 이 책을 통해서 아이의 마음과 행동을 온전히 이해하고 아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큽니다. 이 책은 아이 혼자 읽기보다는 엄마 아빠 혹은 선생님이 같이 읽으면 좋겠는데요. 이 책을 통해 많은 얘기와 생각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명사의 추천

 

한국의 나무
김진석 저 | 돌베개

숲에 갈 때나 뒷산에 오를 적에 도시락처럼 가방에 넣고 다니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참나무과 나무인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와 갈참나무와 졸참나무와 신갈나무와 떡갈나무를 어쭙잖게나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뭉뚱그려 참나무라고만 부르다가 진짜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띄엄띄엄, 우연히 만나는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뿐인데 나무에게서 받는 위로가 큽니다.

 

 

민들레 피리
윤동주, 윤일주 글/조안빈 그림 | 창비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동시집입니다. 동주와 그의 동생 일주가 쓴 동시편들인데요. 침울하거나 마음이 탁한 날 읽으면 좋습니다. 혹독한 시절의 하루하루를 이렇듯 맑고 투명한 동시를 쓰며 가까스로 견뎠을 텐데요. 두 형제의 동시는 순하고 애틋하고 다정하고 아름답습니다. 제1부에서는 윤동주의 동시를 만날 수 있고, 제2부에서는 윤일주의 동시를 만날 수 있는데요. 모두가 시큰하게 따뜻합니다.

 

 

 

백석
정효구 저 | 문학세계사

백석을 지독히도 앓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책을 펼쳐보니 '버찌가 토끼 똥처럼 떨어져 있는 벚꽃 길 벤치에 앉아 백석 시편을 읽었다.'는 메모가 먼저 반기는데요. 평안도 방언 앞에서 끙끙대던 흔적과 백석을 흠모하던 자취가 책갈피 곳곳에 너덜너덜 남아있습니다. 문청시절을 지나 문단 말석에 이름을 올린 뒤로도 한동안 끼고 살았는데요. 지금도 잠이 멀어진 늦은 밤에 꺼내, 백석 냄새를 맡곤 합니다.

 

 

 

 

 

 

박정만 시전집
박정만 저 | 해토

박정만은 엄혹한 시절의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당한 뒤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다 떠난 시인입니다. 시인은 1981년의 고문 후유증으로 몸이 극심하게 악화되어 갔는데요. 1987년에는 20여 일 동안 무려 300여 편이 넘는 시작품을 써내어 문단 안팎에 회자되기도 합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지만 박정만은 폭력 현실을 시로 맞섬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시세계를 펼친 시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녁별
송찬호 저 | 문학동네어린이

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은 빼어난 동시집입니다. "서쪽 하늘에/저녁 일찍/별 하나 떴다//깜깜한 저녁이/어떻게 오나 보려고/집집마다 불이/어떻게 켜지나 보려고//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저녁별」 전문). 시인은 어떻게 이렇듯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까요. 아무 쪽이나 펼쳐 읽어도 고개가 기분 좋게 끄덕여지고 마음이 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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