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아이들과 동시 모임을 하는 시인
동시의 매력은 너무나 많아서 다 말하기 어렵지만, 첫째는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이에요. 시는 내 상처에 소금을 뿌려 더 처절하고 아프게 나를 단련하는 일인 것 같아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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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시 익산 성당초등학교 운동장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동시 읊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학교 교감인 임미성 시인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맛있겠다’ 동시 모임이다. 동시로 역할극도 해 보고 자유롭게 느낀 점을 말하기도 한다. 해마다 아이들이 쓴 글과 시를 모아 학급 문집도 만든다. 그러면서 동시를 다시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시인. 그것이 첫 동시집 『달려라, 택배 트럭!』 으로 태어났다. 2013년부터 쓴 동시가 약 500편, 그중 첫 번째 택배 트럭에 고르고 골라 담은 시는 45편이다. 소리 내어 읽을 때 즐거움이 있는 시, 반전과 울림이 있는 시, 독창적 시선으로 대상을 새롭게 바라본 시,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 준 시가 우선적으로 실렸다.

 

『달려라, 택배 트럭!』 은 제4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본심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의인화 수법으로 시를 재미있게 구부리거나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일상으로 만들어 내는 힘이 돋보였다(권영상), 톡톡 튀는 발랄한 말투와 상상력, 어린이의 생활공간이나 심리에 가까이 다가가 길어 올린 작품(이안), 아이의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대상에 접근할 때 화자의 위치를 바꾸거나 다채로운 발성을 보여 준다(안도현)는 평을 받았다.

 

『달려라, 택배 트럭!』 , 첫 동시집을 냈습니다. 그동안 써 온 수백 편의 작품 중 몇십 편만 동시집에 실렸는데, 동시를 선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가?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동시를 구상하고, 기록하고, 어느 정도 다듬은 다음에는 아이들에게 읽어 봐 달라고 했어요. 어떤 동시는 아이들이 읽자마자 노래처럼 흥얼거리고(「맨드라미」 등), 재미있다고(「위층 아줌마」 「5학년」 등) 한 반면 어떤 동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조금 어렵지만 두 번 읽어 보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겠다고 한 작품(「생선가게 도마」 「네모난 바퀴를 보았니?」)도 있었어요. 아이들이 어렵다고 하거나 반응이 시큰둥한 작품은 따로 폴더에 모았다가 여러 번 고치고 나서 다시 보여 줬어요. 두 번째 보여 줘도 아이들 반응이 시원찮으면 넣지 않았어요. 동시는 아이들만 읽는 것은 아니지만, 1차 독자는 아이들이니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동시는 담지 않으려고 했지요.

 

매일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오래 동시 모임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동시를 보는 눈도 조금 변할 것 같습니다. 이번 동시집이나 선생님이 쓰는 동시에도 그것이 영향을 미쳤나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쭉 시를 썼어요. 교사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동시를 가르치는데 교과서에 실린 동시가 정말 재미없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좋은 동시, 좋은 어린이 시를 찾기 시작했죠. 전국국어교사모임에 나가 자료를 얻기도 하고, 새로 동시집이 나오면 사서 읽었어요. 그런데,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동시와 아이들이 생각하는 동시가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전부 똥, 방귀, 웃긴 이야기만 좋아할 거라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아니었어요. 아이들은 리듬감 있는 동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동시도 좋아했지만, 읽고 나서 세상이 새롭게 보이는 시(「왼쪽 고무장갑」 「손잡이」 등)를 좋아했어요. 아이의 말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의 정수를 꿰뚫는 말을 할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멋진 시를 쓰는 것보다, 내 자신이 아이의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경험이 시의 언어로 흘러나온 듯한 작품이 많이 보였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동시를 실으면서, 유독 마음을 잡아챈 것이 있었는지요?


경험은 곧 삶이죠. 살아가는 것이 경험의 연속이고요. 사실, 시든 동시든, 어떤 문학형식이든 글쓰기에는 삶이 배게 마련이죠. 제 삶에 새겨진 무늬를 아이의 마음으로 새롭게 재구성하여, 아이와 어른이 모두 느낄 수 있는 언어로 쓰는 일, 그것이 동시를 쓰는 기쁨이고, 또한 괴로움이기도 했어요. 눈치채셨겠지만, 제 어린 시절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힘들게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붕어빵」 「둘리 문방구 유리문의 비밀」 등)와 연세가 들수록 몸이 쇠약해지는 친정엄마에 대한 연민의 마음(「보따리가 왔다」 「배추흰나비」 등), 학교 아이들과 경험한 강아지 당이의 죽음(「금요일」) 등이 그것이었어요. 그 기억을 되살려 쓰는 일은 괴로운 일이고, 눈물 나는 일이었지만, 그것을 시가 아닌 동시로 써야 했기에 두 번 세 번 시를 구부리고, 다듬고, 다시 말을 아껴서 마음을 녹여 내야 했어요. 결국 한 작품을 완성하는 동안 30번 이상 고쳐 쓰면서 저는 제 삶에 새겨진 눈물과 얼룩과 웃음과 홍조와 미소까지도 사랑하게 되었어요. 동시 쓰기는 어린 시절의 나를 어른이 된 내가 보듬어 주는 일 같습니다.

 

‘맛있겠다’ 동시 모임뿐만 아니라 동시를 주제로 크고 작은 행사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동시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 동시를 나누고 싶어 하나요?

 

동시의 매력은 너무나 많아서 다 말하기 어렵지만, 첫째는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이에요. 시는 내 상처에 소금을 뿌려 더 처절하고 아프게 나를 단련하는 일인 것 같아요. 반면에 동시는 상처를 들여다보고, 소독하고, 약을 정성껏 바르고, 그 위에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그려진 귀여운 밴드를 붙이는 느낌! 슬프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시는 희망을 노래합니다. 어린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바로 무한한 가능성, 희망을 품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또 쉽고 간결한 언어로 삶의 정수를 맞닥뜨리게 하는 것. 그것이 동시를 나누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예요. 어린이는 동시를 1차적인 의미와 표면적 이미지로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의 범주 안에서 느끼지요. 똑같은 동시를 읽는 어른 역시 인생 경험의 범주 안에서 그 시를 해석할 거예요. 어른이 어린이보다 훨씬 잘 해석하고, 느꼈다고 볼 수는 없어요. 각자의 마음에 울림이 일어났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두 어린이이기 때문입니다. 어른인 우리는 나이든 ‘어린이’이고, 어린이는 젊은 ‘어린이’이에요. 무슨 말이냐고요? 우리 안에는 어린이의 순수함, 진정어린 본심이 다 있다고 믿어요. 혀 짧은 말이나 순진무구한 천사 같은 마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살든지 간에 인간의 본성에는 아픈 사람을 보면 함께 아파하고, 좋은 일을 보면 즐거워할 줄 아는 순전한 인간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시를 많이 읽으면 그 순전한 본심이 좀 더 오래, 자주 우리 안에서 발현될 거라 생각해요.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이번 동시집의 인세 일부를 기부한다고 들었습니다.


동시를 쓰는 동안 첫 동시집이 나오면 나 아닌 다른 사람, 특히 아픈 어린이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10여 년 전 조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3년을 아프다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 일이 있어요. 너무나 예뻐했던 아이였기에 충격이 컸어요. 그때 어렴풋이 내가 책을 내게 되면 아픈 아이들을 위해 적은 액수라도 꾸준히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집 출간 이후 소아암 재단과 연결되어 인세의 10퍼센트는 꾸준히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동시를 쓰는 임미성과 교육자로서의 임미성을 짧게 소개해 주세요.


동시를 쓰는 임미성과 교육자 임미성은 사실 한 사람이죠.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이오덕 선생님이 하신 말인데, 저는 ‘교육자는 모두 시인이다’라고 하고 싶어요. 시인처럼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그 마음에 반응해 주고, 기록해 가는 것이 교육자의 일이기도 하니까요. 동시를 쓰는 임미성은 ‘새로운 눈으로 아이와 세상을 발견하는 사람’이고요, 교육자 임미성은 ‘아이들이 저마다 제 빛깔로 자신의 삶을 가꾸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동시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또 아이 어른 모두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동시집 세 권만 알려주세요.

 

김개미 시인의 『어이없는 놈』 이 기억에 남아요. 재미있고 발랄한 상상력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은 자주 소리 내어 읽었어요. 박성우 시인의 『우리 집 한 바퀴』 , 이정록 시인의 『콧구멍만 바쁘다』 도 좋아했어요. 그리고,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동시집은 안도현 시인의 『기러기는 차갑다』예요. 아이들이 읽어도 좋고, 어른이 읽어도 감동적인 동시들이 많아요. 말하다 보니 네 권이 되어 버렸네요.

 


 

 

달려라, 택배 트럭!임미성 글/윤지회 그림 | 문학동네
소리 내어 읽을 때 즐거움이 있는 시, 반전과 울림이 있는 시, 독창적 시선으로 대상을 새롭게 바라본 시,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 준 시가 우선적으로 실렸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달려라 택배 트럭 #동시 #임미성 시인 #희망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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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unzel

2018.03.30

아이들과 동시를 나누며 인세를 기부하는 멋진 선생님이시네요!!! 본받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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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탈이

2018.03.28

동시의 매력에 대한 글에서 먹먹함이. 오늘 퇴근길에 서점에 들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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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