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니부니 음악탐험대의 귀환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찾아왔다. 오페레타 뮤지컬 <판타지아>는 개성 뚜렷한 캐릭터와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 클래식과 뮤지컬을 결합시킨 매력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2010년 <부니부니 음악탐험대>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본 작품은 2년 연속 클래식 부문 1위, 관객 평가 1위, 관객만족도 1위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2015년에도 연말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면서 대표적인 연말 공연으로 자리 잡았고, 올 겨울 더욱 탄탄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니부니 음악탐험대와 산타마을’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판타지아>에서는 산타마을을 배경으로 부니부니 음악탐험대의 모험이 펼쳐진다. 주인공 롬바는 자신이 작곡한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하기 위해 산타마을을 찾아가지만, 악당 블랙이 침입해 스노우볼을 훔쳐간다. 스노우볼에는 아이들의 소원이 담겨 있어 되찾지 못한다면 크리스마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 위기의 순간에 용기를 낸 롬바는 친구들과 함께 스노우볼을 찾아 나선다.
흥미로운 스토리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다. 롬바를 비롯한 ‘부니부니 음악탐험대’의 친구들은 모두 악기를 형상화한 모습을 하고 있다. 롬바는 트럼본, 튜튜는 튜바, 호린은 호른, 크랄라는 클라리넷, 코코넷은 트럼펫에서 본따온 캐릭터다. 모습만큼이나 성격과 특징도 뚜렷한 차이를 갖고 있어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공존과 화합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우정을 쌓아요
어우러짐의 아름다움은 음악에서도 발견된다. <판타지아>는 2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클래식 대표 곡들을 들려주는데 모차르트, 푸치니, 베르디, 말러, 브람스 등의 주옥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클래식이 뮤지컬 음악으로 재탄생되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느끼고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감성까지 사로잡는다. 실제로 <판타지아>의 음악은 OST로 발매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판타지아>가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속을 꽉 채운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캐릭터에만 의존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품은 아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질 만큼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는 데다, 가볍게 휘발되지 않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다름’과 ‘우정’은 작품을 가로지르는 주제라 할 만하다. 스노우볼을 찾기 위한 모험이 진행될수록 악당 블랙의 실체도 드러나는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악당이 사실은 상처 받은 아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외모가 다르고 취향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홀로 남겨졌던 아이는 외로움이 싫어서 스스로 어두운 존재를 만들어냈다. 진정한 우정이란 없다고 생각했기에 음악탐험대 친구들의 관계도 거짓이라 믿었고, 그들의 우정을 시험하려 했다. 그러나 음악탐험대 친구들은 서로를 믿었고 블랙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객석에 앉은 아이들을 향해 ‘다름을 인정하고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넌지시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해 전국투어 공연을 이어갔던 <판타지아>는 2년 만에 다시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으로 돌아왔다. 작품의 강점으로 손꼽히는 음악과 드라마는 재배치되면서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70분의 상연 시간 동안 다양한 시각적 효과들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반가운 요소다. 작품은 오는 21일까지 만날 수 있으며, 만 36개월 이상이면 관람 가능하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