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현자 씨는 어느 날 배낭여행을 가겠다는 딸을 막아선다. 딸은 갖은 말로 엄마를 설득하지만 엄마는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화가 난 딸이 대체 왜 안 되는 거냐고 물었다. 돌아온 이유가 황당하다. “부러우니까.” 결국 딸은 엄마와 함께 배낭여행을 떠난다. 자식들 다 키워놓고 여생을 즐겨도 모자랄 판에 고생을 사서 한 것이다. 딸은 이왕 엄마와 떠나기로 한 거 즐겁게 다녀오기로 마음먹는다. 엄마와의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기록했다. 그 스토리가 모여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라는 제목의 책이 되었다. 여행이 쉬워진 시대다. 해외로 떠나는 것도 흔하다. 그렇지만 해외로 함께 ‘배낭여행’을 떠난 모녀의 이야기는 흔치 않다. 책의 매력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해외여행이 흔한 시대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모녀 여행은 흔치 않아요. 어떻게 엄마랑 떠날 결심을 하셨는지.
배낭여행을 가겠다니까 엄마가 반대하는 거예요. 요즘은 해외에서도 연락이 잘 된다, 걱정 마시라, 연락 자주 하겠다, 아무리 설득해도 먹히지 않더라고요. 화가 난 나머지 엄마에게 버럭 했거든요. 그제야 속내를 비추시더라고요. 부러우니까 가고 싶으면 나도 데려가라고. 그렇게 말씀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많이 당황했죠. 어떻게든 혼자 떠나고 싶었는데 가만 생각하니 저는 스무 살 때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거든요. 이십 대 내내 여행이 일상이었어요. 제가 히치하이킹, 해외 봉사활동, 캠핑카 전국일주까지 하는 사이 엄마는 해외 한 번 못 나가봤다는 생각이 들자 인간적으로 미안해지더라고요. 엄마한테.
그래도 배낭여행을 선뜻 같이 가자고 할 엄마는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엄마와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제 친구들은 저한테 ‘효녀다, 멋있다’ 이런 말들을 하지만 사실 멋있는 사람은 우리 엄마 현자 씨죠. 엄마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여행인데 한동안은 제 어깨 뽕이 장난 아니었어요. 매일 엄마랑 싸우고 잘해드리지도 못하면서 밖에서는 효녀라는 칭찬만 잘도 주워 삼켰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효녀라는 말, 그만 듣고 싶더라고요. 스스로가 정말 효녀가 아닌 걸 아니까 부담되더라고요. 우리의 여행을 기록해서 사람들한테 공유해야겠다, 내 실체를 알려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엄마와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브런치라는 플랫폼(brunch.co.kr/@authork)에다 적어나갔어요.
그림 전공자가 아닌데 책 한 권 분량의 그림을 그리셨다고요?
네, 처음엔 한 컷 그리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렸어요. 한 편이 아니고 한 컷이요. 지치고 힘들 때 기성작가들 웹툰을 봤어요. 그럼 제 그림이 너무 형편없어서 더 기운이 빠지는 거예요. 엄마에게 보여 드리고 별로라고 하시면 포기하자 마음먹었는데 계속 그려보라고 용기를 주시더라고요.
모녀 여행도, 책도, 엄마의 말 덕분에 시작됐다고 봐야 할까요?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원고 작업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엄마랑 여행 다녀온 지역을 남편과 한 번 더 여행하게 됐거든요.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날씨도 후덥지근한 동남아에서 딸 심술 다 받아주느라고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당연히 남편과도 여행지에서 다투는 날이 있으니까요. 겹쳐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 물론 엄마가 좋은 말만 하진 않았어요. 특히 제가 그리는 그림에 관해서는 직언을 서슴없이 하셨죠. ‘다른 만화도 많이 보는데 너 그림은 진짜 못 그리더라. 그래도 힘내. 내용이 중요하니까.’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는 글이 독자들의 공감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아마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 것 같아요. 소중하지만 늘 곁에 있다는 이유로 제일 함부로 대하게 되는 사람이 엄마인 경우가 많잖아요. 만화는 현실 모녀를 보여주고 싶어서 갈등 장면도 코믹하게 풀었지만, 글은 전반적으로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는 글처럼 뭉클해요. 저랑 처음 여행할 때만 해도 엄마가 보고 싶다던 그 엄마가 벌써 유럽여행까지 다녀오셨답니다. 첫 해외여행 다녀오신 뒤로는 뭔가에 도전하는 데 거침이 없으시고요. 자신감도 많이 붙으셨어요. 뿌듯하네요. (웃음)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전 세계 여기저기에 제 작업실을 두는 거요. 유목민처럼 언제든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며 사는 게 꿈이거든요. 허무맹랑해 보일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고 믿어요. 남편과 세계여행을 떠나오기 전까지 저는 인천의 작은 카페 주인장에 불과했습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저지르는 성향이라 꿈꿔왔던 일들을 어설프게라도 이뤄냈어요. 카페 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도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꿈도 이뤘습니다. 자꾸 시도하다 보면 결국엔 그럭저럭 괜찮은 뭔가를 이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엄마 현자 씨가 쉰 넘어 해외로 배낭여행 다녀온 것처럼요. 그리고 제가 책을 내게 된 것처럼요. 독자 분들께서 저와 엄마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으시고 더 늦기 전에 엄마와 여행을 떠나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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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키만소리 저 | 첫눈
쉴 새 없이 웃다 보면 그 끝엔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모녀 이야기로, 당신의 일상에 쉼표 하나 찍으면 어떨는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