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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헨킴’이 그리는 방식

『실컷 울어도 되는 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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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다는 행위는 같지만 제 내면의 이야기를 그리는 시점부터 제게 그림은 무엇보다도 큰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2017.11.07)

가장 단순 조합이 가장 복잡한 인간 내면을 보여준다. 블랙과 화이트, 모노 톤으로만 이루어진 심플한 작화로 일상의 상처를 다독이는 일러스트레이터 헨 킴의 그림을 설명하는 말이다. 헨 킴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0만이 넘고, 다양한 언어권의 반응이 달린다. 삼성 갤럭시, 아모레 퍼시픽, 카카오톡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유니세프, TED, we work 등 해외 단체도 그녀에게 주목했다.


헨 킴 작가가 첫 아트북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을 출간했다. 어떤 독자는 실제로 이 책을 보고 ‘대신 울어주는 책’이라고 했고, 어떤 독자는 ‘아트 테라피’라고 평했다. 실제로 책에는 우는 인물과 부둥켜 안고 있는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어떤 감정으로 슬픔을 다루었으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헨 킴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사진 3_유니세프 협업작.jpg

                   유니세프 협업작

 

 마음에 눌러 놓았던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작가님 그림의 특징을 꼽으라면, 제일 먼저 흑백 구성이 떠오릅니다. 흑백으로만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작가님 그림에서 검정과 하양은 각각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역시 밤낮일까요? 그렇다면 흑백 혹은 밤낮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검은 펜 하나로 낙서하듯 그림을 그리는 것들을 좋아했는데 그 것이 지금의 그림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단순하고 독특하게 메시지를 담고 싶은 제 스타일에 블랙 & 화이트가 잘 맞았고 강하고 완벽한 대비에서 오는 안정감, 건조하고 균일한 색감이 마음에 듭니다. 제가 사용하는 흑백은 밤낮뿐 아니라 여러 대비되는 상황이나 감정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흑백은 일반적으로는 우울하다, 슬프다는 인상이 있는데 흑백으로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이라는 제목은 반대로 ‘실컷 울 수 없는 낮’을 가리킨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에서 감정 표현을 억눌러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셨나요? 만약 그렇다면, 현실 세계 속에서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나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림에 관심이 많으신 어머니 덕분에 글을 배우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고 놀이처럼 즐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 내면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진지하게 작업해보기 시작한 것은 10대 때부터였습니다.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라기보다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에서 사로잡히는 순간이나 가슴이 벅찰 정도로 느껴지는 여러 감정들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제게는 그리는 것이 제일 편하고 마음에 드는 표현 방식 이였기 때문이죠.

 

사진2_헨킴작가 작업 모습.JPG

                   헨킴작가 작업 모습

 

현재에도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가 동일한가요? 아니면 시작할 때와 달라졌나요? 달라졌다면, 지금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린다는 행위는 같지만 제 내면의 이야기를 그리는 시점부터 제게 그림은 무엇보다도 큰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림에서 집중하고 싶은 감정은 잠들기 전 종일 마음에 눌러 놓았던 것이 터져 나오는 그런 느낌입니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불을 끄고 누워서 내 안으로 들어가보니 엉망일 때 터져 나오는 눈물. 이건 슬픔도 우울함도 아니죠. 더 즐겁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치료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이들에게 제 그림이 위의 과정을 대신했으면 합니다.

 

사진1_컨택트.jpg

 

           컨택트

 

달이 자주 등장하고, 또 작가님이 달을 공들여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 작품 속에서 달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여기가 아닌 곳, 여기를 잊을 수 있는 곳, 낯설고 시간을 알 수 없고 조용해서 편안한 곳, 동경하는 공간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밤은 잠 자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잠은 곧 하루의 단절이기도 하고요. 작가님 작품 속에서도 잠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치면 잠을 통해 위로하는 편인가요? 잠 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잠은 제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굉장히 깊게 잘 자고 자는 동안 거의 꿈도 꾸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있는 시간에 꿈 대신 공상을 하죠 아무리 힘들거나 슬픈 일을 겪어도 자고 나면 거의 감정이 사라져있고 아침이 반갑습니다. 잠 외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합니다.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에는 서문이나 에필로그가 없어요. 그림과 함께 실린 문구도 간결하고요. 그림과 간결한 문구로만 메시지를 전달하면 메시지 곡해에 대한 걱정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덧붙이는 말을 뺀 이유가 있을까요?

 

평소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을 할 때도 제 생각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 인터뷰도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요. 그림 앞에 나서서 작가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저에게는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림 뒤에서 작업을 하며 사람들이 즐겨주고 각자의 방식으로 감상하는 것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 감정을 담은 그림이니 제가 담으려는 메시지는 있지만 감상은 시험이 아닙니다. 정답은 없으니 곡해도 없습니다. 감상자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마음에 가져가면 됩니다.

 

작가님 그림 속 인물과 사물의 관계나 크기, 위치가 생소하지만,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익숙합니다. 빨래를 너는 입장이던 사람이 빨래건조대 위에 널려있는 그림, 거대한 책 위에 사람이 누워 있는 그림, 몸을 관통하는 막대의 반은 흉기, 반은 태엽인 그림 등이 그렇죠. 다양한 국가의 많은 사람이 작가님 그림에 공감하는 이유도 그 낯섦과 익숙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익숙한 감정을 낯설게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혹은 어떤 곳에서 주로 영감을 받습니까?

 

아이디어들은 일상 속에서 수시로 떠오르기 때문에 저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많이 합니다. 걷다가 갑자기 멈춰서 그리거나 밥을 먹다가, 영화를 보다가 등등 반짝하고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간단하게 그려놓습니다. 그리고 많은 메모들 중에서 제가 원하는 표현이 가능할 만한 것들을 골라서 그림으로 그립니다.


‘내가 그렸지만 이 그림은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인가요?

 

우울함을 희석시켜주는 신선함이나 감정을 증폭시키는 기발함을 바탕으로 모든 작업하고 있지만 작업물을 기발한 기준으로 뽑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발하거나 신선한 것은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일 뿐이거든요. 대신 보람 있었던 그림을 소개해드리자면 유니세프 뉴욕 본사와 공기 오염으로 폐질환에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진행했던 협업 작업입니다. 내가 계속 열심히 활동한다면 작게나마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굉장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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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킴전시회_구슬모아당구장

 

최근 ‘구슬모아당구장’에서 ‘미지에서의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하셨잖아요. 이미지 파일로만 보던 작품을 커다란 크기와 입체 형태로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체험일 것 같아요. 자신의 작품이지만 생소할 수도 있고요. 전시회 소감 부탁드립니다.

 

예전부터 그림만 걸려있는 일반적인 전시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비현실적인 공기가 가득한 어둡고 차분한 우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음악도 해외 사운드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서 특별히 준비하는 등 나름 노력했습니다. 전시회에 와서 그림도 보고 달 아래에서 공간 그 자체를 즐기고 계신 분들을 뒤에서 지켜보는 기분은 상상 이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와주셨던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끝나고 나니 허전한 마음이 들어서 또 좋은 기회가 있다면 독특하고 재미있는 전시를 열고 싶네요.

 

SNS 상에서 많은 팬과 팔로워를 지니고 계시죠. 요즘 들어 ‘며느라기’나 ‘빨강머리N’, ‘은시런니’처럼 SNS를 통해 인지도를 쌓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차세대 SNS 인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건 꼭 지켜야 한다’고 말해줄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혹은 ‘이건 꼭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좋습니다.

 

저는 제 그림을 하나 하나 포스팅하다가 자연스럽게 책도 내고 전시도 하고 그렇게 하게 된 것이라 꼭 지켜야 하는 것이나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 포스팅 하고 좋아요를 받고 팔로워를 늘리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집중하고 자신의 작업에 깊게 몰두해야 합니다. 그 결과물이나 과정의 일부를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 하는 것이죠.


 

 

실컷 울어도 되는 밤헨킴 저 | 북폴리오
일상의 상처를 다독이는 상상의 세계, 밤이 주는 위로의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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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정연(도서MD)

대체로 와식인간으로 삽니다.

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킴> 저12,420원(10% + 5%)

시각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애플TV의 loupe art 코너에 선정된 일러스트레이터. 뉴욕, 샌프란시스코, 스페인에 있는 이미지 에이전트의 소속 작가로 삼성 갤럭시, 아모레 퍼시픽, 카카오톡 등 국내 기업 프로모션은 물론 유니세프, we work, 다니엘 웰링턴, TED 등 해외 단체에서도 러브콜 받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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