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혁 디자이너, 책을 미술품으로 만들다
서가 맞은편에는 서가를 관람할 수 있는 의자가 있습니다. 예스러운 창에서 자연광을 맞으며 옛날 책을 펼쳐 한 장 한 장 읽어내는 감성을 느낄 수 있죠.
글ㆍ사진 정의정
2017.11.01
작게
크게

 

7.jpg 

                   ㈜야놀자 디자인랩 공간총괄 박우혁 디자이너.

 

부산 F1963은 오랫동안 고려제강의 와이어 생산 공장이자 제품 창고였다. 지난 2014년 일부 공간이 부산비엔날레 특별 전시장으로 사용된 것을 계기로 현재 미술품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담은 문화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이곳에 예스24가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서점을 열었다. F1963 내 500평 규모로 들어간 예스24 F1963점은 미술관에 온 것처럼 책을 여유롭게 느낄 수 있어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공간이 되기까지 공간 디자인 총괄을 맡은 박우혁 디자이너의 역할이 컸다.


박우혁 디자이너는 현대카드 크리에이티브 팀에서 수석 디자이너를,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서 아트디렉터를 맡았던 공간 디자인계의 떠오르는 유망주다. ㈜야놀자 디자인랩에서 일하면서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예스24 F1963점의 공간 디자인을 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예스24 F1963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의 미학” 에 관해 물었다.
  

예스24 F1963점, 속속들이 파헤쳐 보자!


박우혁 디자이너는 ‘쉬운 요건은 아니었다’며 뒤늦은 고충을 털어놨다. 예스24 F1963점은 여러 명의 손을 거치면서 낡지만 아름다웠던 부분은 일부 보수되었고, 각자의 생각에 따라 공간이 재해석되면서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우혁 디자이너에게 온라인-오프라인 DNA가 공존하는 예스24만의 브랜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예스24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DNA를 가지고 있어요. 먼저 책이라는 감성이 녹아 있는 오브제를 상대하죠. 작가들이 열심히 감성을 실은 글이 공장을 거치면서 기계적으로 생산되고 서재에 꽂히는 게 책인데, 예스24 중고서점은 또 그렇지 않잖아요. 책이 다시 중고서점의 매대에 꽂힐 때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거든요.”

  

2.jpg

 

 

무심히 지나치거나 단순히 예쁘다고 감탄하는 공간마다 박우혁 디자이너의 철학이 녹아 있었다. 예스24 F196점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크레마월’이 맞아준다. 크기부터 압도하는 이 구조물은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사운드’ 모양을 기본으로 원고지를 떠올리는 화면에 시, 소설 등 24권의 책 속 구절 가운데 문구의 앞머리를 24절기로 옮겨 책과 문자에서 발견하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낡은 상품과 첨단의 기계가 같이 있기 때문에 이 공간이 의미를 지닙니다. 정면에서 ‘크레마월’ 원고지가 모두에게 노출되면서 예스24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온라인 DNA가 보이죠. 또한 가장 클래식한 형태의 원고지로 손으로 직접 쓰던 예전 세대의 감성을 전달하고자 했어요.”

 

 

3.jpg

 

예스24 F1963점에는 현재 동아출판이 기증한 활자주조기, 씰링 인쇄기, 엮음기 등 총 7개의 인쇄기기를 전시한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쉽고 재미있게 각 기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볼 수 있다.

 

“크레마월’을 지나면서 동아출판의 인쇄기기가 보입니다. 오프라인 DNA와 함께 책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공간이죠. 서점이 탄생하기 전의 배경, 뿌리와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미술품처럼 책을 바라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박우혁 디자이너는 의자의 각도를 비스듬하게 만들었다. 등을 펴고 의자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시선은 서가를 향하고, 미술품과 같이 배치된 책을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시야를 가리지 않게 와이어로 책을 형상화한 전시 공간에서는 큐레이션한 책을 비치했다. 


“도서 갤러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창문과 서가가 있는데, 서가 맞은편에는 앉아서 그 서가를 관람할 수 있는 의자가 있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예스러운 창에서 자연광을 맞으며 옛날 책을 펼쳐 한 장 한 장 읽어내는 감성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4.jpg

도서 갤러리. 방문객이 가장 편안하게 책을 고르고 읽도록 최적의 동선을 고려했다. 특히, 보관용 재고도서를 제외한 모든 책은 손을 뻗어 꺼낼 수 있도록 적절한 높이로 책장을 설계했다.

  

사람이 만나는 예스24 F1963점


서점을 들르는 부모들에게 키즈존은 빠질 수 없는 체크리스트 중 하나다. 안전하면서도 아이들이 볼만한 책이 많아야 하고, 어디서나 바라볼 수 있게 탁 트인 공간이어야 한다.


“키즈존은 이동이 가능한 가구로 구성했어요. 보통 키즈존에서 어른들이 쓰는 서가를 그대로 쓰면서 색만 바꿨다면, 예스24 F1963점 키즈존은 가구들이 산처럼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이에는 구멍을 뚫어서 아이들의 시야각을 가리지 않으면서 가구와 서가 모두 의자처럼 쓸 수 있게 했어요. 칠판도 마련했는데요, ‘새것이니까 건드리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명령을 하는 대신 가구에도, 바닥에도 낙서하면서 같이 어우러져 놀 수 있어요.”

 

5.jpg

 

키즈존을 지나면 예스24 F1963점의 중심이라고 부를 만한 파빌리온이 나타난다. 파빌리온은 취미/실용 도서와 다양한 굿즈가 전시된 1층, 경제/IT부터 만화, 외서, 캐릭터 굿즈가 진열된 3층까지 실용 분야의 도서와 상품들로 ‘구경’거리가 있는 공간이다.


“공간이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강력한 존재감이 드러나야 합니다. 막지 않으면서도 답답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레이어로 감싸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폴리카보네이트는 자연광을 투과하면서도 안쪽의 오브제가 투영되죠. 내부 공간이지만 외부 공간인 것처럼 넘나들면서 손에서 손으로 상거래가 일어나는 마켓 존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6.jpg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엘리스가 토끼굴에 들어간 것처럼 파빌리온에서는 판타지의 세계를 구현하고 싶었어요. 하늘에 큰 덩어리가 하늘에 떠 있는데, 그 덩어리는 예스24를 상징하는 빨간색이죠. 강렬한 색이기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각인이 오래 남는 색이에요. 붉은 레이어를 뚫고 지나면 지붕과 전면 창에서 쏟아지는 자연광과 함께 5m가 넘는 서가가 중정 사이로 나타납니다. 이 중정은 고정된 서점의 역할을 새롭게 만드는 핵심 공간(Heart Space)이 될 겁니다.”

 

1.jpg

 

 

 

예스24 F1963점


주소 :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YES24 중고매장 (망미동,F1963)
영업 시간 : 오전 10시 30분 ~ 오후 8시 30분 (월~일요일까지) / 설날(음력), 추석 당일 휴무
전화번호 : 1566-4295

 

#예스24 중고서점 #부산 F1963 #예스24 오프라인 서점 #예스24 플래그쉽 스토어
0의 댓글
Writer Avatar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