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스스로 흔적을 지우고 사라지려는 사람들
도쿄에서부터 오사카, 도요타, 후쿠시마까지 5년에 걸쳐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증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들의 슬픈 과거와 시대의 암울한 초상을 취재한다.
글ㆍ사진 장진수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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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매년 수천 명이 흔적을 지우고 사라진다. 『인간 증발』은 일본 사회의 병적 현상을 프랑스 저널리스트 부부가 5년 동안 취재해 쓴 책이다.

 

증발자들과 그들과 관련한 사람들(도주를 돕는 사람, 빈자리에 남은 가족, 사라진 증발자를 찾으려는 사람 등등)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저자 부부가 경악하며 취재한 ‘임직원 재교육 캠프’는 증발 현상과 증발자들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일반 인식을 보여준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임직원을 갱생시키기 위해 보내는 이곳 캠프에서 “임직원들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처럼 읽는 법, 쓰는 법, 말하는 법, 생각하는 법, 행동하는 법을 다시 배워” 사회로, 회사로 돌아간다. 캠프에서 살아남지 못한 임직원들이 돌아갈 자리는 없다. 이러한 캠프 참여 신청이 끊이지 않는 사회에서 증발자들은 외면과 멸시의 대상이다.


인간 증발은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저자는 증발자들의 사연을 충실히 담아내 증발 현상의 원인이 1990년대 일본 경제 버블의 붕괴와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를 부른 사회 경제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 증발 문제를 대하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 의식,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부족해서 증발 현상을 방치한다고 덧붙인다.


희망도 있다. 관광 명소가 된 자살 절벽 ‘도진보’에는 전직 경찰관 신게 유키오가 세운 자살방지센터가 있다. 그는 경찰 재직 시절,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돕지 못하는 경찰 시스템에 분노해 퇴직 후 이 센터를 세웠다. 그의 도움으로 자살 일보 직전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마침내 ‘빛’을 발견하고 새롭게 출발하기로 결심하고” 살아간다.

 

스스로 흔적을 지우고 사라지려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개인과 사회가 기울이는 관심과 노력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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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