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국민의 관심이 검찰을 바꾼다”
국민이 부조리를 알고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권자가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져야 바뀌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앞으로도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겁니다. 『권력과 검찰』을 통해 내 주변에는 이런 일이 없는지 되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ㆍ사진 박재형(예스24 대학생 리포터)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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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창비 서교사옥에서 『권력과 검찰』 출간기념 저자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저자인 최강욱 변호사는 『법은 정치를 심판할 수 있을까?』 등의 저서와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법조계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 왔다. 이번에 출간한 『권력과 검찰』은 그동안 검찰개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어떤 방향의 개혁이 옳은지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 최근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많은 사람이 강연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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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라는 이름의 환상

 

최강욱 변호사는 다른 곳에서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많이 해드리려 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검찰에 대한 자조 섞인 말을 이었다.

 

“국민이 검찰에 관심을 두고 알려 한다는 것 자체가 불행이잖아요. 세계 어느 나라에도 검찰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 국민이 없어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검찰이 있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이 생기는데(웃음), 그래도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을 좋은 쪽으로 바꿔야 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해서 국민이 가진 검찰과 권력에 대한 환상을 지적했다. 그 환상이 『권력과 검찰』을 쓰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큰 물의를 일으킨 검사가 고향에 돌아가면 왜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될까? 그 사람이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었을까요? 검찰이 괴물로 진화해오면서 쌓아온 여러 현상, 그리고 검사가 가진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에 국민이 현혹되고 마취된 거예요. 사람들이 검사를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안 해요.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법률가나 법조인을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검찰개혁이 선거가 있을 때마다 과제가 되고 화두가 되는데, 동력을 얻지 못하고 계속 좌초돼왔단 말이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끼리끼리 작당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그걸 내버려 둔 우리의 책임도 크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이 책 『권력과 검찰』을 쓰게 된 계기였습니다.”

 

검찰개혁, 검찰 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강욱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이 같은 위치에 있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지리적 근접성이 법원과 검찰의 유착을 부추긴다. “어느 나라에나 검찰과 법원은 같이 있을 것 같죠? 아니에요, 한국만 그래요.”

 

야구 경기를 예로 들었다. “심판과 한 팀은 계속 같은 경기에 배정을 받고 상대 팀만 계속 바뀐다면, 그게 공정한가요?” 판사는 검사와 서로 식사를 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변호사와 밥을 먹는 것은 껄끄럽게 생각한다. 형사 재판에서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은 동등한 대상이어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공정한 결과도 중요하나 공정한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국민도 판, 검사 검, 판사 이렇게 합쳐서 얘기하고 검찰과 법원이 떨어져 있으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둘만 붙어있을 이유가 없죠. 시청, 경찰서, 교도소까지 한 군데 몰아놓으면 얼마나 편해요. 교도소는 검찰이랑 같은 법무부 소속이에요. 그런데 그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당연해. 서울구치소는 과천에 있고 중앙지검은 서초동에 있는 게 너무 당연해. 그런데 검찰과 법원은 한 군데 있지 않으면 이상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저자는 검찰개혁이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법원과 경찰 역시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낮은데, 수사권을 경찰에 주면 반발이 없을까요?” 그리고 현재 경찰의 가장 큰 문제는 경찰대 출신이 요직을 독점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대학교가 왜 있어야 하는가 생각해 보셔야 해요. 요즘 경찰대가 인기가 좋아요. 왜 그렇죠? 네, 취직 문제 때문에 그렇잖아요. 그리고 경찰대학을 나오면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 않고 억울한 일 덜 당할 거라는 기대를 해요, 부모님이. 경찰이 힘이 있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장래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고 생각을 해. 지금 TK 서울대 법대 출신이 검찰에 많긴 하지만 모든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에요. 많아야 중요한 자리의 반 정도지.”

 

“경찰대는 자기들이 대대손손 장악할 수 있어요. 과거에 철도, 세무대학이 있었고 직렬 별 대학이 다 있었어요. 우리나라 특유의 연고 문화 때문에 전부 없어졌어요. 그런데 경찰대학 없애잔 얘기는 안 나와요. 여러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셨어요? 경찰대학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지? 경찰이 수준이 낮아서 인권 침해를 하고 불법적으로 수사하니까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래서 경찰대학을 만든 거거든요. 경찰대가 만들어진 지 30년이 지났는데 경찰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나요?”

 

좋은 의도로 만든 제도가 시대가 변해 나쁜 제도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국가라면, 그런 잘못된 제도를 고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이승만 정부 시절에 친일파가 경찰을 장악해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했어요. 검찰 제도는 배운 사람 모아다가 힘을 실어주면 경찰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설계한 제도에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괴물로 망가져 버렸잖아요.”

 

“대법원장에 권한이 집중된 이유는, 과거에 정권이 마음에 안 드는 판사를 솎아내려 하니까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막아라, 그래서 몰아준 거예요. 대법원장이 지키면 막을 수 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제도가 세상이 바뀌고 한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으니까 이상해지는 거예요. 따라서 앞으로 악용을 못 하게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논의되어야 할 사법개혁의 핵심입니다.”

 

관심이 사회를 바꾼다

 

공직자가 막강한 힘을 가질 때, 자신의 사명을 다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기웃거린다. 최강욱 변호사는 검찰뿐 아니라 모든 기관이 부패하는 이유는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한이 없으면 부패할 일이 없어요. 자기 일을 하며 인정받으려고 하죠. 기상청 사람이 어떻게 부패를 저지를 수 있을까요? (웃음) 내일 비 안 오는데 장마 온다고 해? 그런데 세무서 직원은 말단이라도 왜 어디 가서 힘주고 다니느냐, 그 사람들은 말단이라도 권한이 많아서 그런 거예요. 그걸 주권자가 알고 통제를 해야 합니다.”

 

부조리한 시스템은 검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사회 곳곳에 퍼진 소위 적폐를 찾아내기 위해 국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적폐를 없애기 위해서 검찰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사례로 검찰을 얘기하지만 그런 구조는 사회 곳곳에 있다. 그걸 우리가 찾아내야 한다. 우선 검찰이 시범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주면 다른 영역에도 긍정적 영향이 퍼지지 않겠습니까.”

 

“국민이 부조리를 알고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권자가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져야 바뀌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앞으로도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겁니다. 『권력과 검찰』과 같은 책을 기반으로 내 주변에는 이런 일이 없는지 되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강욱 변호사는 주권자의 관심을 환기하며 준비한 말을 마쳤다. 이후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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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데 검사, 법조계에 계신 분들은 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과거 참여정부 시기와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봐도 너무 어이없는 짓을 해서 이제 뭐라 명분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조직적으로 움직여 저항하자’ 이런 분위기는 많이 꺾였어요.”

 

“단지 이것이 어느 정도까지 유지 될 수 있을지, (검찰개혁에 대한) 이 기세가. 내심 기세가 꺾이길 바라고 있겠죠. 그러면서 ‘그래도 경찰보다는 (검찰이) 나을 텐데, 수사권을 경찰에 줘서 무슨 호된 일을 당하려고 그런 얘기를 하십니까.’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흘리고 있어요. 그런데 세계 모든 경찰이 하는 일을 대한민국 경찰만 못한다는 건 좀 그렇잖아요? 그건 앞으로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린 문제고. 지금 봐서는 이 상태로 가면 어느 정도 (개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검찰개혁에 가장 중요한 자리인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인사에 학자 출신 비고시 출신 교수님이 오르내리는데 검찰개혁에 긍정적이라 보시는지, 참여정부 시절에 비검찰 출신이 그 자리에 갔기 때문에 개혁에 실패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변호사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때(참여 정부시기)는 개혁 의지가 있었고 의지를 구현하기 위한 인사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강금실 변호사님은 검찰에 대해서 잘 몰랐죠. 조직을 장악하지도 못했고 조직을 장악할 수 있도록 청와대에서 뒷받침하지도 못했어요.”

 

최강욱 변호사는 검찰개혁 관련 인사에 있어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검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 것, 둘째, 검찰과 연이 없는 사람일 것. 이 조건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인사는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으로 법무부가 검찰개혁안을 만들 겁니다. 과거에는 법무부가 개혁을 방해하는 주체였어요. 이번에 법무부 장관에 비검찰, 비고시 출신을 내정한 이유는 (법조계와) 인연에서 벗어난 사람이 정말 올바른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에 대해 성원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검찰개혁에 있어 반대 세력의 방해가 우려됩니다.

 

“헌법재판소가 언제 그렇게 올바른 결정을 많이 내렸습니까? 그 사람들이 박근혜를 파면시킬 거라고 누가 예상을 했습니까? 그런데 탄핵 결정이 난 이유는, ‘만약 이걸 기각시키면 너는 한국에 살 수 없다’, 주권자가 그걸 보여 준 거예요. 그래서 (국민의) 관심과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권이 그 힘을 바탕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면 권력기관은 장악될 수밖에 없어요.”

 

“예전에는 창피함은 순간이지만 자리는 영원하다는 생각을 한 공무원이 승승장구했어요. 이제 자리는 순간이지만 창피함은 영원하다는 걸 그들에게 각인시켜줘야 합니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민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수)”

 

 



 

 

권력과 검찰최강욱 저 | 창비
검찰개혁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고, 어떤 개혁이 올바른 개혁인지 살피기 위해 최강욱 변호사가 오랫동안 검찰과 가까운 곳에서, 혹은 검찰조직 안에서 일해온 전문가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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