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국제 도서전을 통해 이 책을 소개받고 우리 출판사에서 출간이 결정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잖게 표현하면 그렇고 실은 대표님의 출간을 향한 의지가 매우 강렬해서 나름의 경쟁을 뚫고 나름 핫 타이틀이었던 이 시리즈의 계약을 어렵사리 따냈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며 그림책다운 증강현실 인터랙션이 모든 부서의 마음을 얻기도 하였고.
전자책이 대두되며 한 켠에서는 오히려 종이와 책의 물성을 강조하는 그림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 출판사에서도 팝업이나 레이저 커팅 등 다양한 기술과 결합한 책들을 출간했다. 이때 중시하는 것은 그림책이 먼저이고 기술은 거드는 것. 단순히 화려한 기술을 자극적으로 보여 주는 게 아니라 기술을 통해 독서의 경험이 더 새로워지고 풍요로워지는가에 주목한다. 이번 증강현실 그림책도 마찬가지이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라는 기술에 그림책이 딸려 가는 것이 아니고 그림책의 독서라는 테두리 안에서 기술이 마법 같이 적절하게 사용된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원래 독서라는 것에는 마법 같은 면이 있다.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첨단 기술과는 거리를 두고 허허로운 파주에서 짤막한 산책을 즐기며 살아가는 편집부와 디자인팀이 이 책을 작업하게 되었다. (우리 편집부에서 그 유명한 포켓몬 GO를 접해 본 사람은 출중한 막내 편집자 한 명뿐인데, 파주에서 게임을 켜 보니 몬스터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고.) 사람들은 출판사 편집자 하면 교정지를 높이 쌓아 두고 언어와 씨름하거나 작가들과 우아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상상할지도 모르나, 세상이 굴러가는 데는 다양한 일이 필요하듯 한 출판사의 업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위해(이 그림책은 스마트 기기의 앱을 통해 종이 책을 비추면 화면에 증강현실이 구현되는 방식) 디자인팀 팀장님의 7살짜리 아들이 성우로 섭외되기도 하고, 나는 어린 시절 투니버스를 시청하며 동경했던 성우의 세계를 녹음실에 가서 간접 체험해 보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보는 그림책에 거부감이 느껴질 부모님도 많으실 듯하다. 나 또한 거북목 증상이 심해져 가급적 스마트폰을 멀리하려 하고 어린이들도 가능한 한 늦게, 적게 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새로운 시대는 왔고 이번 증강현실 그림책은 그러한 변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일상이 되었지만)에 정면 승부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바버러 쿠니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 좋다. 그러나 이런 빛나는 새로운 시도들 또한 응원 받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 책들은 확실히 마법 같다. 기회가 되면 즐겨 보시길!
박선주 (보림출판사 편집자)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공부하고 잡지사 기자를 거쳐 지금은 그림책을 만듭니다. 쓴 책으로 『위로의 디자인』(공저),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jijiopop
2017.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