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 남성현, 필명 남씨(남see).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복잡한 주제를 단순하게,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그는 2년차 집사다. 길 위에서 고양이 ‘탱이’를 만나 집사로 간택된 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고양이 그림이 유명해지면서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작가의 숙명이 그러하듯 자신과 반려묘의 이름보다 작품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카카오톡 이모티콘 ‘다혈질 고양이 탱고’를 필두로 ‘긴냥이’, ‘캣베이커리’, ‘냥넬’ 등이 대표작이다.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와 함께 사는 리얼한 일상’에 공감했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른바 ‘냥덕’들은 사랑스러운 고양이 ‘탱이’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작가 남씨 특유의 위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다.
에세이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에는 집사 남씨와 반려묘 ‘탱이’의 일상이 담겨있다. 닝겐 오빠와 냥님 여동생은 “검은 옷이 (고양이 털로 범벅이 되어) 흰옷 될 때까지” 함께할 것을 맹세하며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각자의 온도”를 지켜주며 “평범한 일상이 드라마가 되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탱이’에게는 고양이의 삶의 방식이, 남씨에게는 인간의 삶의 방식이 있다.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하고 싶은 건 꼭 하는 ‘캣썅마이웨이’ 정신으로 무장한 ‘탱이’와 달리 “화가 나도 말 한마디 못 하는” 집사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탱이'는 그를 대신해 세상을 향해 솜방망이 펀치를 날려주고, 때로는 앙칼진 하악질로 되갚아준다.
이 작은 고양이를 지켜보며 집사는 생각했다. “고양이가 사는 법 중에는 인간이 배워야 할 것들이 꽤 있다”고.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자신의 속도로 걷고 원하는 것을 하면서, 결과가 어떻든 ‘아님 말고’ 하면서 쿨하게 돌아서는 것. 생각보다 꽤 근사한 일이 아닐까?
고양이처럼 산다면, 참 편할 것 같아요
‘탱이’에게도 책을 보여주셨죠? 반응이 어땠나요?
여느 고양이들처럼 긁고 찢고 그러죠. 아주 고양이다운 행동이었어요. 제가 상상하기로는 ‘이런 거 됐고, 그냥 간식이나 줘’라고 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웃음).
인스타그램에서 출간 기념 이벤트를 열기도 하셨어요. 책 속에서 공감한 글과 그림에 투표해 달라고요. 가장 많은 반응을 얻은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마이웨이” 편인 것 같아요. 집사들은 다들 한 번씩 (고양이한테) 밟혀봤을 것 같아요.
참 희한하죠. 분명히 다른 길로 갈 수 있는데도 꼭 집사를 밟고 지나가요(웃음).
그러니까요. 그렇게 해야 뭔가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는 느낌이 드나 봐요(웃음). 그런데 얼굴 위로 털이 스치는 느낌이 싫지 않아서 ‘더 밟아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고양이들은 배를 만지면 싫어하는데, 자기 배로 우리를 훑고 가는 건 괜찮은가 봐요.
고양이들은 늘 하고 싶은 대로 하죠. 그게 ‘캣썅마이웨이’ 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삶의 태도를 보면서 배우게 되는 것도 있어요.
그럼요. 정말 갖고 싶은 성격이에요. 고양이들도 표정으로 싫은 티를 내는 것 같은데, 사람이 그렇게 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날 것 같아요(웃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영역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거나 받으면 피곤한 일들이 생기잖아요. 고양이처럼 산다면 참 편하겠다 싶어요. 가끔 고양이가 싫어하는 것들, 예를 들면 목욕이나 빗질을 하자고 하면 ‘저리 치워’ 하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사람 관계에서도 그렇게 좋고 싫은 게 자연스럽게 표현되면 오히려 문제 생길 일이 적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게 사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요.
‘고양이가 사는 법’을 보면서 바뀐 점도 있나요?
타고난 성격상 소심하고 낯을 가려서 잘 안 되기는 하는데요. 항상 ‘탱이’를 보면서 배우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요. 고양이라는 동물이 애착을 갖기까지 진입장벽이 높은데, 한 번 그 벽을 넘어서게 되면 거의 무한대의 애정을 주잖아요. 강아지처럼 누구나 쉽게 좋아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서, 어렵게 좋아한 대상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집사님들이 그러실 것 같은데 저도 그 중 한 명이죠. ‘탱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너무 귀엽고 애착을 가지게 되니까 따라 하고 싶은 것도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셨어요?
어렸을 때 집에서 강아지를 기른 적이 있어요. 고양이를 접해본 건 ‘탱이’가 처음인데, 개하고는 정말 다른 것 같아요. 같이 사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는 고양이가 훨씬 잘 맞는 것 같고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라고 할까요. 피해를 주지도 않고 피해 받을 필요도 없이, 그냥 자기 할 일 하는 거죠. 저하고 '탱이'는 하루에 1시간 정도 서로가 필요한 시간이 있어요. 서로를 보듬어주는 시간이죠. 이후에는 각자 할 일 하는 거예요. 저는 그림을 그리고, '탱이'는 자거나 창 밖을 보고요.
고양이가 아닌 다른 동물과 함께 살았다면, 반려동물을 주인공으로 일러스트를 그리셨을까요?
아닐 것 같아요. 상상도 할 수 없고요. 제가 가진 개그 코드가 고양이하고만 맞을 것 같아요. 고양이들이 마이웨이 정신을 가지고 있고, 집사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데에 코미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고양이들은 다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강아지, 햄스터, 토끼와도 함께 살아봤는데 그 아이들한테는 저의 개그 코드를 나눠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내가 돌봐줘야 할 존재라고만 생각했죠. 저는 ‘탱이’가 새침한 여동생, 다혈질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친구처럼 웃긴 점을 발견해 가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탱이’를 모델로 만드신 캐릭터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제작됐잖아요. ‘다혈질고양이 탱고’인데, 이름처럼 ‘탱이’는 다혈질인가요(웃음)?
제가 느끼기에는 그런 것 같아요. 고양이들이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이지도 않아서 다 알 수는 없지만, 집사 성격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요. 제가 볼 때는 ‘탱이’가 사람이었다면 굉장히 개인주의적이고 다혈질에 싫은 티를 팍팍 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 아이였을 것 같아요. 사람이었으면 되게 밉죠(웃음).
고양이의 성격이 집사에 따라 달라진다면 ‘탱이’가 작가님을 닮은 모습도 있을까요?
비주얼적으로는 머리 스타일이 좀 비슷한 것 같고요(웃음). 내적으로 닮은 부분이라면, 잠을 많이 자는 것 정도가 될 것 같아요(웃음). ‘탱이’는 저와는 조금 다른 아이인 것 같아요. 사람이었다고 해도 저랑 굉장히 다른 성격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도 같은 게 있다면 각자의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데요. ‘탱이’는 제가 계속 집에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오래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더 반겨주는 느낌이 있는데, 극적인 만남을 좋아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웃음).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가 굉장히 시크하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진한 애정 표현을 해줄 때가 있죠.
그렇죠. ‘탱이’의 경우는 한정된 시간 동안만 짧고 굵게 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집사로서 그때만 반응해주면 되고, 그게 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저도 항상 사랑을 줄 수는 없거든요. 집사들이 골골송이라고 하는 그르릉 거리는 소리가 있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 힐링이 되고 너무 좋아요. 저한테는 하루에 한 번만 들을 수 있는 소리니까 굉장히 희소가치가 있죠(웃음).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갔을 때 딱 한 번 들려주거든요. 그 시간 이후로는 각자 할 일 하고요.
고양이처럼 변해가는 사람들
책에 쓰신 것처럼 고양이들에게는 ‘아님 말고’ 정신이 있잖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원하는 게 있으면 무조건 시도를 해보고, 실패하면 ‘그럼 말지, 뭐’ 하고 돌아서죠.
‘나는 좋아하는 것만 할 거야’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있는 것 같아요.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태어난 존재 같죠. 우리는 억지로 ‘더 이상 이런 생각하기 싫어’ 하고 떨쳐내려 하지만 고양이들은 ‘그런 생각이 뭐야?’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이것저것 생각 안 하고 고민들을 제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현재를 사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네요. ‘욜로족’ 같은 거죠.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에 집사일기만 실려 있는 건 아니에요. 작가님께서 일상에서 느끼고 생각하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요. 때때로 ‘탱이’가 작가님을 대변해주기도 해요.
맞아요. 저도 같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맨날 나와서 울거나 징징대는 역할로만 나오고요(웃음). ‘탱이’는 위로해 주거나 혹은 다그치는 조력자 역할을 많이 하죠. 제가 그리면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던 부분은 ‘탱이’인 것 같아요. 사람인 제가 느꼈던 감정을 고양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풀어내는 거에 더 익숙하기도 하고, 그 방법이 더 좋은 것 같아요.
‘탱이’의 입을 빌려서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한 부분도 있을까요?
우선 보는 사람들이 더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 속의) 제 캐릭터는 매력이 없는 아이이고, 정말 매력 있는 건 ‘탱이’ 캐릭터죠. 둘의 케미가 좋은 거고요. 팬 분들 중에 집사님이나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당연히 고양이로 이야기를 푸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탱이’가 제가 살고 싶은 태도를 대신 표현해 주니까 대리만족도 많이 느껴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사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 않잖아’ 하는 생각도 들면서 다짐을 많이 하죠. 다짐한다고 그렇게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글이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 나타난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냥 피하기로 해. 참아내면 이로울 수도 있다는 희망에 사로잡혀 싫은 것들을 억지로 마주하고 있다 보면 자칫 더 큰 재앙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씀하셨죠.
요즘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성이라서 공감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중 한 명이고요. 사람들이 점점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고양이처럼 변해가는 거 아닌가 싶어요. 오지라퍼들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굉장히 반기는 부분인데요.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변해간다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다 고양이 같아진다면 말이죠.
“조금 서툴러도 이해해주세요. 우리 모두 처음 살아보잖아요”라는 글은 위안이 되어 주더라고요.
두 번 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기회가 한 번이라는 사실 때문에 두려움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위로를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마 다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대신, 나만 처음은 아니고 다 처음이니까요. 괜찮을 거예요.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항상 웃게 돼요. 끝에 달린 해시태그 때문인데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부분이에요.
유머는 무거운 주제도 사르르 가라앉게 해주고, 릴렉스하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수단인 것 같아요. 그래서 유머 코드를 굉장히 좋아하고요. 그런 걸 표현하면서 저도 즐거워요. 되도록 아주 무거운 주제는 안 다루려고 하지만, 다루게 되더라도 한편에는 그런 요소가 있어야 나답다는 생각도 들고요. 해시태그도 그런 부분이 표현된 거예요. 팬 분들이 인스타그램에서만 제 그림을 보셨을 텐데, 책에서도 해시태그가 굉장히 좋은 수단으로 쓰였던 것 같아요.
30대 독자들이 격하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도 있어요. “30대가 되면”이라는 글이에요.
예전에 생각했을 때는 30대에 엄청난 사람이 돼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있는 거죠. 정말 갖고 있는 게 없는 거예요.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금수저가 아니라면. 저는 서른 살에 처음 사춘기를 겪었어요. 그때 마침 프리랜서를 시작하기도 했고, 인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요. 생각이 변화하는 건 좋은데, 경제적으로나 삶의 다른 면에서도 조금 더 풍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른이 넘어서야 깨닫게 되죠. 이 시기에 안정된 삶을 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요(웃음).
그렇죠. 시간적으로도 대학교를 조금 늦게 졸업하면 스물여덟, 스물아홉이 되기도 하잖아요. 30대 초반에 안정적이라면 집에 돈이 많거나, 학생 때부터 천재적인 면을 발휘해서 사업을 시작했거나, 그런 경우들이 아닐까 싶어요. 오히려 이때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평균적이고 정상적인 것 같고요.
글의 마지막에서 “50대가 되면 좀 다르지 않을까?”라고 적으셨는데요. 50대에는 어떤 모습일 것 같으세요?
그때도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직업에 대해서 딱히 정착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지금은 그림을 그리지만 나중에는 음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냥 바람이고 상상이니까 부풀려져 있기도 해요. 그때 정말 음악을 하고 있을지는 저도 의문인데, 그림은 저에게 있어서 늘 취미였어요.
캐릭터로 재탄생한 ‘짤방’ 속 고양이
처음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실 때는 상업적인 의도가 없으셨죠?
그때는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생계와 상관없이 그림을 그려서 공유했던 거였어요. 그래서 아무 부담이 없었고, 반응이 없어도 꿋꿋하게 그렸던 거죠. 그런데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반응을 보여주셨고 거기에 힘입어서 계속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양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를 많이 물어보시는데, 딱히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는 날 어떤 사진을 올릴까 생각했는데 제가 셀카를 잘 찍는 사람도 아니고 음식 사진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냥 노트에 그림을 그렸는데 그게 고양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셨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예전에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굿즈를 만드신 건 퇴사 후의 일인가요?
네, 회사 다니면서 일러스트페어를 준비했는데요. 다녀오고 나서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확신을 가졌어요. 너무 재밌었거든요. 제 그림을 보신 분들이 귀엽다고 좋은 반응도 보여주시고요. 회사에서 일하면서 덜 행복하게 사느니,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재밌게 하면서 사람들한테 좋은 반응을 얻으면 훨씬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탱이’가 작가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그렇죠. 유머 코드를 담기도 좋아졌고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탱이’가 옆에서 계속 코미디를 해주니까 직접 보면서 그리게 되는 거죠(웃음).
‘탱고’ 캐릭터와 사진, 영상을 결합시킨 콘텐츠도 구상하고 계시죠? 웹툰이나 영상 제작도 생각해 보셨어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죠. 제 그림체가 매체를 크게 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애니메이션이라든지, 애니메이션과 사진의 조합이라든지,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웹툰도 제 성향과 맞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는 다양하게 넓혀갈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표작 중에 ‘긴냥이’가 있어요. 오랫동안 인터넷에서 짤로 사용되던 사진 속의 고양이가 모델이죠?
네, 냥덕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짤이죠(웃음). 회사 다닐 때 사무실에서 쉬는 시간에 잠깐 그려봤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어요. 아마 기존에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던 짤이었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주얼적으로도 너무 귀엽잖아요. 굉장히 심플한 실루엣을 가지고 있어서 상품화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요.
‘캣베이커리’, ‘냥넬’도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캣베이커리’는 일명 ‘식빵 굽는 자세’라고 불리는 고양이의 특징을 잘 포착해낸 그림이고, ‘냥넬’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패러디가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캣베이커리’는 현재 단종 된 상태인데 내년쯤 다시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그 그림을 활용해서 가방도 제작했었고 다른 업체와 콜라보를 해서 모자도 만들었었는데, 인기가 꽤 많았어요. ‘냥넬’은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가는 그림이에요. 패러디에 관심이 많거든요. 기존에 있는 것들을 끌어와서 작업을 하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기존 제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더 쉽게 좋아하실 수도 있는 것 같고요.
아직까지 ‘탱이’를 모델로 제작된 굿즈가 없죠?
엽서하고 휴대폰 케이스가 있었는데 지금은 단종시켰어요. 굿즈로 표현되는 그림은 굉장히 심플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탱이’를 표현한 그림들은 자잘한 선이나 만화적인 효과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 그림을 에코백이나 배지에 넣으려면 단가가 굉장히 높아질 수 있고,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 때문에 제작 자체가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탱이’를 모델로 굿즈를 만든다면 개량을 많이 해서 그림을 단순하게 바꿔야 하고요. 많이 시도는 해봤는데, 그러면 맛이 떨어지는 느낌이라서, 아직 굿즈로 만들기에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나 같은 걸 좋아해줘서 고마워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에서 집사들이 가장 공감하는 글은 “고마워”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탱이’한테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고, 자유를 뺏은 거 아닐까 싶어서 미안하기도 해요. 같이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미안한 마음에 약간 울컥할 때가 있어요. 고마워서 울컥할 때도 있지만요. 집사님들이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나한테 와줘서 고맙다고요. ‘수많은 고양이,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네가 내 고양이가 돼줘서 정말 고마워’라는 건데요. 저도 참 많이 공감하는 이야기예요. 덩달아 ‘탱이’한테 고마워하게 되고요. 그런 이야기들은 실제로 입 밖으로 꺼내서 들려주고 해요. 고마워, 미안해, 하고요.
반려동물들은 조건 없이 무한한 사랑을 주죠. 하루에도 몇 번씩 표현해주고요. ‘탱이’의 경우에는 하루 한 번이겠군요(웃음).
네, 하루에 한 번인데요(웃음). 충분한 것 같아요.
사람들끼리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잘 표현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반려동물한테 더 큰 감동을 받는 것 같기도 해요.
저도 혼자 10년 동안 살다 보니까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아요. 제가 집에서 살가운 아들도 아니고 누군가한테 사랑을 주거나 받는 것도 어색한데, 반려동물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거든요. (고양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에는 엄청 좋아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저리 가’라고 하는데, 얼마나 깔끔하고 아름다운 관계인지 모르겠어요(웃음). “고마워”라는 글에서 “나 같은 걸 좋아해줘서 고마워”라고 썼는데 ‘탱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반겨동물”을 읽으면서 코끝이 찡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이에요. 제목에서 약간 말장난을 가미한 부분도 마음에 들고요. 심플하게 메시지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지치고, 힘들고, 괴로운 날에도 반려동물이 반겨준다는 내용인데요. 해시태그에서는 어김없이 분위기가 반전돼요. “#우리집에놀러와 #집사방금나감”이라고 쓰여 있거든요(웃음).
저는 그렇게 해야만 뭔가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웃음). 끝에는 꼭 웃음으로써 정화를 시켜줘야 돼요. 약간 신파적인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그런 소재를 아예 안 다루는 건 아니지만, 다루더라도 약간은 비틀어서 마무리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탱이’도 길고양이였잖아요. 아픈 아이를 구조해서 입양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도 많으시겠어요.
앞으로 전개하고 싶은 방향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고양이들한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림으로 얻은 수익을 일부를 가지고 봉사, 후원, 기부 등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바람이 있고요. 다른 작가들과 기획을 하고 있어요. 길 아이들을 비롯해서 아픈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제 작품 활동에도 더 좋은 의미가 생기고, 저도 더 많은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충인 자세로” 이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대충 살자는 메시지가 주된 주제인데, 자세부터 남다르게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상징적인 의미이기는 한데, 부담 갖지 말고 힘 빼고 보시라는 메시지를 담은 거예요.
“Stay lazy”라는 작품을 만드신 적도 있죠? 고양이처럼 우리도 몸에 힘을 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생각이 자세를 만들기도 하고 자세에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잖아요. 몸 전체에 힘이 좀 빠지면 생각도 유연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힘이 들어간다고 해서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부담 없이 시작한 게 잘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제 경우에도 일러스트레이트 작업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퇴사를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인생이 조금 더 재밌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한 거였거든요. 그렇게 힘을 빼고 하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http://ch.yes24.com/Article/View/3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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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