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품격 : 아이는 당신이 보여주는 세계만큼 자란다
오랜 기간 실제로 자녀를 길러본 분들 중 자신의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온, 하여 다방면으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적절하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글ㆍ사진 허병민(편역)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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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 미국 동부에 있는 뉴 저지 주에서 살다 왔습니다. 한국에 온지도 어언 햇수로 29년이 지나가고 있는데요. 비록 시간은 상당히 많이 흘렀지만, 그리고 어릴 때의 기억도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한 가지, 제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는 영어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What do you think?

 

이것은 때때로 다음과 같이 쓰이기도 하지요.

 

What is your opinion?
What are your thoughts?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선생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표현입니다. 직역하면 ‘너의 생각은 뭐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지요. 이 외에도 "It's OK(alright)." 등 자주 들어온 표현들이 여럿 있지만 위의 표현만큼 제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돼 있는 표현은 없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중ㆍ고ㆍ대학생 시절을 거쳐 사회에 나온 후 지금까지, 유독 이 표현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의견, 꿈, 욕구ㆍ욕망을 주도적으로 드러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럴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지요.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에 나와서는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특히 중ㆍ고등학생 시절 때는 아예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한국에서 중ㆍ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5 + 3 = ○
□ + △ = 8

 

단적인 예이긴 합니다만, 교육 방식 혹은 교육의 지향점을 위와 같이 비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의 두 가지 등식 중 전자가 그 동안 한국이 지향해온 교육 방식이라면, 후자는 교육 선진국들이 지향해온 교육 방식입니다. 성급한 일반화로 느낄 분들도 있겠지만, 아울러 씁쓸한 건 둘째 치고 크게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온 우리나라의 교육 덕분에 우리는 삶의 자주성과 주도성을 조금씩 잃어온 건 아닐까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의견이 주변의 생각이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남들이 추구하는 길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아예 처음부터 그 싹을 잘라버리도록 훈련되어온 건 아닐까요.
이 이야기가 제가 이 책을 준비하기로 결심한 이유이자 사실상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 정확히 말해 ‘본질’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이야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 속에 여러분이 여러분의 자식을 어떻게 키워왔고 앞으로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아울러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내 아이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지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이 책에 참여한 해외의 세계적인 석학ㆍ리더들이 이어받아 본인들의 경험이 뒷받침된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여러분에게 던지게 될 겁니다. 좀 더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무엇보다도 좀 더 와 닿도록 말이지요.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이 아이를 기른다는 것, 그 의미를 좀 더 깊이 있게 되돌아보고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이 책은 이미 그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고백하건대 이 책은 자식을 키우고 있는 한국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께 바치는 오마주입니다. 저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들이 적지 않기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오랜 기간 실제로 자녀를 길러본 분들 중 자신의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온, 하여 다방면으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적절하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아무래도 교육에 있어서 연륜이나 내공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이 책을 해외의 석학ㆍ리더들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한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진행했던 모든 석학ㆍ리더들과의 컬래버레이션 기획작들을 통틀어 이 책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는 내내, 그중에서도 특히 저와 절친한 석학ㆍ리더들과는 이메일뿐 아니라 화상 채팅과 통화로도 장시간 동안 자녀교육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 얕은 경험치에 의거해 감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국과 해외(특히 미국)의 교육환경과 시스템, 상황이 많이 다르기에 어느 쪽이 더 좋다, 나쁘다 단정을 지을 순 없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의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데 반해, 교육 방법과 교육 원칙 등 자녀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나 철학, 접근법 등을 보면 되짚어봐야 할 지점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는 것. 

 

저는 이 책을 진행하는 내내 단 하나의 바람을 갖고 임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지옥과 교육 시스템은 잠시 내려놓고, 적어도 부모라면 자신의 아이를 최소한 이러한 마음으로 대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런 방향으로 가르치는 게 온당하고 바람직하지 않을까, 라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부모님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들의 마음속에 ‘내 아이를 제대로, 전력과 진심을 다해 잘 기르고 싶다’는 초심(初心)을 환기하고 복원하고 싶었습니다. 그 바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최고의 석학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까마셜 골드스미스,알란 더쇼비치,윌리엄 폴 영 등저/허병민 편,기획/박준형 역 | 북클라우드
사회ㆍ경제ㆍ과학ㆍ예술 등 각 분야의 선구자 혹은 권위자라고 불리는 석학들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할까? 만약 내 아이가 세계적인 법률가, 심리학자, 교육가, 디자이너,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녀로 태어났다면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당대 최고의 석학들이 참여한 ‘한국형 부모 성장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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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민(편역)

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4년간 400명이 넘는 해외의 세계적인 석학·리더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도서와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지식 콘텐츠를 기획·제작해왔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일기획 제작본부 PD로 입사했고 이후 두산동아, Otis Elevator, LG생활건강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콘텐츠 기획·개발 전문 연구소 Talent Lab의 대표이자 해외의 석학·리더들의 강연 및 전문 분야를 주선·연결해주는 프리미엄 지식 콘텐츠 에이전시 T-Lab의 대표이다. 저서로는 『인생이 하나의 질문이라면』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준비된 우연』 『버려야 보인다』 『고수의 습관』 『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메이드 인 미』 『넥스트 컴퍼니』 중국에 수출된 『1년만 버텨라』 『20대,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