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근, <광염 소나타>의 J는 딱 내 캐릭터!
그래서 배우들은 무대 위에 있는 순간 절대로 대충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책임감이 있어야죠. 관객분들 이번에 <광염 소나타>에서 제가 피아노 연주하는 거 처음 보실 텐데, 정말 잘하고 싶어요(웃음).
글ㆍ사진 윤하정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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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사에서 올해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창작뮤지컬로 뽑았던 <광염 소나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지난 2월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참신한 구성과 음악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광염 소나타>가 본공연으로 돌아왔습니다. 김동인의 소설 ‘광염 소나타’, 아름다운 곡을 향한 작곡가의 광기 어린 집착이 만들어낸 죽음의 소나타를 모티브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가득한 무대인데요. 한층 탄탄해진 대본과 풍성한 음악, 무엇보다 새로운 배우들이 가세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캐스팅된 여러 배우 가운데 박한근 씨의 이름이 유독 눈에 띄는군요.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대학로에 자리한 연습실에서 박한근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광염 소나타>에서 J를 맡게 됐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다들 ‘너는 왜 그렇게 힘든 인물만 하니?’라고 묻더라고요. 모르겠어요, 그래야만 제가 숨 쉬는 것 같아요. 더 힘들고 망가지더라도 좀 더 해보고 싶어요.”

 

우연히 다미로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박한근은 이런 걸 많이 해서 그런지 곧잘 하더라’라는 말이 이 말인가요(웃음)?


“그렇죠(웃음). 제가 해왔던 역할들이 항상 힘들었어요. 무너지고, 좌절하고, 소리 지르고, 울고, 죽고... J를 봤더니 그렇더라고요. 아, 저것도 내 것이구나(웃음)! 처음부터 캐스팅 제의가 있어서 관련 영상을 봤는데 음악이 정말 좋더라고요. 솔직히 캐릭터는 살짝 고민이었는데, 트라이아웃 공연을 봤더니 좋았어요. (성)두섭 씨가 워낙 잘했고. 두섭이도 많이 분출했지만  저는 좀 더 가지 않을까. 저만의 J를 또 만들어야 하니까요.”

 

왜 J 같은 캐릭터에 끌릴까요, 이렇게 뵙기에는 밝고 쾌활해 보이는데요(웃음).


“여러 면이 있어요. 밝게 보이려 애쓰는 면도 있고. 개그맨들이 항상 웃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쩌면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들과 더 비슷한 면도 있는데, 그건 내가 생각하는 나이고, 남들은 저를 쾌활하고 밝은 이미지로 보는 편이죠. 극중 J는 갇혀 있고 우울하고 때로는 미쳤고... 그 다양함에 끌려서 이 작품을 더 하고 싶었어요.”

 

트라이아웃 공연 때와는 많이 달라졌나요?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트라이아웃 공연 때 나왔던 얘기들을 토대로 극이나 연출, 음악적으로 조금씩 수정됐죠. 그리고 아무래도 배우가 바뀌면 연기의 호흡이 바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달라지는 면이 있어요. (이)선근이나 (김)수용이 형은 함께 작품을 해봤지만, 다른 배우들은 처음 만나거든요. 거기에서 오는 새로움도 있고요.”

 

트라이아웃 공연 앞두고 성두섭 씨를 만났을 때는 제작진은 물론이고 배우들 모두 무척 예민한 상태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연습실 분위기가 꽤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때는 힘들었을 거예요. 시간도 많이 없고, 초연에 원캐스트라서 배우 3명이 오롯이 그 인물을 만들어야 하니까. 물론 연출님도 있고 작가님도 있지만, 정말 고생했을 거예요. 공연할 때 노력하고 고민했던 부분들이 무대 위에서 다 보이더라고요.” 

 

그럼 박한근 씨는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어떤 걸까요?


“피아노죠. 너무 힘들었고, 아직도 힘들어요. 피아노를 제대로 쳐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 사람한테 피아노 연주라는 건 왼손, 오른손이 따로 노는 거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웃음). 당연한 얘기지만 피아노 연습을 먼저 들어갔어요. 그때 스스로 다짐했죠. 하루에 최소 3~4시간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습하자! 밤늦게까지 술 마신 날도 집에 가다 작업실에 들러서 피아노를 연습했어요. 그런데도 매일 악몽을 꾸는 거예요. 공연 중 피아노 앞에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 예전에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음악공연을 만든 적이 있는데, 두 달이나 연습했는데 무대 위에서 기타를 못 친 적이 있거든요.”

 

J라는 인물 자체가 작곡가니까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그것도 천재 작곡가니까... 그런데 연출이나 음악감독은 말해요. 작곡가가 피아노를 잘 치지는 않아(웃음)! 연습을 많이 해서 지금은 잘 쳐요. 깜짝 놀라실 거예요. 신동 소리도 들었어요(웃음). 그래도 걱정은 되죠. 총 4곡을 연주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연주하는 한 곡이 많이 어렵거든요.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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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OST 작업도 많이 하셨던데, J처럼 데뷔와 함께 이름을 날리셨나요(웃음)?


“그렇지 않아요, 다 망했어요(웃음). 저는 연기를 전공했고, 우연찮은 기회에 가수로 데뷔해서 OST 작업을 했는데, 그때 한류 열풍으로 일본까지 드라마가 수출되고 OST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현지에서 콘서트도 했어요. 2003년에 음악, 뮤지컬, 연극 다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후에 참 힘들었죠. 솔로 앨범 내서 망하고, 잘 될 뻔도 했는데 사기 당하고, 공연 오디션도 다 떨어지고. 그래서 다 그만둔 적도 있어요. 그 얘기 다 하려면 2박3일 걸려요(웃음). 그 당시에 정말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면 그때는 어렸고, 꿈이었고, 즐거웠고, 재밌기도 했어요. 돈에도 신경을 안 썼으니까.”

 

다시 무대로 돌아온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다 그만 두고 유학 준비를 한 적이 있어요.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가 대학 동기인데, 이 친구랑은 연락을 했거든요. 어느 날 쭈뼛쭈뼛 오디션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그게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었어요. 영상을 보는데 모차르트는 키가 작아도 상관없고, 어리게 보이면 더 좋고, 노래도 록이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저는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는데, 프랑스 제작진이 저를 뽑았어요. 배우로서 제 인생을 살린 거죠. 필영이 아니었으면 지금 저는 무대에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뒤에도 쉽지 않았어요. <완득이>와 <왕의 남자> 주인공으로 연습까지 다 했는데, 둘 다 엎어졌거든요. 선배들이 농담으로 ‘박한근이 주인공 하는 작품은 하면 안 되겠다, 다 엎어져!’라고 말할 정도였어요(웃음).” 

요즘은 쉬지 않고 무대에 서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무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J처럼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스스로 어디에서 자극을 얻나요?


“일단 항상 ‘릴렉스’를 떠올려요. 노래든 연기든 어쩔 수 없이 힘이 들어가거든요. 그리고 선후배나 동료들에게 항상 조언을 구해요. 오늘 공연 어땠느냐고.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간 적도 있어요. 대극장 공연을 자주 하니까 극장 규모에 맞게 연기가 좀 틀어지는 것도 같았거든요. 소극장의 쫀쫀하고 디테일한 무대가 그립더라고요. 배우들끼리의 연기싸움도. 이번에 <광염 소나타>에서도 배우들끼리 피 터지게 연기싸움 할 거예요(웃음).”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소속이다 보니, 요즘 많은 배우들이 그렇지만 아무래도 소속사 작품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것에 대한 갈증도 있겠죠?


“많죠. 물론 아시아브릿지컨텐츠에서 제작하는 작품이 좋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았을 거예요. 작품도 좋고,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음악도 좋고. 그래서 함께 작업해 왔지만 그런데도 갈증은 있어요. 하고 싶은 작품이 정말 많거든요.”

 

3년 안에 꼭 하고 싶은 세 가지만 얘기해 볼까요?


“그걸 어떻게 뽑아요(웃음). 우선 <서편제>의 동호, 예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최근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 음악이 정말 좋잖아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도 딱 내 옷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이)석준이 형이 무척 잘 하셔서 그 역할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이밖에도 하고 싶은 작품 너무 많아요.”

 

2003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셨으면 강산이 1.5번 바뀐 셈인데, 배우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세요?


“늘 같아요. 열심히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잘하자! 관객을 위해서도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더 분석하고 연습하고 잘하자, 잘해야 한다! 그 비싼 돈 내고 보러 오시는데,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보시는데. 그래서 배우들은 무대 위에 있는 순간 절대로 대충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책임감이 있어야죠. 관객분들 이번에 <광염 소나타>에서 제가 피아노 연주하는 거 처음 보실 텐데, 정말 잘하고 싶어요(웃음).” 

 

배우들을 만나다 보면 무대에 서기까지 참 쉽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일을 겪었기에 연기가 더 좋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무대를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까요. 2박3일간 들어야 할 박한근 씨의 그 많은 이야기도 결국은 지금의 배우 박한근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3명의 배우가 악기까지 연주하며 치열한 연기싸움을 할 수 있는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말입니다. J, S, K 세 사람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만들어내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넘버가 밀도 높게 어우러질 창작뮤지컬 <광염 소나타>는 7월 16일까지 대학로 JTN 아트홀 1관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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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근 #광염 소나타 #J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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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