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쫓는 ‘정답 인생’이 아니라 모험가의 삶에 도전해 내가 행복한 인생을 만들고 있는 20대 청년 김예솔. 대기업맨이었던 그녀는 427일간 동남아, 미국, 중남미를 거쳐 유럽까지, 세계 38개 나라를 여행했다. 이제 그는 꿈과 세계문화를 전하는 강연가이자, 국제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웃도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자로 아이들의 세계관을 열어주고 있다.
지금은 당당하게 삶을 개척하고 있지만 저자도 한때 남들과 비슷하게 살았다.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도 부모님 말씀에 따라 순순히 휴학 없이 학교 공부에만 매진했고, 졸업하자마자 취업했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좋든 싫든 4년은 무조건 일해야 한다는 강박에 꾹 참고 일했다. 그렇게 ‘어른아이’로 살던 20대 중반에야 비로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 물음을 『괜찮아, 청춘이잖아』에 담았다.
『괜찮아, 청춘이잖아』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우선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물여섯,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유서 쓰고 떠났던 427일간의 달콤쌉쌀한 자기계발 여행 이야기’예요. 보통 여행책과 다르게 관광 정보, 여행지 보다는, ‘삶의 다양성’을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에요.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모습,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늘 되뇌며 함께 나누고 싶은 삶의 지혜와 철학을 가감 없이 꾹꾹 눌러 담았어요. 저의 여행 신조는 “전 세계 현지인의 삶 빙의하기”였어요. 세계인들의 삶과 문화가 궁금했고, 현지인들의 삶에 오롯이 스며들고 싶었어요. 저마다 왜 다른지 궁금했고 여행하며 배우게 될 모든 지혜와 경험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책 속에 담긴 내용 중 여행에서 만난 삶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틀림’이 아닌 ‘다름’ 안에서 변해가는 저의 모습을 보시며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여행기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국 사람은 이기적이다”, “쿠바 사람은 사기꾼이다”와 같은 편견과 일반화를 깨는 군고구마같이 달달하고 따뜻한 사람 이야기를 통해서, 여행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에 대해 설레는 마음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프롤로그에서 유서를 남겼다고 언급하셨는데 상당히 놀랐습니다. 어떤 계기로, 또 어떤 심정으로 유서를 쓰셨나요?
여자 혼자 세계여행 떠났다는 말에 보통은 ‘겁 없다.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전 영락없이 평범한 겁 많은 3년 차 직장인이었어요. 정말 두려웠어요.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흉흉한데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생의 마지막에 남기는 편지라고 생각하고 유서를 썼어요. 제 이름이 예솔, 예쁜 솔나무라는 우리말 이름인데요. 제가 죽으면 집 근처에 솔나무를 심어달라는 얘기까지 썼어요.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때는 정말 진지했지요. 그렇게 무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갔냐? 라는 질문도 종종 받았는데요. 그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해요. 무엇을 시작할 때는 시작하기 전이 가장 두렵다는 것을, 그리고 내 자신을 믿고 한 발만 내딛으면 생각지도 못한 길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죠.
젊은 나이에 꿈과 도전을 찾고자 427일간 38개 나라를 다녀오셨다고요. 여행을 떠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무엇보다 내 젊음이 아쉬웠어요. 남들 보기에는 안정적인 삶일지라도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일까 이렇게 계속 살면 행복할까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이 들더라고요. 내 인생인데 전 마치 조연, 엑스트라처럼 살고 있는 듯했어요. 학창 시절 주인은 입시였고, 대학 시절 주인은 스펙, 직장에서는 상사 그리고 이제 결혼-집-차-자녀 등 앞으로의 내 주인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고, 20대인데도 앞으로가 기대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생에 한 번뿐인 20대, 1년 정도는 내가 해보고 싶은걸 원 없이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직장에서 외국인 500명을 만났는데, 그 만남이 세계여행을 하는데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삼성전자 외국인 임직원 인사 지원을 하며, 500명이 넘는 외국인들을 만났어요. 돌이켜보면 저에게 외국인 한 사람과의 인연은 단순히 한 사람을 더 아는 것이 아닌, 새로운 우주를 품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들과의 인연을 통해 미지의 세계였던 국가들은 내 친구들이 살아 숨 쉬는 땅이 되었고,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꿈꾸었던 세계여행이 짙어지고 강해졌어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제 하늘 아래 존재하는 세상은 내가 듣고 믿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아가며, 내가 그들의 삶의 현장을 체험하고 싶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미디어와 책이 아닌 내가 직접 그 나라를 느끼고 정의하고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길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이 있나요?
가장 기억나는 인연은 여행이 낳은 아빠인, 마을버스 ‘임택 아부지’가 가장 생각나요. 50대는 인생의 2모작을 시작하는 나이라며, 녹색 마을버스를 끌고 평생 꿈꾸었던 세계여행을 9개월째 하시는 분이었어요. 세상에 이런 분도 있네,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아부지가 있는 유럽으로 독수리처럼 날아,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마을버스를 타고 유럽을 17일 동안 여행했어요. 사실 나이를 먹는 것은 서글프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부지를 보고 청춘은 인생의 어느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나이란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꿈을 현실로 만든 아부지를 보며 나의 50대의 삶은 어떻게 꽃피울 수 있을까라는 설레는 상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며칠 전에 같이 부산 <아침마당>에도 나가서, 함께 여행했던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기분 새롭더라고요. 또 기억 남는 인연이 더 있는데요. 바로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파독 할머니 할아버지예요. 조국에서 온 청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3일 동안 저를 재워주시고, 먹여주시고, 챙겨주셨어요. 그분들과 지내며 제가 당연하게 여기던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고 부끄러워졌어요. 나아가 일흔 살이 넘었는데도 독일 사회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두 분을 보며 저 또한, 다음 세대에 미약하게라도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쿠바에서 친해진 동네 아주머니랑 며느리가 저에게 신선한 제안을 했어요. “casa de la musica.” 즉 클럽에 같이 가자고 거예요. 시어머니랑 며느리랑 같이 그것도 클럽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따라갔는데요. 웬걸.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유독 튀는 한 명이 보였어요. 바로 시어머니! 시어머니가 엉덩이를 원으로 격정적으로 돌리며 춤을 추기 시작한 거예요. 이에 질세라 며느리도 신나게 춤을 추더라고요. 옆에 있는 외국인들과 함께, 가벼운 스킨십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그 모습을 본 체 만 체 하는 시어머니를 보고 더 충격을 받았고, “괜찮아?”라고 물어보니 더 충격적인 한마디를 했어요. “신경 안 써 그냥 지금 즐기는 거잖아.” 그리고 격정적인 엉덩이춤을 계속 이어가더라고요. 쿠바 사람들은 정말 순간을 스스럼없이 즐기는 듯했어요. 그리고 예상 외로 표현의 자유가 과하게 넘쳐 나는 곳이었어요. 길거리를 지나가면 할아버지, 청년들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어이, 귀여운 아가씨!(chica rinda)”라는 소리에 스트레스 받아서, 처음에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들으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나요.
여행하면서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 가치가 있다면요? 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건강, 가족, 친구... 그동안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소중하더라고요. 이중 어느 하나도 없으면 전 내용 없는 찐빵이더라고요. 삶을 그리고 일상을 여행하듯이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행이라고 마냥 특별하지 않더라고요.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듯이, 여행도 길어지면 익숙해지기 마련이거든요. 매번 다른 도시로 이동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보고 음식을 먹다 보면 포근한 내 방, 소꿉친구들, 그리고 엄마의 집밥. 오히려 익숙했던 것들이 더 특별하고 그립게 느껴졌어요. 여행만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오늘을 보내는 하루하루도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여기는 마음, 그것이 정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같아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nitaiji
201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