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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뻡씨 “직업을 바꾼다고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요?”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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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 두 나라는 경쟁에서 이긴다고, 더 많은 부를 소유했다고 더 행복해 하지 않아요.물질 못지 않게 정신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부탄에서 영화배우 틸다 스윈튼과 함께 찍은 사진.JPG

부탄에서 영화배우 틸다 스윈튼과 함께 찍은 사진

 

‘행복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금융권 직장을 그만두고 인생설계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은 김뻡씨. 법무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직업을 바꾼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일을 바꾼 것에 더해 이번에는 삶의 자세를 되짚어보자는 데 생각이 미치자 전 재산을 톡톡 털어 짐을 꾸렸다. 8개월간의 긴 여행에서 그는 자신이 왜 행복하지 않은지,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묻고 고민하고 탐색하기를 반복했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을 우선으로 35개국을 선정하고 대륙별로, 계절별로 안배해 이동계획을 세웠다. 시차에서 오는 피로를 줄이기 위해 루트의 진행방향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잡고 비행기 티켓을 샀다. 계절도 방문하는 국가의 시기를 여름 위주로 해서 짐을 줄였다. 2016년 5월 15일, 네팔 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행복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년 후,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를 썼다.

 

네팔에서 만난 아이들.JPG

네팔에서 만난 아이들

 

30대 중반에 감행한 8개월간의 여행, 쉽지 않은 결정인데요, 준비 기간과 방법을 알려주세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세계여행을 꼽지만 막상 실행하고자 하면 주변의 반대가 심하죠. 시간, 경비, 주변의 관계정리 등도 이유고요. 30대 중반인 저도 같았어요. 그래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서 여행준비를 위해 소요된 기간은 한달 정도에요. 경비는 전세금으로 조달했고요. 세계여행은 무엇보다 루트를 정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지구본위의 세계는 240여개국이잖아요. 저는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시스템이 상이한 국가들을 조금씩이라도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륙 별로 샘플화하고 행복여행이다 보니 UN 세계행복보고서의 행복지수를 기준으로 부탄,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 등 행복한 나라들을 필수로 선정했고요. 이동수단은 짧은 시간 동안 알차게 여행하기 위해 비행기를 주로 이용했어요. 비행기티켓은 출발 전 전부 발권 후 떠났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하나로 떠난 여행이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고 칼럼도 쓰고요. 여행정보 등 다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이 되던걸요.

 

왜 주제를 행복여행으로 잡았나요?


한국사회에서 경쟁하며 살아왔지만 '내가 왜 사는 건지, 잘살고 있는 건지, 이대로 살면 되는 건지' 그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들은 정작 생각할 겨를이 별로 없잖아요 저는 그게 더 중요한 문제라 생각했어요.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꼭 부응하는 게 내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애당초 ‘사는 게 다 그렇지 별거겠어’, ‘둥글둥글 살아야지’라는 말들에 동의하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제 남은 삶을 위한 방향의 나침반이 필요했어요.

 

그러다 여행을 떠나기 전 유엔이 2016년 3월 세계 157개 나라의 행복 점수를 집계한 2016 행복리포트를 보게 되었는데 이 리포트에서 1위는 덴마크였고 한국은 58위더라고요. (UN이 2017년 3월 20일 행복의 날로 선정하고 155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행복도 순위를 발표했다. 가장 행복한 나라로 노르웨이가 선정됐으며 상위 5개국 중 4개 국가가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한국은 56위로 작년 대비 2계단 올라섰으며 일본은 51위를 기록했다.)

 

그 후부터 주변 친구들을 대상으로 행복 인터뷰를 해보니 다들 불행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한국이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을 다니며 부탄은 왜 행복지수를 만들었는지 덴마크는 왜 행복지수 1위인지 알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전염성이 강하니까 행복에 대한 주제로 칼럼을 쓰면 다른 사람들도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행복여행이라는 주제로 <한국일보>에 연재하게 된 거고요. 각자 행복에 대한 기준은 다르지만 ‘나의 행복이란 뭘까?’에 대하여 생각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거고 그런 생각들이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로 가는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행복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서로 위무하고 격려하자는 뜻이 담겨 있죠.

 

라오스에서 만난 아이들.JPG

라오스에서 만난 아이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지역이나 사람이 있다면 긍정적인 면 하나, 부정적인 면 하나 소개해주세요.

 

먼저 동서고금을 통해 여행을 즐기던 사람들이 심심찮게 하는 말처럼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라고 하잖아요 ‘저는 다 똑같지 않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나라는 덴마크와 부탄 이 두 나라에요. 서로 방법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양 국가 모두 모든 정책의 최종 목표를 '행복'에 두고 있고, 국민들은 이런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나라들이 좋았던 이유는 사람들의 삶의 과정에 있어 주체성이 지켜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살아있었기 때문이에요.

 

덴마크는 뭔가 상식적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드는 나라였어요. 거리에 노숙자도 거의 없고 덴마크 친구인 토마스 뿐 아니라 덴마크 사람들의 사고가 돈이나 성공보다는 행복이 우위에 있고 얘기의 주제가 다양해요. 타인과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심 등도 많고요. 얼마 전에 책을 보내줬는데 너무 기뻐하며 ‘다른 나라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야 해’라며 자기 직접 번역용역을 맡을 테니 아마존에 내놓자고 할 정도예요.

 

부탄은 가난한 나라이지만 욕심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나라죠. 사람들이 매사에 치열하게 경쟁하기 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어요. 얼마 전에 한국과 부탄의 수교30주년 기념으로 부탄친구 킨레이데마가 왔었는데요. 한국에 처음 왔는데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사지 않더라고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거죠. 그래서 데마에게 돈을 버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하루하루 삶을 위해 일을 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고 쓴다’고 하더라고요.

 

적어도 이 두 나라는 경쟁에서 이긴다고, 더 많은 부를 소유했다고 더 행복해 하지 않아요.물질 못지 않게 정신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들에게서 배운 거죠. 어쩌면 제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요.

 

볼리비아 소금 사막 사진.JPG

볼리비아 소금 사막 사진

 

행복 여행을 통해 행복을 찾으셨나요? 그렇다면 김뻡씨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정확히 얘기하자면 행복의 조건들을 찾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여행을 하며 알게 된 행복의 조건들을 내면화하고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부탄에서 느낀 ‘마음의 상태’인데 애매하니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일상의 행복’이에요.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한 거죠. 단순히 주말을 기다리거나 여행으로의 일탈이 아닌 일상이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죠. 그러려면 현재의 자기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거죠. 우리는 늘 현재를 놓치며 사니까요.

 

여행을 마친 뒤 본업에 복귀해 더 행복해지셨나요?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무엇보다 주변에서 안정감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행복여행을 주제로 여행했으니 어느 정도 행복에 대해서 정리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생을 살아가는데 타인의 기준에 따르는 게 아니라 제 가치관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도요. 그래서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대화 상대에게 솔직하고 진실하게 대하려고 노력해요. 약점으로 보이지 않을까 신경 쓰지 않고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말할 수 있는 자유는 크거든요.

 

어쩌면 저도 행복하고 싶다 가도 성공이라는 것을 뒤로 꾹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에 행복여행을 떠난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선순위가 바뀌면서 예전에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어요. 다만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면 두려울 게 없어야 하니 어느 정도 손실과 비난은 감수해야죠.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두려움 없이 한 발씩 나아가보자는 삶의 의지가 생긴 것 같아요.

 

여행을 하며 발견한 행복의 비결들이 있나요?

 

제가 여행을 다니며 기초로 삼은 세계행복보고서의 행복도를 설명하는 질문 6가지(1인당 GDP와 출생 시 건강기대수명, 사회적지지, 인생선택의 자유, 관대성, 부패인식 등)를 자기에게 질문해보면 자기 자신이 행복한지 가늠해볼 수 있고요. 사실 생각해보면 이게 가장 중요한 행복의 기초 조건들인 거죠.

 

소득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약 10%미만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요. 기초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행복은 소득보다 안정된 고용, 개인의 자유와 안전, 높은 수준의 신뢰, 견고한 공동체, 정부와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이타주의적 삶의 태도를 갖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며, 높은 소득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덜 행복하고요. 공동체간의 유대 측면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경우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고요.

 

이 질문 6가지를 기초로 세계곳곳에 여행을 다니며 그들이 사는 방식과 우리가 사는 방식이 다름을 충분히 알수 있었죠. 행복의 조건들은 분명히 있어요. 책에서도 배움을 통해 행복의 조건들을 녹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볼리비아 소금 사막에서 재미있는 사진.JPG

볼리비아 소금 사막에서 재미있는 사진

 

세계여행 말고 다른 방법으로 행복을 찾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사실 세계여행은 행복을 찾기 위한 방식의 하나일 뿐이죠. 중요한 건 ‘자기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사실 우리들은 어떤 존재이어야 하고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잃어버리곤 하잖아요.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제 자신이게 귀를 많이 기울일 수 있었어요. 세상과 사람들을 관찰자적 시각으로 바라보니 어느새 내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이 한눈에 보였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관점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등’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말이에요. ‘남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라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환경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라면 세계여행이 아니더라도 행복을 찾을 수 있죠.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삶’이라 생각해요. 한 템포 쉬고 여유를 가지고 두려움 없이 나간다면 또 다른 꿈을 가지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더욱 감사하며 즐겁게 살수 있을 거에요.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김뻡씨(김태준) 저 | 토트출판사
거대한 담론이 길을 가로막을 때, 여행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길을 밝혀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식이다. 특히 그 주제가 사랑이나 자유처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 여행은 분명 그 뒤에 남겨진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김뻡씨에게는 그것이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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