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동아시아사는 과거 역사이기도 하지만,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고, 우리가 만들어 갈 미래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지역 공동체를 상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죠.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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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영유권, 일본군 ‘위안부’, 중국의 역사 왜곡, 사드 배치.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이 말들은 동아시아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자, 한국인을 분노하게 만드는 이슈이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도 국가 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깊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현실이다.

 

이를 누구보다 먼저 고민해 온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올 봄 의미 있는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바로 『역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친절한 동아시아사』. 현재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여덟 명의 교사들이 고대 국가 성립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주제별로 쉽고 친절하게 풀어냈다. 한국사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역사적 맥락이 확 다가오고, 뉴스의 논점이 귀에 쏙 들어오는 건 물론이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필자들은 이 책이 ‘동아시아사’의 어제와 오늘을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기획부터 발간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렸는데요, 기존의 ‘동아시아사’와 차별화하기 위한 고민이 깊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집필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동아시아사 과목이 학교 현장에서 처음 시작되었을 때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낯설어하고 당혹스러워했어요. 동아시아의 교류와 갈등의 역사가 평면적으로 혹은 일방적으로 전해질까 걱정이 있었고 동아시아사 과목이 ‘과연 청소년들이 보다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꿈꿀 수 있게 할까?’라는 의문도 들었어요. 그래서 필자들은 동아시아를 나와 연결하여 느끼고, 보다 나은 동아시아를 그려 보고, 스스로 당당히 현실화시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집필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친절하면서도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늘 생각했고요. 우리의 이러한 시도가 ‘새롭고 친절한 동아시아사’의 작은 밑거름이라도 되겠지요?

 

우리가 동아시아사를 알아야 할 까닭은 무엇일까요? 동아시아사만의 매력을 말씀해 주세요.


요즘 미세먼지로 인해서 답답한 나날이 이어지고, 밥상에 생선이 오를 때는 혹 방사능에 노출된 일본 해역에서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젓가락을 멈칫하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나라’ 혼자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역사ㆍ영토 갈등 문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들 또한 이미 국가를 넘어선 동아시아 지역 단위의 문제인 것이죠. 그래서 자국만의 입장이 아니라 상호 간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사가 중요하지요. 동아시아사는 과거 역사이기도 하지만,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고, 우리가 만들어 갈 미래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지역 공동체를 상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죠. 국가를 넘어선 지역 단위의 공동체를 상상하고, 서로 간의 역사를 살피는 행위 자체가 동아시아사입니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행위,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나요?

 

현재 동아시아는 역사 왜곡과 군사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조화롭게 풀어나가려면 어떤 가치나 태도가 필요할까요?


요즘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 등 우리와 주변국과의 갈등이 매우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죠. 언론 매체들의 보도는 자극적, 선정적인 내용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국에 대한 적대감이 깊어지고 문제가 악화되기 쉽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지역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고, 우리의 입장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태도나 반응에 대해 생각해 보고 존중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서 말이지요. 그래야만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고 비슷한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국주의를 대하는 일본인의 태도를 통해 진정한 애국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셨는데요, 우리가 자국 중심의 역사 인식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국가를 주어로 놓고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국 중심의 역사관을 갖게 될 소지가 큽니다. 그것이 심해지면 쇼비니즘(배타적 국가주의 또는 배타적 민족주의)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지요. 우리는 역사를 통해 쇼비니즘이 얼마나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고통과 비참함으로 몰아넣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 세계 대전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자국 중심의 역사 인식이 심해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해하는 반인륜적인 행위들이 넘쳐나지 않을까요? 자국 중심의 역사 인식을 경계함으로써 국가와 편견의 경계를 넘어 평화롭고 정의로운 미래를 꿈꾸는 역사 공부가 더욱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임진 전쟁의 명칭이 나라마다 다른 까닭 등 역사적 배경을 통해 원인을 알아보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아쉽게 빠진 이야기가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 간의 교류는 얼마나 활발했을까요? 지면 관계로 다 쓰지는 못했지만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코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중앙아시아 사람이 묘기를 부리는 장면, 씨름을 하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또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의 궁전 벽화에는 새의 깃털을 꽂은 조우관을 쓴 고구려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신라의 왕릉 앞에는 페르시아인의 얼굴을 한 석상이 세워져 있기도 합니다. 왕릉 안에서는 고대 로마의 유리병과 거의 똑같은 것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옛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상당히 넓었음을 알 수 있지요.

 

이 책은 28가지 질문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어서 더 흡입력이 있는데요, 꼭 생각해 봐야 할 만한 29번째 질문을 던진다면 무엇일까요? 그 까닭은요?


“동아시아의 교육제도, 무엇이 다를까?”는 어떨까요? 한국, 중국, 일본 등은 유교 문화권으로 모두 교육열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울러 입시 경쟁이 치열하여 좋은 점도 있겠으나 부작용 또한 크지요. 동아시아 국가들의 교육제도나 입시제도, 관리 선발제도에 대해서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론 학생들이 배움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즐겁게, 행복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근본 취지가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연구 모임이 8년 정도 지속되어 왔는데요, 또 다른 책을 쓰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동아시아사’가 학교 현장에 적용된 지 어느덧 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사와 세계사 교과에 비해 자료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담긴 사진이나 그림들을 발굴하여 주제별로 엮어 보면 어떨까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만약 책의 형태로 발간된다면 『사진과 그림으로 만나는 동아시아사』 정도가 될까요? 꼭 발간되지 않더라도 역사 교사와 학생들이 동아시아사에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자료를 찾고, 동아시아의 역사를 상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들을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역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친절한 동아시아사전국역사교사모임 저 | 북멘토
필자들은 동아시아사 수업을 하며 아쉬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국가의 개요, 식생활 등 문화와 역사, 외교 관계와 통치 방식, 서양의 지배와 전쟁 전후, 오늘날의 동아시아와 평화 모색 등 명확한 주제가 담긴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 내었다. 따라서 이 책은 동아시아사를 처음 접하는 학생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까지 교양ㆍ참고 도서로서 부담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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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