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라는 단어는 이유 없이 간지럽고, 부끄럽고, 아련하고, 서툴다. 그 단어를 내뱉을 때 떠오르는 많은 순간들 또한.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나 <나의 소녀시대>처럼 첫사랑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은 언제나 큰 사랑을 받아왔다. 연극 <사춘기 메들리> 또한 누구나 한 번쯤은 가졌던 풋풋했던 감정을, 누구나 한 번쯤은 돌아가고 싶어하는 싱그럽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정우는 전근이 잦은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전학만 다섯 번 겪은 뒤, 존재감이라곤 1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쥐 죽은 듯 조용한 학교 생활을 유지한다. 남일군이라는 한적한 시골 마을로 전학 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반 친구 그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으며 하루를 보내던 정우는, 다시 또 서울로 전학을 가야 된다는 사실을 알 게 된다. 서울로 전학 가기 전 날, 왠지 모를 억울한 기분에 휩싸인 정우는 “어차피 마지막인데 뭐!” 라는 마음에 관심 없던 같은 반 아영에게 사귀자는 고백을 하고, 짝꿍 덕원을 괴롭히던 정한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그러나 다음 날 아버지는 전학이 취소 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정우에게 전달하고, 평범하고 조용하던 정우의 학교생활은 그 날 이후 얘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연극 <사춘기 메들리>는 다음에서 큰 인기를 얻은 곽인근 작가의 웹툰 <사춘기 메들리>가 원작이다. 웹툰 <사춘기 메들리>는 섬세한 인물 묘사와 따뜻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서툴고 유치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풋풋한 ‘첫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극 <사춘기 메들리> 역시 그 감성을 무대 위로 옮겨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18살 사춘기를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메들리로 엮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주인공인 정우, 아영이의 설렘 가득한 첫사랑뿐 아니라 빵셔틀이지만 화 한 번 내지 않는 순둥이 덕원, 지난 과거를 이겨내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역호 등,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웹툰을 무대 위로 옮겨오는 데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배경 표현도, 인물의 감정 표현도, 보다 섬세하게 그려진 웹툰에 비해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극으로 그려진 <사춘기 메들리> 역시 원작보다 아쉬움을 주는 건 사실이다. 정우와 아영이가 점차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겪는 설렘들이 웹툰만큼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원작보다 ‘재미’와 ‘웃음’에 초점이 맞추어져 지나치게 과장되게 그려지는 몇몇 장면도 아쉬움을 남긴다. 1시간 반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원작이 주던 아련하고 따뜻한 감성이 오롯이 느껴지는 순간은 많지 않았다.
<사춘기 메들리>가 큰 인기를 얻은 이유는 단순히 ‘첫사랑’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나와 친구들,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정우와 아영이의 이야기 외에도, 늘 조용하고 외롭던 정우의 생활 그 자체가 조금씩 변해가며 정우가 성장해나가는 모습도 그려진다. 한 소년의 서툰 성장기를 지켜보면서 관객들은 어느 새 그 감정에 빠져들게 되고, 마음 깊은 곳에서 나와 닮은 소년을 응원하게 된다.
주인공들과 같은 사춘기 학생들도, 그 시절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20-30대 관객들도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사춘기 메들리>는 오픈런으로 대학로 아트홀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iuiu22
201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