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을 위한 상담실 1
우리는 주변에서 ‘엄마의 존재가 부담스럽다’거나 ‘어려서부터 줄곧 간섭받았다’고 느끼는 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엄마의 이러한 간섭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들은 나이대도 다양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루이처럼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살아가야 할 20대와 30대 여성은 물론이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다 키워놓은 60대가 되어도 여전히 엄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간섭이나 구속의 형태도 다양해서 정신적인 학대와 언어폭력을 서슴지 않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친구 같은 모녀’를 내세우며 무엇 하나 숨기지 않는 관계를 자식에게 강요함으로써 자립심을 빼앗는 엄마도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부모 자식 간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아들보다 딸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자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실제로는 자신과 성性이 다른 엄마의 간섭이나 어린 시절 상처받은 기억에 사로잡혀 힘들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엄마가 자신과 동성同性이냐 이성異性이냐에 따라 괴로움의 형태는 크게 달라집니다.
딸은 엄마와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루이의 엄마처럼 딸의 얼굴이나 몸매를 유심히 쳐다보며 관찰하고 잔소리를 늘어놓기 쉽습니다. 심한 경우 인생 전반에 걸쳐 생리 주기나 임신, 출산 등 민감한 부분까지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고 간섭받기도 합니다.
엄마와 딸의 갈등이 심해진 것은 불과 10~20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엄마라는 존재는 ‘모성’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바쳐야 하는 숭고한 사람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수많은 여성은 대대로 내려오는 이러한 가치관대로 자녀를 키웠습니다.
1970년대 이전에 여성의 평균 수명이 60~70세에 불과했던 것도 모성이 강조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당시 여성들은 20대 초반에 결혼을 하고 나면 고향으로 친정엄마를 만나러 가는 일조차 뜻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요즘의 절반도 채 되지 못했던 셈입니다. 엄마와 만날 시간이 짧다 보니 좋은 어머니상은 더욱 이상화되어 모녀가 갈등을 빚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수명은 길어지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딸도 많은 데다 평균 결혼 연령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혼해도 친정 근처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자신의 영향력 안에 그대로 있습니다. 옛날에 비해 엄마가 자주 간섭하거나 딸과 다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엄마에게도 할 말은 있습니다. 어린 자녀는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안전하게 기를 수 없습니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는 절대로 방치해선 안 되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닐 때도 부모의 적정한 보호가 필요합니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아사쿠라 마유미,노부타 사요코 공저/김윤경 역 | 북라이프
지금껏 딸이라는 호칭 앞에는 ‘친구 같은’, ‘착한’과 같은 단어들이 당연한 듯 따라붙었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수많은 착한 딸, 아니 가족에게서 벗어나 나답게 살고 싶은 여자들을 위한 책이다.
아사쿠라 마유미, 노부타 사요코
임상심리사이며 하라주쿠 상담소 소장인 노부타 사요코와 프리랜서 작가인 아사쿠라 마유미가 만나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를 집필했다. 가족, 특히 엄마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