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그런 날이 있지요.
버스는 눈앞에서 떠나버리고, 우산은 어디다 두고 내리고,
자동차는 웅덩이에 고인 물을 나한테 튀기고 가버립니다.
이놈의 휴대폰은 또 어디 들어가 있는 걸까요.
그런 때가 있지요.
무엇도 자신이 없고, 내 자신이 형편없게 느껴지고
모든 사람이 날 싫어하고, 내게서 등 돌리는 것 같은 때.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그러는 자신이 또다시 싫어질 때.
도대체 나란 인간은 왜 이렇게 생겨먹은 걸까요.
그럴 때, 그래도 기댈 것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어떤 걸까요.
함석헌 선생이 썼던 것처럼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 그 사람을 여러분도 가졌는지요.
그게 사람이어도 좋겠지만, 그 사람마저 없을 때
자신을 최후까지 지켜주는 건 결국 자긍심, 자존감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도, 그래도, ... 당신이 모르는 게 내겐 있어.’
하면서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는 내면의 힘.
그렇다면 그건 어떻게 만들어놓아야 하는 걸까.
묵묵히 책을 읽는다는 일. 가장 듬직한 ‘그래도’가 돼주지 않을까요.
혹은 삶이란 미궁, 미로를 빠져나오게 해줄
아리아드네의 빨간 실 같은 것 말이죠.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입니다.
한강이 장벽이었던 시절. 그 위로 하나 둘 다리가 놓입니다.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고,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돈과 이권, 재산과 탐욕, 그런 눈 먼 것들이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렇게 미지의 공간은 채워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곳을 '강남'이라 불렀습니다.
오늘 우리는 바로 그 '강남'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 아래 놓인 공간과 발자국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강남의 탄생』
대한민국의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1) 책 소개
원래 '강남'이란 말조차 없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은 한강 이남의 미개발 불모지였던 강남이 우리나라와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소개한다.
아직 '영동'이라 불리던 시절, 장차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장벽 같던 한강을 건널 수 있게 해준 제3한강교가 완공되면서 강남은 본격적인 개발 시대를 맞는다. 대대적인 수방 사업과 공유수면 매립, 택지 조성 사업을 통해 강남은 거대한 개발 부지로 재탄생하고 변변한 건물 하나 없던 허허벌판에는 격자형으로 도로가 깔렸다. 그리고 오늘날 강남을 있게 한 주인공들 - 유명 아파트와 거리들, 빌딩들, 그리고 수많은 사건들 - 이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다.
2) 저자 :
한종수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롯데관광, 한국토지공사에서 일했고 세종시 도시재생센터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중 역사책을 쓰는 작가로서 역사의 담론 사이에 파묻힌 사람들의 흔적과 일화를 발굴해 새로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을 꿈꾼다. 『제갈량과 한니발』 『세상을 만든 여행자들』 『2차 대전의 마이너리그』 『강남의 탄생』(공저)을 썼고, 『환관 이야기』 『제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우리말로 옮겼다.
강희용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강남과 인접한 동작구에서 제8대 서울시의원을 지냈고, 서울시 재개발 및 균형발전위원회 위원, 서울시도시계획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서울시 도시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관여해 왔다. 2013년 미국 국무부에 의해 세계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었다.
◆ 211-212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우리를 대변하는 비유로서의 '나'
생이 긴 듯해도 찰나라는 의미로의 '잠깐'
사는 이르이 기쁨과 슬픔을 한데 모았을 때 그 교집합 정도로의 '설움'
그 세 단어에 기대고 시인의 시선에 기대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 이번에 함께 이야기 나눌 책.
허은실 시인의 첫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입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susunhoy
2017.02.27
https://www.youtube.com/watch?v=BkoPKv_Rpig
이화동/에피톤 프로젝트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 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그늘 곁에 그림들은 다시 웃어 보여줬고
하늘 가까이 오르니 그대 모습이 떠올라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아직 난 너를 잊을 수가 없어
그래, 난 너를 지울 수가 없어
.
.
눈 먼 상태로 다리를 건넜습니다
기대고 기대어 보는
기쁨과 슬픔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세상을 만든 그 이름 아래
수많은 상처의 발자국을 지켜주는 건
결국 '하늘 가까이 오르'는 첫 생명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