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조비, 초심이라기엔 지루하다
대형 밴드의 화려한 컴백 치곤 결과물이 영 시원찮다. 본래의 색채를 고수한다고 했으니 새로움은 없을테고, 초심을 운운하기엔 “매가리”가 없다.
글ㆍ사진 이즘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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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존 본 조비의 미모만큼이나 음반의 색도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화려한 외모 덕분에 여심을 몰고 다녔던 1980년대 글램 메탈의 강렬한 팝 사운드(「Born again tomorrow」)부터 「It’s my life」의 메가 히트를 재현한 파워 팝 「Knockout」은 물론, 를 떠올리게 하는 컨트리 트랙들도 출현한다. 현재까지 밴드가 걸어온 흔적을 집약해 놓은 셈이다. 이들이 결코 제 자리에 멈춰있는 부류는 아니므로 약 30년간의 활동에서 비롯된 사운드의 굴곡은 당연히 존재할 터. 본 조비는 의 외피를 둘렀던 공간감을 다시 한 번 끌고 와 아레나 록이 주는 울림으로 그 기복을 극복한다.

 

리드 싱글 「This house is not for sale」은 앨범을 대표하는 곡이다. ‘이 집에는 사연이 있어.’ 지난 3년간 본 조비는 많은 일을 겪었다. 영혼의 반쪽이었던 리치 샘보라와(Richie Sambora)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설상가상으로 레이블과 갈등을 빚고, 사업은 기울어져 한 번에 모든 것을 잃은 그였지만 음악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내 꿈이 무너져도 이 영혼만큼은 팔지 않아. 신뢰로 세워진 이 집은 쇳덩이로도 부술 수 없어’ 가사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그의 말대로 음반은 어두웠던 과거를 부정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메시지를 설파한다. 특히 능동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Born again tomorrow」나 「Knockout」은 시절의 힘 있는 드럼과 명확한 기타 리프로 그 의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집과 뿌리, 고향으로 향하는 듯한 「This house for not sale」의 뮤직비디오, 메인스트림에 흔들리지 않는 본 조비만의 사운드는 그들이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함을 나타내는 지표다. 그러나 이들의 결정이 반갑기 보다는 또 다른 지루함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에서 제2의 를 시도하지만 음반은 쇄신이 아닌 자기 복제에 그쳤다. 「Roller coaster」는 「Saturday night gave me Sunday morning」의 니켈백(Nickelback) 식 뻔한 전개와 똑 닮아있고, 컨트리 록 앨범 이후 에 꼬박꼬박 등장하는 후반부의 내슈빌 사운드와 비슷한 트랙 구성(「Scars on this guitar」, 「Come on up to our house」)에도 질려가던 참이다. 더군다나 전작에 이어 리버브를 남발해 형성한 인위적인 부피감은 부담스럽다.

 

대형 밴드의 화려한 컴백 치곤 결과물이 영 시원찮다. 본래의 색채를 고수한다고 했으니 새로움은 없을테고, 초심을 운운하기엔 “매가리”가 없다. 전성기 시절을 재현하려면 적어도 「Livin’ on a prayer」나 「It’s my life」 둘 중 하나는 과감히 선택해야 하지 않은가! 아무리 가사에 집중하라고 호소를 한들 고막을 파고들지 못하고 귓바퀴에서 맴도는 멜로디는 집중력을 흩뜨릴 뿐이다. 록과 팝을 아우르는 본조비이기에 꺼져가는 록씬에 숨을 불어 넣어주리라 믿었건만. 반짝 1위를 하고 “나가리” 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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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