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의 <선데이마이니치> 시사지에서 장기간 연재한 ‘탈, 노후빈곤’ 기사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온 일본의 지금의 현실을 파헤쳤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고도 경제 성장기였던 일본 사회 대부분의 가정은 자가용에 이어 내 집 마련이 인생 최대의 꿈이었다. 집이 있어야 노후가 편안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아버지의 월급이 오르고 우리는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그렇게 우리 부모들은 자식의 부양을 받으면서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어떤가? 과연 우리 부모들의 보편적인 꿈은 이루어졌을까? 일본은 버블경제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생활이 파탄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생활보호 수급자(한국의 기초생활 수급자) 수는 계속해서 과거 최다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65세 이상이 그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통계에 따르면 독거노인들 중 남성 3명의 1명, 여성 2명의 1명꼴로 빈곤 상태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런 사회가 오리라고 그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연금 생활을 해도 일해야 하는 80세 노인, 편찮은 노부모를 부양하다 지쳐 동반자살한 노부부와 딸, 독거노인의 고독사 증가 그리고 사건 현장 청소업체와 집주인 손해보험 상품 등. 이는 경제적, 사회적 고립이 낳은 지금의 노후의 현실이다.
이런 사태를 불러온 배경으로는 수명의 증가와 동시에 독거생활의 비율이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고령의 부모와 미혼의 나이 든 자식으로 이루어진 ‘고령 부모자식’ 세대가 눈에 띈다. 그리고 그중에는 낮은 연금과 수입으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앞으로 더욱 곤궁한 상태에 빠질 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나의 경우에도 현재, 70대 초반의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계시는데, 하루 종일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를 돌보다보면 하루하루 피폐해진다. 노부모를 돌보다 살인까지 저지른 사건이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 부모님을 돌봐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부모님을 돌보는 일이 끝나고 다음은 내 차례로, 내가 치매에 걸리면 자식도 없는 나는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불안해진다.
주변의 동료 기자들과 빈곤이나 노후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지만, 항상 결론은 제자리를 맴돈다.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도, 젊은 사람도 모두 노후 불안을 언제 폭발할지 모를 마그마처럼 떠안고 있다. 나에게도 곧 닥치게 될 미래를 위해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거기서부터 취재가 시작되었다.
많은 현장을 다녔다. 일본 경기가 침체되고 가진 사람에게만 치우친 규제완화나 글로벌리즘에 매진해온 지난 20년 정책의 ‘총결산’과도 같은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베 정부가 외친 ‘총 1억 중산층’은 공허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고립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취미생활을 통해 즐겁게 사려는 노인, 노인 밀집 지역에 콜센터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NPO 단체, 편찮은 노모를 부양하기 위해 프리랜서로 전향한 자식 등.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맞닥뜨린 장수 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드리고 스스로를 지키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현명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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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노후빈곤윤준병 저 | 21세기북스
『탈, 노후빈곤』은 일본의 『선데이마이니치』 시사지에서 장기간 연재한 [탈, 노후빈곤] 기사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온 일본의 현실을 파헤쳤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