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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는 어떻게 ‘천재들의 상’을 받게 되었나

『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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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길게 보면 재능보다 끝까지 하겠다는 집념이 더 중요할지 몰라요”. 어른이 된 지금은 이 주장을 증명할 과학적 증거도 갖고 있다. 그뿐 아니라 강한 집념, 즉 그릿grit 은 변화하는 특성이라는 사실과 이를 기르는 방법도 연구를 통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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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라면서 ‘천재’라는 단어를 자주 들었다. 그 단어를 들먹이는 사람은 언제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그런데 네가 천재는 아니잖니!”라고 불쑥 말하고는 했다. 저녁식사를 하다가, 드라마 중간에 광고를 보다가,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을 펼쳐 들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못 들은 척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천재성과 재능에 관심이 많아서 누가 누구보다 재능이 많은지 자주 견주곤 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얼마나 똑똑한지 늘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버지는 나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식들 모두가 천재는 아니라고 여겼다. 아버지의 잣대로 보면 아무도 아인슈타인은 아니었다. 이는 아버지께 큰 실망이었던 듯했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머리가 뛰어나지 않아서 장차 성공하는 데 지장이 생길까 봐 염려했다.


2년 전 나는 ‘천재들의 상’으로 종종 불리는 맥아더상MacArthur Fellowship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것은 지원해서 받는 상이 아니다.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다.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로 구성된 비밀 위원회에서 후보자가 창의적이며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는지 판단하여 수상을 결정한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전화로 수상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감사하면서도 신기했다. 곧이어 무심코 내 지적 잠재력을 진단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동료 심리학자들보다 월등히 똑똑해서 맥아더상을 수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답(“딸은 천재가 아니다.”)은 옳았지만 질문(“딸은 천재일까?”)은 적절치 않았다.


맥아더 재단이 내게 전화로 수상 소식을 알려주고 공식 발표를 할 때까지 약 한 달 동안, 남편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이를 알려서는 안 됐다. 덕분에 나는 이 역설적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천재가 아니라는 말을 계속 들으며 자랐던 여자아이가 천재에게 주어지는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성공은 타고난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서 받게 된 상이었다. 꽤 힘든 학교들을 다니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시험에서 떨어져 가고 싶었던 영재반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 부모는 중국인 이민자였지만 교회에 다니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라고 설교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달리 나는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연주할 줄 모른다.


맥아더상 수상자가 발표된 날 아침 나는 부모님 아파트로 건너갔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계셨고 이모, 고모, 숙모 할 것 없이 잇달아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 마침내 전화벨 소리가 멈추자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며 “대견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는 그냥 “고마워요, 아버지.”라고만 대답했다.


지난날을 곱씹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말은 그렇게 해도 실제로는 나를 자랑스러워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린아이였던 때로 돌아가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을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이 약간은 들었다.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버지, 제가 천재가 아니라고 하셨죠. 그걸 반박하지는 않을게요. 아버지는 저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아실 테니까요.” 그 말에 냉정하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일 아버지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아버지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만큼 저도 자라서 제 일을 좋아할 거예요. 저는 그냥 직업이 아니라 천직을 찾을 거예요. 매일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거고요. 거기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가장 집념이 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여전히 듣고 계신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버지, 길게 보면 재능보다 끝까지 하겠다는 집념이 더 중요할지 몰라요”. 어른이 된 지금은 이 주장을 증명할 과학적 증거도 갖고 있다. 그뿐 아니라 강한 집념, 즉 그릿grit 은 변화하는 특성이라는 사실과 이를 기르는 방법도 연구를 통해 알고 있다.


이 책에는 내가 그릿에 대해 알아낸 모든 사실이 요약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탈고한 뒤에 아버지를 뵈러 갔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한 장씩 한 줄도 빠뜨리지 않고 아버지께 읽어드렸다. 10여 년째 파킨슨병과 싸우고 있는 아버지가 책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버지는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듯했고 책을 다 읽어드리자 나를 바라보았다. 영원 같은 순간이 지나간 뒤 아버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내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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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앤절라 더크워스 저/김미정 역 |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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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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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절라 더크워스> 저/<김미정> 역14,4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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