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저고, 못해봐야 저니까요. 할 수 있는 한 잘해야죠.”
- 『익숙한 새벽 세 시』 저자 오지은
평소 인터뷰를 많이 하는 대상을 만날 때, 다소 부담스럽다. 그간 얼마나 많은 질문을 받아왔을까,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 얼마나 진부할까, 홍보할(책이나 음반, 영화 기타 등등) 것들만 물어보면 좋은데 자꾸 사적인 것을 캐물으니 짜증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질문’에도 다르게 답하려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질문에 답을 달리하는 것이 말이 되나? 싶지만, 가능하다. 사람의 생각은 어제와 오늘, 1시간 전과 1시간 후가 다를 수 있다. 어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오늘 생각날 수 있다.
가수 오지은은 털털하기로 유명한 ‘원조’ 홍대 마녀다. 여신과 마녀의 차이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그녀의 두 번째 책 『익숙한 새벽 세 시』는 꽤나 재밌었다. 에세이의 필수 덕목인 ‘솔직함’이 곳곳에 배어 있어, 저자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말랑말랑한 에세이에 지쳤을 찰나, 저자가 여러 번 갈등하며 탈고한 흔적이 반가웠다.
그에게 대뜸 물었다.
“화보 인터뷰는 즐기지 않을 것 같은데, 새로운 작업도 즐기는 편인가요?”
“전혀 즐기진 않아요. 다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인터뷰를 하기 전, 사진부터 찍었잖아요. 아주 아주 어색해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이야말로 어색할 수 있지만, 지금은 누군가 ‘하나 둘 셋’ 하면, 노래할 수 있게 트레이닝한 상태예요. 사진도 그래요. 초반에는 어쩔 줄 몰라 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진 않죠. 제가 빨리 적응해야 모두가 빨리 퇴근하고 좋잖아요. 잘해봐야 저고, 못해봐야 저니까요. 할 수 있는 한 잘해야죠.”
프로페셔널 한 자세라서 기억에 남는 대답이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감동한 것도 아니다. ‘잘해도 나, 못해도 나’, 그의 생각이 좋았다. 바둥거리는 모습마저 나로 인정하는 것, 오지은은 영민한 가수임이 틀림없었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jijiopop
201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