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을까? 그리스인들의 생활습관에서 떠오르는 건강한 느낌과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 그리스 대표 휴양지인 산토리니? 제우스나 헤라클레스가 나왔던 그리스-로마 신화? 그것은 그리스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여전히 최고로 칭송받는 철학자들이 태어난 곳이며, 인류 최초의 투표가 시작된 문명이다. 그리스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거의 모든 것의 시작이다. 그리스인들이 누렸던 물질적, 지적 풍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도서 『그리스, 인문의 향연』이 출간되었다. 그리스 답사를 8번이 갔다 온 자칭, 타칭 ‘그리스 홀릭’ 박경귀 저자의 고전과 그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 읽기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고전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중 특히 고대 그리스 문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 현대 문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은 그리스 문명에 닿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시행하고 있는 민주주의 제도라든지 철학, 문학, 예술, 건축 이런 것들이 가장 탁월한 형태로 보여졌던 시기가 바로 그리스 문명 시기입니다. 결국은 문명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지금까지도 가장 유명한 철학자를 꼽으라 하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가 손꼽히고, 지금 쓰이는 대부분의 서사는 그리스의 문학작품의 내러티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500~3000년 전의 문명의 결과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는 것은 앞으로 미래에도 분명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혼란의 시대라고 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고전에서, 특히 현대 문명의 기원이 된 그리스 문명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미래에 대한 가장 좋은 대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스 답사를 8번이나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스에 빠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1970년대 초 중학생 시절,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고전을 읽고 논설을 하는 자유교양대회라는 게 있었습니다. 전국의 학교들이 대항전 식으로 했는데, 제가 그때 고전을 읽으면서 충남 대표로 뽑혀서 서울에서 다른 시, 도 학생들하고 경연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청소년기에 고전을 읽다 보니까 고전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때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 플루타르크 영웅전이었습니다. 이후로 어릴 때부터 이런 그리스 고전의 현장에 언제 가볼 수 있을까? 또 더 어려운 고전도 언제 더 읽을 수 있을까? 이런 열망이 키워져 오면서 그리스 답사를 8번이나 다녀오게 되었죠.
그리스 답사를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그리스 답사는 기본적으로 지금의 그리스뿐만 아니라 옛날 소아시아 지역이었던 에게 연안 터키 지방, 그리고 그리스 식민 도시들이 즐비했던 나폴리 이남의 남부 이탈리아하고 시칠리아 섬을 다 답사해야 합니다. 이렇게 여러 곳을 다 함께 봐야 하니 8번이나 갔다 오게 되었죠.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또 부족한 게 그리스 문화유물의 많은 것들이 유럽의 고고학자들의 발굴에 의해서 다른 나라로 반출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루브르박물관이라든지 대영박물관, 베를린의 페르가몬박물관, 뮌헨의 그리스 고고학박물관 등에 굉장히 많은 그리스 유물이 있습니다. 이런 박물관들을 또 일일이 다 찾아다니면서 그리스 문화유산을 찾아내는 경험이 참 즐거웠습니다.
의외의 곳에서 그리스 문명의 유적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때 참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그리스 문명의 비밀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스 문명도 결국은 동방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동방은 지금의 중국이나 동아시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란 고원에서 일어났던 엘람 문명, 또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유역에서 발원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그리고 나일 강을 중심으로 한 이집트 문명이 있습니다. 지중해를 통해서 이러한 선진 문명을 받아들일 좋은 요건이었던 것이 바로 그리스 문명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리스인들이 어디서 배웠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문화적 수용성이 굉장히 뛰어났습니다. 선진 문명을 받아들이고 그것보다 훨씬 더 탁월한 문명을 재창조해내는 능력을 보인 거죠. 그 점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리스라고 하면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것은 그리스 신화입니다. 지금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요.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화는 인간들이 일상에서 이룰 수 없는 꿈, 욕망, 이런 것들이 투영된 판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화라는 것은 허구와 실재가 혼재된 서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신화는 신과 영웅들의 다양한 희로애락을 보여줍니다. 그 이야기를 보면서 인간들은 무한한 영감과 상상력을 얻게 되죠. 인간이 고된 운명과 고난에 처했을 때 도전을 통해서 극복하게 하는 하나의 자극이 되기도 하고, 무절제한 영웅들이 받는 징벌을 보면서 겸허해지고 오만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교훈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신화가 있었던 시대는 풍요로운 시대라고 봅니다. 인간들이 할 수 없는 그 부분을 메워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창조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시대가 각박해진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신화가 부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성과 합리의 시대에도 저는 신화가 여전히 우리에게 아주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신화에서도 우리가 배울 것이 있다는 말이 참 의미 있네요.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지금의 한국이 꼭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스, 인문의 향연』에서 제가 꼭 들려드리고 싶은 대목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창안한 사회체계는 3000년 가까이 숙성되면서 서양문명의 근간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가치 관념과 사고방식을 해방 이후에야 비로소 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아직도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때로는 억압으로, 때로는 방종으로 내닫는 일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우리는 서양문명의 제도들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들은 여러 가지 가치 관념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런 가치 관념들은 단순히 학습만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서양문명의 모든 것이 시작된 그리스 문명을 배우고 체득해나가면서 서양의 휴머니즘, 합리성이 담긴 가치 관념들에 대한 더 많은 숙고와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그리스를 누구나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인문의 향연』이 누구나 쉽게 그리스 문명을 배울 수 있는 그리스 입문서가 되길 바랍니다.
-
그리스, 인문의 향연박경귀 저 | 베가북스
그리스 문명은 인문의 원천이자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다. 이 책은 지금까지 신화를 전하는 데 머물던 그리스 이야기를 뛰어 넘어, 그리스문명을 개괄한 인문서로, 문명의 성취와 흐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