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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권리, 아이들의 놀 권리

『놀이가 아이를 바꾼다』 저자 지정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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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성적, 입시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전에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부터가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시간적으로 ‘실컷’, 그리고 지켜 쓰러질 때까지 ‘맘껏’ 논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아이들은 ‘여기서만 놀아라’하고 한정하는 놀이터 공간마저도 충분하지 않다. 공부, 성적, 입시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전에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부터가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놀이가 아이를 바꾼다』에서는 현재 놀이터 개선 사업 등을 통해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돌려주고자 노력하는 전문가 6명이 모여 보다 많은 학부모와 교사, 정책 관련자에게 놀이터와 놀이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인터뷰에 자리를 내준 지정우는 이유건축 소장직을 맡고 있는 건축가로, 함께 성장할 놀이터 짓기를 생각하는 제언을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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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놀이는 기본적으로 생활입니다. 놀이를 공부 혹은 학습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오락 혹은 유희로만 한정짓는 것은 어린이와 놀이터를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개인별 혹은 연령대별로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인간이 성장하면서 활동하는 모든 일상의 행동들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그 행동들에는 배우는 과정도 있고,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도 있고, 창작의 과정도, 그리고 타인과 나누는 소통의 과정도 모두 포함되겠습니다.

 

놀이를 오락 혹은 유희로만 생각하게 되면 자꾸 '특별한 시간'으로 여기게 되고, 공부를 다 한 후에 조금 남는 시간에 하는 것, 특별한 장소에 가서 하는 것으로 한정시키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심지어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방이 막힌 실내공간에서 '정신없이' 뛰고 매달리고 구르고 하는 것이 '잘 놀았다'(혹은 '잘 놀렸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는 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어쩌면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생활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나 어린이에게 놀이란 매일 매일 먹어야 하는 영양소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음식을 골고루 먹다보면 특별히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필요한 영양소가 갖춰지는 것처럼, 매일 매일 잘 놀며 성장하는 아이에게는 특별한 이벤트성의 놀이시설에 어쩌다 가서 신나게 노는 것이 불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건축가에게 놀이터란 어떤 곳입니까?


놀이터는 그러므로 생활의 장소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쉽게 잊는 것 같습니다만, 기억을 잘 더듬어보면 우리가 어릴 때, 놀이터 혹은 운동장에서 놀 때 단지 기쁘고 신나기만 했습니까? 희노애락과 그 중간 중간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감정과 상황들이 같이 존재하지 않았나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러한 여러 가지 감정과 상황들이 단지 놀이터나 운동장에서만 멈춰있지는 않았습니다. 놀이터에서 친구와 다투고 눈물을 훌쩍이며 집으로 돌아가던 골목의 담장은 왜 그렇게 무심한 표정이었는지, 친구를 만나러 놀이터로 달려나가는 아파트의 복도에서 넘어져 무릎이 멍든 것도 잊은 채 즐겁게 놀던 기억, 흙을 파고 나뭇가지 등을 모아서 개미집을 짓는 데 열중하다가 저 멀리서 "아무개야 밥 먹어~"라고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노랗게 넘어가고 있는 저녁 해 등등 모두 놀이터 생활의 일부들입니다.

 

그러므로 '놀이터 짓기'란 단지 놀이기구들이 놓여 있는 좁은 장소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동네, 가로, 공공 공간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인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동네 환경 전체를 아이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건축가인 제게 놀이터는 결국 '우리 동네' '우리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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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즈 목재 놀이터

 

키즈카페 등 실내 놀이터에서 노는 게 기존 놀이터에서의 놀이보다 안 좋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놀이의 이벤트화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평소에 놀지 못했던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서 뛰어놀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이웃 아이들과 서로 소통하며 어떤 놀이를 만들어가기보다는 그곳에 있는 놀이기구와 장치 등을 마구 돌려보고 뛰어보고 하는 데 체력을 쓰게 됩니다. 놀이는 몸의 근육만 쓰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 판단, 소통, 감성과 감정의 모든 근육을 쓰고 조금씩 조금씩 단련시켜 나가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한쪽만 쓰게 되는 결과가 됩니다. 이런 소중한 각 근육의 발달 과정을 단지 상업적인 시설의 의도에 맡겨놓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또한 실내 놀이터나 키즈카페등에서 노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하루의 해가 지나가며 달라지는 빛에 의해서 같은 공간의 느낌이 달라지곤 하는데 그런 것을 느낄 여유가 없게 됩니다. 어찌보면 실내 놀이공간은 스마트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안의 세상에 갖혀 바깥을 볼 수 없는 것이지요. 우리 도시는 피씨방, 찜질방 등 방 문화가 독특한데 공공의 공간이 잘 되어 있다면 굳이 이런 방들로 들어갈 필요가 없겠지요. 즉 공공 놀이터가 잘 되어 있다면 굳이 키즈카페 등에 갈 필요가 줄어들겠지요. 

 

도시에 살면 놀게 해주고 싶어도 마땅한 놀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놀이터라고 하는 정해진 공간이 꼭 아이를 놀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놀이의 여러 단계를 생각해보고 각기 다른 공간에서 그런 것들을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격렬한 신체적 활동은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나 뛰기를 통해서 해결하고, 역할 놀이라든지, 무엇을 만드는 것은 집 안에서 작은 도구들을 이용해서 같이 할 수 있고, 마트에 가서는 어떤 물건들이 어떤 촉감을 갖고 있는지 경험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을 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즉, 놀이터를 도시 전체라고 생각해보고 연구해보는 것이 당장의 부족한, 잘된 놀이터 대신 해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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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직접 만든 공간

 

‘좋은 놀이터’의 기준을 꼽아주신다면.


놀이기구의 집합이 곧 놀이터는 절대 아닙니다. 놀이터는 장소 그 자체입니다. 평평하고 단일하고 혹은 알록달록하고 깨끗한 공간이 아닌 어린이들의 행동과 느낌이 잘 고려된 복합적인 공간이어야 하고, 그 안에는 조경 요소와 자연이 포함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놀이기구나 놀이터 자체의 재료도 그 자체의 재료적 성질이 드러나게끔 사용되어야 합니다. 단단한 곳에는 돌이, 철이 쓰이고, 쌓여진 곳에는 벽돌이, 부드러운 곳에는 나무가, 유연한 형태는 플라스틱이 쓰이는 등, 다른 재료로 그 원래의 형태를 '그런 척'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돌 모양의 플라스틱 껍데기, 벽돌 패턴 모양의 플라스틱, 알록달록한 페인트로 덮인 콘크리트 등을 경계해야 합니다. 바닥도 단일한 평면이 아닌, 조경 그 자체가 오르내리는 변화를 만들어주어 입체적인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게 했으면 합니다. 촉감으로 아이들은 세상을 배우기도 합니다. 그런 감각이 잘 발달시켜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놀이터입니다. 고유한 이야기를 담으려면 지역마다, 장소마다 다른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동네가 돌이 많이 나던 동네인지, 옛날에 논이었던 곳인지, 골목이 많은 곳인지 등등 지역의 물리적, 역사적, 크기적인 상황 등에 따라서 그 정체성을 세울 수 있겠습니다. 그러한 작업을 가장 많이 훈련한 사람들이 건축가, 조경가들입니다. 그러므로 놀이터를 고민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건축가가 참여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러한 이야기가 하나로만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 따라서, 시간에 따라서 다르게 느끼고 만들어질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이는 좋은 건축의 조건과도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잘 짓기 위해서 부모님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요?


우선은 아이들과 같이 몰입해서 놀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길 바랍니다. 놀이터에 아이를 '넣고' 부모는 이웃 부모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닌, 아이의 마음과 눈높이로 함께 놀 수 있다면 이미 좋은 놀이터를 만드는 데 일조를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관심있고 즐거워하는 것을 직접 같이 해보고 아이와 생각을 나누거나 같이 즐겁게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우리 동네의 놀이터를 누가 계획하는지, 만드는지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우리의 놀이터 환경을 조금씩 낫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입니다. 요즘 부모님들의 정보력이면 모를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구상할 수 있는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요구하고 참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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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 유니온스퀘어파크 놀이터 

건축가로서 어린이를 위한 공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른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게 어린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생활의 연장입니다. 열 살 아이를 키우며 건축가의 삶을 살기에 어린이 건축교육에 관심이 많고 실제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건축공방을 운영하기도, 어린이 박물관 등 각종 문화기관에서 하는 어린이 건축프로그램을 리드하기도 했습니다. 건축주께서 주택 디자인을 요청하면 그곳에 살 가족들, 특히 아이들과 이야기를 같이 많이 나눕니다. 그것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주택공간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공간이 곧 가족 전체에게 좋은 집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어른 것과 아이 것을 구분 짓기보다 어른과 아이가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집과 건축을 꿈꿉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집은 집의 중심 공간이 부엌일 수도 있습니다. 엄마의 요리공간으로서의 부엌이 아닌 아빠, 아이들, 청소년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부엌을 만든다면 좀더 복합적인 기능이 고려되고 가족들이 함께 할 시간들도, 이해의 폭도 넓어지겠지요.

 

제게 놀이터 짓기는 이러한 집 짓기, 혹은 도시 설계와 마찬가지의 중요한 대상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잘 디자인된 집이나 공공 공간이라도 그것을 이용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시간을 물리적으로 확보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놀이기구나 상업화된 놀이공간에 대한 맹신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놀이터를 좀더 확장된 장소로 생각하고 아이와 놀 때 혹은 아이들끼리 놀 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 관심들이 차츰 더 우리의 어린이 환경이 나아지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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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아이를 바꾼다김민아 등저 | 시사일본어사
이 책은 아이들에게 왜 놀이가 중요한지, 그리고 현재 놀이터 개선 사업 등을 통해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각계 전문가분들의 목소리를 토대로, 보다 많은 학부모와 교사, 정책 관련자에게 공간으로서의 ‘놀이터’와 문화로서의 ‘놀이’, ‘놀이문화’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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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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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아이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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